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과 발달장애인의 음악이야기 (3)

 

고대인 음악감독 (뮤직그룹 파라솔 대표)
고대인 음악감독 (뮤직그룹 파라솔 대표)

발달장애인들은 남의 소리를 잘 듣지 않는다. 본인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와는 감각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듣지 않으니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

여러 명이 모여 앙상블을 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앙상블의 기본은 남의 소리를 먼저 듣는 것이 선행돼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앙상블을 가르치며 먼저 하는 것은 ‘남의 소리 듣기’를 연습 한다. 남의 소리를 들으려면 귀를 열어야 한다. 소리 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한다고?’ 악기 연주는 기본적으로 지적 능력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아이들이 하는 행동만 보고 악기 연주가 불가능할 거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나는 당시 발달장애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2006년 10월 첫 만남을 시작으로 올해로 15년째 만남을 이어 오고 있다. 서울의 복지 재단과 그곳에서 독립한 단체에서 많은 발달장애인들을 만나며 여러 형태의 음악그룹 (관악단,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앙상블, 브라스 앙상블) 을 지도했다.

​사실 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어떤 교육법이 효과적인지, 발달장애인이 어떤 특성의 사람들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장애라는 편견을 갖지 않고 발달장애인도 안되면, 될 때까지 연습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함께 연습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2018년까지 몸담았던 단체에서 13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 아이들과의 만남은 잠재력을 믿고 발달장애인도 꾸준히 연습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당시 우리는 한 곡을 1년 동안 연습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온 노력을 다했던 시간이 밑거름이 되어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당시를 생각해 보면, 나도 아이들도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땀을 흘렸다. 우리의 신조는 '악보의 음표가 내 몸에 흐르게 하라'였다. 해도 해도 되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좌절감이 올 때마다 ‘장애가 있어서 더 이상은 어려울 거야, 대충 하자. 이만큼만 해도 잘하는 거야’ 하며 스스로 타협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동안의 최선을 다한 노력을 무대에서 음악으로 말해 주었다. 함께 함의 시너지가 얼마나 가치 있고 큰 지를 연주로 증명하였다.

​2012년, 아이들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첫 연주했던 무대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제목 그대로 ' 놀라운 은혜 ' 였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고 함께 도전해서 이루어낸 값진 경험이었다. 아이들 또한 그 무대를 계기로 많이 성장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자존감을 회복하는 시간이었다.

사람은 일생을 살며 가치와 의미로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내 인생에서 발달장애인에게 음악을 교육하는 일은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이 한 번의 무대를 통해 발달장애인은 변화와 성장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이들에게 음악이 주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었다.​

발달장애인과 15년째 만남을 이어 오고 있지만 사실 이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아이들이 어떤 특성이 있고, 어떻게, 무엇을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더 공부하고 싶었다. 작년부터 단국대학교 특수교육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문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특수교육 이론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장애 아이들에 대해 이해하고 교육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공부를 통해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부족한 사람인지 알게 되어 감사하다.​

현재는 뮤직 그룹 파라솔에서 발달장애인들에게 음악 클라리넷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과 이론을 정립하여 좋은 교육을 할 것이다. 파라솔은 음악을 배우고 싶은 발달장애인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발달장애인들의 변화와 성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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