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차별과 인식의 전환

  • 입력 2021.04.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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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긴급진단 노년 커뮤니케이션(4)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담임, 성결대, 중앙대석사, 서울신대박사, 미국 United Thological Seminary 선교학 박사, 공군군목, 성결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외래교수

3. 코로나로 인한 연령차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노인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대부분 만성질환을 지닌 노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이게 된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미치지 못한 노인들의 희생이라면 불합리한 차별이다. 연령차별과 같은 사회적 돌봄의 사각지대가 묵인될수록 결국 젊은 세대들의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게 될 뿐이다. 2020년 미국 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st)에서 모나한(Monahan)과 동료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노인을 향한 우리 사회의 상반된 태도와 이것이 어르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결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미국 사회에서 노인을 향한 태도는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반응(예: 생필품 배달, 펜팔, 비대면 소통telecommunication)'과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반응(예: 요양원 집단감염, 트리아지triage, #부머 리무버Bomer Remover)'로 양분되는 것을 발견했다.

중국과 이탈리아 등 한계에 직면한 의료 현장에서는 트리아지(Triage, 재난상황에서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노인들을 가장 낮은 우선순위로 고려하게 되었다. 또한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집단 감염, 불충분한 의료 케어, 높은 사망률이 문제로 대두되었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기존의 연령주의(ageism)를 더욱 심화시켰고, 노인들의 높은 사망률에 대한 낮은 공감을 반영하는 해시태그, #부머리무버의 파급력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태도는 팬데믹 기간 동안 노인의 감염 위험과 사망률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자존감과 인지기능 저하,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연령차별(年齡差別, Ageism)은 특정 연령대의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을 일컫는다. 노년들에 대한 차별을 설명하기 위해 1968년 버틀러(Robert N. Butler)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로, 주로 인종차별이나 성 차별과 같은 용어와 비슷하게 쓰인다. 비단 코로나 때문이 아니어도 현대사회에서 청소년이나 어린이에 대한 차별도 문제가 되지만, 노년을 대상으로 하는 연령차별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노년층의 의견이 무시되거나 수용되지 못하는 것이다. 반대로 젊은 세대들이 연령차별을 겪을 수 있다. 충분한 사역 능력이 있음에도 원로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젊은 세대들에게 위임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젊은 세대들이 교회 안에서 제대로 사역의 장을 갖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춤 상태인 지금, 무엇보다 연령 통합적 관점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구성원을 포함하고 있는 교회 사역에 대한 재인식과 재발견이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가족이 함께 모여 예배하는 현상들이 자연스러워지게 되면서, 연령 통합적 사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되었다. 이제는 교회들이 연령차별 혹은 연령장벽에 의한 사역을 배제하고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모인 공동체’에 대해 재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특정한 연령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서로 통합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장(field)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4. 노년 자신의 인식 변화

인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확인할 때, 타인과의 관계에서 찾게 된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구성하기도 하지만 이를 타인과의 나누는 과정 가운데 만들어지는 것이다. 뉴스에서 국정감사(國定監査) 중에 71세의 피감기관 대표가 28세의 국회의원에게 ‘어이’하는 호칭을 불렀다고 논란이 된 것을 보았다. 국회뿐 아니라 지금도 한국교회 안에서 쉽게 보는 모습이기도 하다. 총회에서 발언하는 이들을 보면 대부분 원로이거나 노년층의 지도자들이다. 젊은 목회자나 대의원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지 않을뿐더러 공개적으로 묵살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젊은 세대들은 그런 상황을 주시하면서 총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독설을 뿜게 된다.

나와 타인과의 관계는 나를 인정함과 동시에 타인을 인정하는 ‘서로성’의 공간 안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연령이라는 장벽을 만들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구성원으로 지속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환경으로부터 고립되거나 배제된다면 이는 곧 성도 뿐 아니라 교회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와 교회는 노년에 대해 ‘노년공경 ’이라는 명목 하에 은퇴 후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과 마치 경로당과 같은 비슷한 연령대가 모이는 환경으로 몰아넣어 왔다. 그리고 타 세대와의 접촉 빈도가 줄어들어 그에 따른 노년 배격, 노년 학대, 노년 우울증, 노년 자살 등의 문제를 만들어 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코로나 상황은 이런 소외현상을 가속시키고 있다. 교회는 고령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노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노년들 역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처럼 자신과 같은 노년을 ‘비생산적인 존재’로 간주하거나, 노년이 되면 당연히 ‘대접받아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노년이 지닌 연륜과 능력을 통해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서 인식하고 활동해야 한다. 물론 노년은 교회 안에서 존중받아야 하고, 그것이 성경의 교훈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대접받고 공경 받으려는 수동적 자세에서 오히려 교회에서의 역할을 발견하고, 지혜를 나누는 계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성경의 노년들과 같이 노년의 경륜과 능력을 존중하고 교회 안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쩌면 코로나와 같은 상황이 교회 안에서 어른들의 역할을 불러내는 작용을 하게 되는 기간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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