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년 대상 연구자나 노년 대상의 상업적 프로페셔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성공적 노화'에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성공적 노화(sucesful aging)란 생물학적 측면에서 주로 건강과 수명문제에 기초하여 정의됨으로써 일상생활 활동이나 신체적 수행정도를 중요시하였다. 그러나 고령화가 깊어지면서 세월이 흐르는 대로 그냥 나이 먹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성숙하고 지혜롭게 늙어가자는 주장이다. 신체적 노화보다는 심리적 측면을 중요시하고 인지적 기능의 최적화와 지각된 통제력, 지각된 자기 효능감, 생활만족도 등으로 성공적 노화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성공적 노화를 풀어서 설명한다면, 개인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변화하는 육체적, 사회·심리적, 환경적 상황에 스스로가 성공적으로 잘 적응해가면서 주어진 발달과업을 성취하는 것으로 육체적인 건강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사회·심리적 건강과 삶의 만족이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과거 노년 세대 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신세대 노년들은 성공적 노화를 꿈꾸며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성공적 노화의 조건으로 몇 가지를 제시하는 연구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노년에 갖는 여가활동이 성공적 노화를 돕는다는 주장, 노년 스스로의 높은 자존감이 노화를 성공적으로 이끈다는 주장, 가족들이 성공적 노화에 미치는 영향, 노년의 학습 몰입이 성공적인 노화를 이끈다는 주장이 있다. 한편 사회적 활동이나 신체 활동이 성공적 노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노년이 되어도 여가활동 및 사회적 관계를 통한 활동을 하고 또한 신체 활동 역시 계속하는 노년들이 그렇지 않은 노년들보다 성공적으로 늙는다는 말이다.
나는 성공적 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노년의 커뮤니케이션' 을 들고 싶다. 노년기에는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지속이론(Continuity Theory)때문이다. 지속이론이란 개인의 성향과 함께 중년기에 수행했던 역할을 비슷하게 노년기에도 수행하는 것이 노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에릭슨(Erikson)의 경우에는 인간의 발달 단계가 결정되어 있다고 했으나 사실은 발달의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고 성인의 발달은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재의 중년층은 계속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성숙한 노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로 노년의 커뮤니케이션은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시켜 준다. 라이프스타일은 ‘사회 전체 또는 사회의 한 부분의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타인과 구별되는 특징적인 생활양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시간과 돈을 사용하며 살아가는 총체적 생활 방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타인과 구별된 라이프 스타일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바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듣고 느끼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성공적인 노화는 결국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인정받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낼 때 성취감을 통해 이루어진다.
셋째로 소통능력(communication skil)이 성공적 노화를 이끌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은, 많은 부분 그 사람의 소통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인생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주변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The communication is the relationship”이란 말처럼 소통이 곧 인간관계를 결정하며 인간관계는 인생의 성공을 결정하게 된다. 아무리 정보를 많이 소유하고 있어도 소통하지 못하면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소통은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노년이 되어도 소통의 방법과 수단은 많다. 자신만의 표정이나 대화, 전화 통화, 편지, 이메일, 선물, 눈, 그리고 상담과 협상과 설득 등의 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가정에서나 교회와 주변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역시 원만하게 유지하고 결국 성공적 노화를 경험하게 된다.
넷째로 디지털 접근성이 성공적 노화를 이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디지털 정보기기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하는 능력의 차이는 자칫 사회적 배제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래에 와서는 최근 디지털 기기의 보유, 사용 가능 여부, 기기 이용 능력, 양적 및 질적 활용 정도에 따른 접근성 차이가 노년층의 정보격차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정부나 연구기관에서는 정보격차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서 고령층의 디지털정보접근성의 차이는 노인의 삶의 질 증진과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주목해야 하는 주요 사안이 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디지털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의 경우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는 사회 환경변화에서 소외될 수 있다. 디지털 접근 능력은 노후의 삶에 있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게 된다.
다섯째로 미디어 정보 기술의 활용은 노년 세대들의 삶의 질을 바꾸기 때문이다.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기기 등 정보기술의 이용은 노인의 일상생활과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보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생활이 편리해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더욱 확대될 수 있는 반면, 경제적 빈곤, 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 고독 등을 경험할 가능성은 노년집단에서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인들은 미디어 기술에서 뒤쳐짐으로 우울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7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노인 중 21.1%가 우울 증상을 지니고 있고, 연령이 높을수록 우울 증상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더욱이 우울 증상과 같은 정신적인 어려움은 자살 생각과 연관될 수 있기 때문에 노인집단의 디지털 기술 활용은 예방적 차원에서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여섯째, 소통능력은 세상에서 선교의 장을 열어준다. 교회의 노년들은 자신의 성공적 노화뿐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노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의 위치에서 세상과의 소통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칠 필요가 있다. 근자에 이르러 보수꼴통으로 인식되는 기독교 노인들은 세상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세상의 문제나 이슈에 대해 열린 자세가 아니라 자기만의 고집으로 닫아버리고, 세상에 대한 공감 능력의 부족 때문이다.
유영권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교회에 대해 뼈아픈 지적을 했다. 그것은 첫째, 신뢰받지 못함 때문이며, 둘째는 교회 지도자의 불안, 집단의 불안으로 인한 이분법적 세상관 때문이고, 셋째는 교회 조직의 닫힌 의사소통 구조, 넷째는 자기애적 성향으로 인한 공감 능력의 부재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은 교회안의 노년에게도 해당되는 지적이기도 하다. 노년들이 세상과의 소통에 힘쓰고 노력할 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사실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인간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노년 커뮤니케이션을 무시하거나 간과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만난 노년들 가운데 상당수가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성공적인 노화를 경험하지 못하고 쉽게 늙어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감퇴는 곧 '우울한 노년'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노년의 성도들은 대인 커뮤니케이션이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또한 집단 간 커뮤니케이션 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제이크 하우드(Jake Harwod)는 세 가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처를 잘해야 성공적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