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이야기(28)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누구든 이 맘 때면 자연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됩니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의 탈출을 꿈꾸는 것은 언제나 들뜨고 행복한 일입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힘겹고 지루한 교통지옥에 즐거움은 곧 사라지고 맙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승용차 대수는 무려 2천만 대입니다. 자전거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던 시절보다 더 부자가 된 것일까요? 그만큼 더 행복해졌을까요? 자전거를 즐겨 타던 시절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번쩍번쩍 윤이 나는 신사용 자전거, 큰 짐 싣고도 흔들림 없던 짐자전거, 핸들이 아래로 굽어져있는 채 달리던 경주용 자전거, 타고 내리기가 편하고 장바구니를 단 주부용 자전거, 따르릉 따르릉 거리던 세발자전거까지. 자전거는 우리 생활의 일부이자 일상의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자동차 수가 그의 3배 이상입니다. 자동차는 사람들이 보름 내지 한 달 동안 들이 마실 산소를 겨우 한 시간 만에 소비하고,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에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와 산성비를 만드는 질소산화물 등의 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자전거가 승용차보다 더 좋은 교통수단이라고까지 말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 한 대만 있으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전용도로와 주차 공간이 충분하여 자전거가 1,600만 인구보다 많은 1,800만 대나 됩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모든 여행의 1/3이 자전거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독일의 뮌스터와 쾰른에서는 자전거에 최우선 통행권을 주고 있으며, 일본의 쓰쿠바시는 자전거도로가 중심도로이고 자동차도로는 보조도로라고 합니다. 코펜하겐에서는 출퇴근자의 33%가, 일본에서는 출퇴근자의 15%가 자전거를 이용하기까지 합니다.

암스테르담 거리의 모습. 시민들의 대부분이 자전거로 이동한다.
암스테르담 거리의 모습. 시민들의 대부분이 자전거로 이동한다.

사실 자전거는 경제적입니다. 16km를 자전거로 가는 데는 한 시간이 채 안 걸리고 에너지도 밥 한 공기에 해당하는 350kcal가 필요한 데 비해, 자동차는 18.600kcal(밥 522공기)나 든다고 합니다. 자동차에 필요한 도로와 주차 공간 등 시설을 짓고 유지하는 데는 큰돈이 들어가는데, 일례로 서울 외곽순환도로의 건설비용은 km당 350억 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만약 중국이 미국만큼 자동차 기반시설을 갖춘다면 경작지의 40%가 편입되어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전거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대기오염이 전혀 없고 오히려 많이 탈수록 건강해진다는 점입니다. 자전거는 지구의 숨을 되찾게 해줄 수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탄소 배출량의 1/4이 자동차 뒤꽁무니에서 나오는데, 타지 않으면 그만큼 탄소배출량은 줄어들 것이고 또 그만큼 지구는 시원해지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도 줄어들 것입니다.

다행히 세계적으로 자전거의 생산이 자동차 생산보다 2배나 더 많은 1억대나 됩니다. 최대 시장은 자전거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유럽이고 그 뒤를 미국이 쫓고 있습니다. 중국은 가장 많은 자전거가 이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건강이나 레저용이 아니라 출퇴근 등 생활자전거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미국인처럼 자동차를 소유한다면, 석유가 급격히 늘어나 유가가 오를 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걷잡을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자동차 보유대수 - 중국 1000명 당 24대, 미국 1000명 당 671대)

자전거야말로 하나뿐인 지구에 가장 알맞은 차입니다. 따스한 봄날, 승용차 대신 자전거 여행을 하며 자전거를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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