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이야기(31)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전 세계가 기후 위기로 혼란스럽다. 기후 과학자들이 내놓는 위기 예측은 우리 안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거나 절망하게 한다. 객관적인 데이터들이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남은 것을 최대로 사용할 생각에만 여념이 없다, 상처 입은 채 절멸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지구의 수용능력, 즉 지구생태용량에 맞춘 삶은 물론 사회시스템을 바꾼다는 생각은 않고 있다.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도가 상승해서 살인적 폭염과 폭풍, 가뭄과 홍수, 산불, 해수면 상승뿐 아니라 식량문제와 서식지 파괴로 인한 종의 멸종이 예고되고 있지만 파리기후협약 때 제출한 감축목표에 따른 이행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모든 나라가 자발적 감축목표를 다 지켜도 21003도까지 올라 지구가 회복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북반구 영구동토층의 메탄가스가 방출되어 8도 이상 올라간다는데 위기의식이 높지도 민감하지도 못하다.

 

녹고 있는 영구동토층, 환경재앙의 서막과 같다.
녹고 있는 영구동토층, 환경재앙의 서막과 같다.

상황이 이렇게 나빠지기까지 우리는 무엇을 해온 걸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거나 이기심과 탐욕, 그리고 편리함에 주저하면서 적당히 실천하고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지는 않았나? 아니 위기의 상황 자체를 피하거나 부인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 시대를 살고 있다. 기후위기의 순간을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위기를 직접 대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남아 있는 참 좋다하셨던 피조세계 속이든, 신음하는 피조세계 한 가운데이든 상관없다. 그 가운데서 일하고 계신 주님을 만나는 순간의 체험이 절실하다.

우리는 날마다 우리를 만나주시고 부르시는 주님의 만남 앞에 부끄럽지 말아야 한다. 신음하는 피조물들보다 더 애타게 우리를 기다리시며, 주님이 직접 오고 계신다. 주님과의 만남을 무엇으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기후변화 시대에 걸 맞는 만남이라고 뭔가 특별한 걸 생각해보지만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다. 오히려 부끄러움에 만남을 미루고 싶어진다. 주님과의 만남을 설레며 기대하기엔 기후약자들에 대한 사랑이 약하다.

하지만 주님과의 만남은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된다. 그리고 이 순간 주님과 만남은 기후위기를 피하고는 이룰 수 없다. 멈추어,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 거기서만 주님과의 만남은 시작될 수 있다. 나 개인뿐 아니라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가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주님을 함께 만나야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과 목표가 바뀌고, 그에 맞는 구체적 계획도 수립되어 실행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주님과의 만남은 우리와 우리 후손의 미래를 위한 만남이다.

주님은 지금도 나와 우리 공동체를 부르시고 계신다. 일찍이 만나본 적 없는 기후위기의 풍랑을 만난 우리에게 담대히 물 위를 걸으라 말씀하신다. 다행히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남아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내어 함께 걷자고 청하신다. 때로 하나님의 피조물들과 함께 아파하고, 때로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지금의 기후위기를 공부해보자. 공부하며 우리 공동체만의 기후행동을 만들어 공개적으로 선포해보자. 그러면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는 생명들을 두려움 없이 지키거나 용기 있게 증언하는 이들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때론 화석연료라는 모든 산업기반 구조의 확대에 저항하며, 재생 가능 에너지를 우리 공동체 안에 수용하기 위해 시간과 재정을 내게 될 수도 있다. 때론 하나님의 선물인 피조물을 존중하면서 지속해가는 삶을 살고, 또 그 삶을 보편적으로 살아내는 사회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의 기도요, 삶의 우선과제가 될 수 있다. 어떤 것이 되든 성서와 자연, 두 권의 거룩한 책에서 길을 찾아보자.

어떤 길이 되었든 기후위기의 순간에 온전히 참여해보자. 지금의 기후위기가 우리가 가진 순간이며, 기후위기의 이 순간에 하나님의 생명의 전부가 담겨져 있다. 우리에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두려움과 절망, 주저함 모두 벗어던지고 용기 내어 주님과의 만나는 우리 되기를 소망한다(20191231).

-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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