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이야기(26)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기후 위기로 전 세계가 혼란하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각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보다 기후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세계 배출량을 11년 안에 반으로 줄여야 된다는데, 탄소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195개 국가가 자발적으로 감축하겠다고 한 목표만으로도 금세기 말 최소한 3도까지 상승할 것이라는데, 지금의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재난으로만 보면 상황은 더 급박하다.

북극의 영구 동토층은 예상보다 70년이나 빨리 녹고 있고, 폭염과 폭우, 홍수와 태풍, 가뭄과 산불, 기온 변화와 해수면 상승 등 각종 재해들이 전 지구적이고 상시적인데다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것도 우리 삶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는 역사상 최고 기록적인 폭염으로 48명이 사망했다. 이대로라면 정말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의 정책보고서 대로 앞으로 30년 후에는 인류 문명이 기후변화로 파멸될 지도 모른다.

문제는 상황에만 있지 않다. 상황을 일으킨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응답하지 않고 있는 우리가 문제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구 생명들의 신음소리가 귓전을 때리지만 모르쇠로 일관한다. 지금의 풍요와 편리함에서 벗어날 생각은 전혀 없는 듯하다. 이미 우리가 누려야 할 것 이상을 누리고 있는데, 우리에게 허용된 탄소배출허용총량(탄소예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는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서둘러 지금의 상황과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 회개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세상에서 들려오는 기후 위기로 신음하는 생명들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에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후 위기로 신음하며 하나님의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생명들을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고, 그에 반응해보자. 그 결과가 영국의 ‘멸종저항’이 될지, 독일의 ‘엔데 갤랜데’가 될지,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와 더불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하고 있는 정부나 기업, 언론을 향한 즉각적이고 효력 있는 기후스트라이커나 기후소송 등 어떤 직접행동이 될지 궁금하다.

무엇이 되었든 지금의 기후 위기에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당당히 마주하면서, 고요히 하나님의 창조 안에 머물러 그 현존을 느끼는 가운데 답을 찾아보게 되길 소망한다. 그 가운데 우리는 우리만의 기후행동을 힘 있게 하게 될 것이다.

우선은 자주 하나님의 창조 안에 머물러 보자.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그리스도인이나 교우들과 더불어 소모임을 만들어 ‘지금 우리의 모습’과 ‘앞으로 30년 후’를 상상하며 자신이 바라는 일상을 그려보자. 기후 위기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연간 7억 톤(이 가운데 6억 톤이 에너지 부문, 1인당 11톤)을 배출하고 있으니, 우리와 지구는 물론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함께 그려보자. 거기서부터 기후 위기를 넘어서는 행동을 시작해보자.

만약 교회의 지원 속에 소비와 생산, 폐기 과정에 나오는 탄소를 줄이는 ‘탄소금식’ 등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면 더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에너지를 절약하거나 햇빛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걷고, 지역음식을 남김없이 먹고, 플라스틱과 종이 등 포장을 거부하고,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을 사귀고, 기후 약자는 물론 자신을 포함한 ‘기후정의’를 위해 애쓰는 이들을 위해 중보 기도하는 일. 무엇이 되었든 행동하며 기도하는 순간, 각 나라들도 더불어 책임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 이행계획을 약속하고 구현해가게 되리라 생각한다.

거대한 재앙을 몰고 올 기후 위기 앞에서 실천하는 한 사람의 애씀이 어리석고 무모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여 머잖은 미래에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게 하하리라 믿는다. 그날을 위해 매일매일 창조를 묵상하며 기도하고 살리는 삶을 살자. (2019년 07월 25일)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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