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이야기(29)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2015년 당시 정부는 2029년까지의 전력수급 대책을 세우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전력수급계획은 국가에너지정책인 에너지기본계획의 핵심으로 정확한 전력수요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발전설비를 구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수요 예측에 실패하여 원전 등을 꾸준히 증설하였고, 그로 인해 현재 발전용량은 넉넉한 형편입니다. 따라서 무리한 전력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되고 원전 설비만 해도 현재 23기인데, 앞으로 원전을 13기, 화력발전을 20기나 더 추가건설 한다니 설비 증설 대신 수요관리를 통해 동⦁하계 전력수요를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사실 이제 우리는 전기가 부족해 불편하다며 개미처럼 전력을 생산하는 일에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에너지에 욕심부려온 결과인 지구의 미래를 염려해야 합니다. 19세기 중반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10년 가운데 9년이 2000년 이후에 몰려 있을 만큼 유례없는 더위가 계속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기후 재난의 빈도 또한 잦아지고, 그로 인해 수천의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난민이 되었습니다. 이번 세기 안에 지구 온도가 평균 1~5°C 올라가(우리나라는 3~5.9°C), 해수면 상승으로 앞으로 50년 안에 인구가 밀집된 지역들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하니 상황이 정말 심각합니다. 이미 남태평양의 작은 섬 투발루 국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자신의 나라를 버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구상에는 아직 13억 명이나 되는 이들이 필요한 전기를 공급받지 못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해가 지고 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등유램프를 쓰다가 화재나 호흡기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매년 150만 명이고, 그 가운데 65%는 아이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에너지빈곤가구(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 - 전기, 난방비 - 에 지출)가 120만이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원전은 더 이상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먼 곳의 발전소에 의지해 밀양의 할매 할배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전해져오는 잔인한 전기를 계속 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에너지전환’, 그러니까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 그리고 재생에너지 생산’의 길만이 해답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창조의 때를 기억하며 허락받은 것 이상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에너지 탐욕’에 눈멀어 생명을 고통스럽게 해온 자신의 삶을 회개하게 될 것입니다.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듯, 전기도 필요만큼만 사용하여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게’ 있기를 즐거워하고, ‘낮의 해’와 ‘밤의 달과 별’과 친하게 지내며 창조에 순응하는 삶을 살게 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에너지 비용을 더 내야 할 순간이 오면 기꺼이 낼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함께할 이들을 찾아 ‘절전소(Negawatt, 쓰지 않아 남은 전력을 모으는 곳)’를 짓는 것은 어떨까요? ‘대기전력을 차단하거나 전기제품 사용시간을 줄이거나’,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LED로 조명을 교체하거나 적정한 조도를 유지’함으로써 절약해낸 것을, 한 달에 한 번 모여 전년 대비 월 사용량을 통해 이야기 하는 자리를 갖되, 교회에서라면 구역(속회) 모임을 통해 ‘교회절전소’를 지어도 좋을 것입니다. 그만큼 원자력이든 화력이든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아도 되고 그 대신 건물에너지 효율화나 재생에너지 생산에 힘쓸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네가와트 시장 개념도
네가와트 시장 개념도

아무쪼록 우리 모두가 가능한 대로 ‘에너지전환’의 길을 걸어가, 에너지 위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 주시는 평안 가운데 ‘지키고 돌봐야할’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자유 함을 얻게 되길 기도합니다. 때로 ‘에너지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 오히려 조금 더 내려놓으면 됩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문제보다‘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므로’(마6:31~33), 방사능을 내뿜는 원전에 기대었던 삶을 주께 온전히 돌이킴으로, 지극히 작은 생명 하나가 주께 받은 바를 풍성히 누리게 될 그 날을 꿈꿉니다.(2015년 07월 01일)

-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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