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이야기(30)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바람이 불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요즘엔 거리를 걷기 불편하고 마냥 좋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안팎에서 부는 바람이 예전과는 다르게 심히 오염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하루에도 26천 번이나 들이쉬고 내쉬는 숨이 요즘 비상에 걸렸습니다.

언제부턴가 봄이면 서쪽에서 소리 없이 불어와 우리 마음에 희망을 안겨주던 봄바람이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동쪽을 바라보면 10년이나 흘렀지만 일본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능 문제가 우리의 숨통을 조여 옵니다. 우리 땅위 하늘에서도 미세먼지가 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 2013년부터의 일인데, 올해는 특별히 더합니다. 그러고 보면 제 숨을 쉬는 일이 저만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미세먼지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립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상당수의 크기가 지름 2.5μm 이하로 머리카락 굵기의 20~30분의 1도 안될 만큼 미세해 호흡기 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허파꽈리 등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또 혈관으로까지 들어갑니다. 그것이 혈액의 점성을 높여 뇌나 심장까지 영향을 미쳐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사망률을 높입니다. 정상적인 사람도 호흡이 곤란해지고 목이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위험 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잠시라도 숨을 못 쉬면 죽음에 이르고 잘못 호흡하면 심각한 질병에 걸리기 마련인데, 이토록 하늘이 오염되었으니 큰 걱정입니다. 그러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13년에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이겠지요.

문제는 먼지가 너무 작아서 호흡기가 걸러내지 못하니 매일의 일상 속에서 그냥 들이마실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흔히 초미세먼지를 PM 2.5라고 부르는데, PMParticulate Matters의 약자이고, μm(마이크로미터)로 표기합니다. 이는 백만분의 1미터로 우리 눈에 안 보이는 수준을 넘어서 호흡기뿐 아니라 피부로도 침투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미세먼지를 보는 우리의 시선입니다. 많은 이들이 미세먼지로 인한 불편함에 중국을 향해 눈을 흘기는데, 황사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환경부에서 낸 미세먼지에 관한 공식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공기 질에 영향을 주는 국외의 미세먼지 양은 일반적으로 약 305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국내에 있는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서쪽 하늘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유해성이 큰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만을 놓고 보면 국내요인이 더 크다고 합니다.

여하튼 미세먼지로 인해 관음죽, 산세베리아 등 공기정화식물과 공기청정기의 판매량은 부쩍 늘고, 너도 나도 마스크에 미세먼지 상황을 체크하기 분주합니다. 병원마다 호흡기 질환자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우리의 불편함과 아픔을 마음에 품은 채, 온 몸으로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봅니다. 황사에 미세먼지가 불어도 봄은 왔다가 물러갑니다. 우리가 파괴한 자연에서 날아온 황사는 물론, 풍요와 편리를 위해 내뿜어놓은 미세한 먼지가 만든 뿌연 하늘 너머에 있는 푸른 하늘을 그려봅니다. 지금이야 불편한 정도이지만, 그나마 누리고 있는 풍요와 편리함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지금 조금 불편한 삶을 선택함으로, 우리가 자연과 이웃 그리고 후손에게 진 빚을 갚고 모두가 골고루 제 숨을 쉴 수 있는 날을 꿈꾸어 봅니다.(20160510)

-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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