증도의 천사 문준경전도사

2년 전 교우들과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그때의 감동이 너무 컸습니다. 교우들은 터키 성지순례도 요구했습니다. 차분히 준비한 끝에 항공권을 예약할 즈음, 코로나 19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관망하다가 결국 터키 성지순례를 과감하게 취소했습니다. 비용을 돌려받은 교우들의 아쉬움은 상당했습니다. 해외여행 자체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정말 잘한 결정입니다. 그러나 교우들의 아쉬워하는 그 눈빛을 잊지 못합니다.

"드론으로 본" 신안 섬티아고! "열두제자 순례길을 걷다"영상촬영편집제작 : 이용구장로(비전성결교회)

 

"섬티아고"

두 달 전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섬티아고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미리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촬영 일을 하는 교회 장로님에게 섬티아고영상 제작을 제안했습니다. 장로님은 12일 동안 신안에 머물면서 촬영했고, 아름다운 영상을 제작하여 드디어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교우들의 신앙이 자꾸만 침체하는 이때, 신앙의 회복을 위하여 신안의 순례길을 추천 합니다.

문준경전도사 순교기념관
문준경전도사 순교기념관

"천사의 섬 신안-문준경전도사"

신안은 천사의 섬입니다. 1,004개의 섬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19년에는 천사대교가 개통되어 신안이 한층 친근합니다. 신안의 순례길을 갈 때, 맨 먼저 증도에 있는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을 반드시 방문해야 합니다.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 신앙을 배우고, 가슴에 품으며, 또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문준경 전도사는 20세기 한국 기독교 역사의 가장 암울한 시절에 신앙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일제 때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고문을 당하고, 6·25 때 공산당에 의해 순교했습니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순교 신앙을 온몸으로 구현한 전도사! 1년에 고무신 아홉 켤레가 부족했던 복음 전도자! 10여 개의 교회를 설립하고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영적 거인! 낙후한 섬마을의 병자들을 돌보고 섬긴 사랑의 어머니! 공산당이 붙여준 별명처럼 새끼를 많이 깐 씨암탉! 지금도 말없이 여전히 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순교자! 그런 문준경 전도사는 현재 복음화율 90%를 기록한 증도의 밀알이고, 성결교단의 상징적인 인물이며, 한국 교회의 영적 표상입니다.

문준경전도사
문준경전도사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 신앙을 마음에 깊이 새긴 채 이제 신안의 순례길을 떠나야 합니다. 그 순례길은 섬티아고 순례길혹은 열두 사도 순례길 알려져 있습니다.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다섯 개의 섬이 노두길로 이어져 하나가 된 12km 순례길입니다. 열두 사도의 이름을 빌린 예배당은 작은 섬에 맞게 지어진 풍경 있는 예술 작품입니다.

(1) ‘베드로의 집은 건강의 집입니다. 순례길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탑이 있습니다. 건강한 몸과 겸손한 마음으로 순례를 시작해야 합니다. 베드로는 네로 황제의 박해 때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했다고 합니다.

(2) ‘안드레아의 집은 생각하는 집입니다. 마음을 정화하고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안드레아는 파트라스에서 X자형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했다고 합니다.

(3) ‘야고보의 집은 그리움의 집입니다. 작은 숲속에 아담하고 소박한 오두막 같은 집입니다. 야고보는 헤롯 왕에 의해 칼로 목 베임을 당하여 순교했습니다.

(4) ‘요한의 집은 생명 평화의 집입니다. 건물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생명의 빛을 품은 듯한 집입니다. 집 안팎에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타일 아트가 있습니다. 요한은 도미티안 황제의 박해 때 밧모 섬에 유배되었는데, 모진 고난 끝에 순교했다고 합니다.

(5) ‘필립의 집은 행복의 집입니다. 첨탑 위의 물고기 형상이 이채로운 집입니다. 바다의 풍요뿐 아니라, 길과 진리와 생명이신 예수님으로 인해 행복을 누려야 합니다. 필립은 프리기아에서 채찍질을 당하고 감옥에 갇혀있다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했다고 합니다.

(6) ‘바르톨로메오의 집은 감사의 집입니다. 작은 연못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집인데, 다가갈 수 없고 출입할 수도 없습니다. 바르톨로메는 아르메니아 지역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붙잡혀 산채로 살가죽이 벗겨진 후 십자가에 못 박혔고, 결국 머리가 베어져 순교했다고 합니다.

(7) ‘토마스의 집은 인연의 집입니다. 신안 섬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별이 내려와 박힌 듯 구슬 바닥과 푸른색 문이 인상적인 집입니다. 토마스는 인도에서 이교도 제사장들의 노여움으로 몸에 창이 관통하여 순교했다고 합니다.

(8) ‘마태오의 집은 기쁨의 집입니다. 갯벌 위에 세워진 집입니다. 밀물 때 섬 속의 섬이 되었다가 썰물 때 다시 순례길을 갈 수 있는 곳으로 고립과 연결이라는 일상의 기쁨이 반복됩니다. 마태오는 에티오피아에서 도끼와 창과 갈고리를 하나로 묶은 무기인 미늘창에 의해 순교했다고 합니다.

(9) ‘작은 야고보의 집은 소원의 집입니다. 거친 조업과 파도로부터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작은 야고보는 예루살렘에서 전도하다가 돌에 맞아 순교했다고 합니다.

(10) ‘유다 다대오의 집은 칭찬의 집입니다. 여러 개의 길과 삶, 마음이 하나로 모여 서로 칭찬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유다 다대오는 페르시아에서 전도하다가 십자가형으로 순교했다고 합니다.

(11) ‘시몬의 집은 사랑의 집입니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실내에 가득 품었습니다. 진주를 품은 조개의 아픔처럼 사랑도 아픔과 인내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시몬은 페르시아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붙잡혀 거꾸로 매달린 채 톱으로 켜서 순교했다고 합니다.

(12) ‘가룟 유다의 집은 지혜의 집 입니다. 외딴 섬에 고즈넉하게 위치한 예쁜 집과 뒤틀린 종탑이 인상적입니다. 뒤틀리고 꼬인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종을 치며 순례길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을 배반한 것을 후회하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대신한 맛디아는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돌팔매질을 당하고, 목 베임을 당하여 순교했다고 합니다.

정방원목사, 비전성결교회담임, 서울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 기성총회구역공과집필, 등
정방원목사, 비전성결교회담임, 서울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 기성총회구역공과집필, 등

"동행과 침묵의 순례의 길"

신안의 순례길은 동행과 함께 가능하면 침묵으로 순례해야 합니다. 예수님을 음미하고, 열두 사도를 묵상하며,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 신앙을 되새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순례길을 걸으면서 문득 마음속에 하나의 의문이 일어납니다. ‘예수님을 위해 생명을 바치는 것이 신앙의 길인가?’ 그리고 천성을 향해 일상의 순례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순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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