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업가 이병철의 하나님/황의찬/CLC/고경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주의 교회의 사역자의 부르심은 너무나 다양하다. 황의찬 목사의 이력이 상당히 특이하다. 28년동안 한국도로공사에서 재직하였고, 침례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 훈련을 하였고, 전주에서 온고을 교회를 개척하였다. 그리고 동 대학원에서 신학박사(Th. D)를 취득하였다. 늦깎이, 늦바람이 무섭다. 황의찬 목사는 5권의 저술을 집필하였다. 목회 20년을 한 사역자들은 몇 권을 집필하였을까? 황의찬 목사의 <아담은 빅뱅을 알고 있었다>라는 저술은 매우 흥미로운 저술인데, 그의 상상력과 호기심의 세계를 알 수 있는 저술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에도 20대보다 더 큰 호기심과 상상력이 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 창업가 이병철의 하나님>도 그런 유형의 저술이라고 생각한다. 이 질문은 1987년에 이병철 회장에 질문한 것이라고 한다. 2012년 로마 카톨릭 교회 차동엽 신부가 <잊혀진 질문>으로 출판하였다. 신부가 답변으로 책을 출판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침례교 목사 황의찬이 2021년에 답변서를 출판하였다.

“이병철”, 우리시대에 “돈”과 직결된 명사였다. 이병철 회장은 10년 가까운 투병 생활을 하였고, 1987년 11월 19일에 이태원 자택에서 77세로 세상을 떠났다(1910-1987). 이병철 회장은 죽기 한 달전에 절두산 성당 박희봉 신부에게 “신(神)이 존재한다면 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가?”라는 물음부터 “지구의 종말(終末)은 오는가?”까지 총 24개의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 질문의 답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박희봉 신부가 아닌 차동엽 신부가 그 질문의 답을 책으로 엮은 것이 <잊혀진 질문>이다. 그리고 개신교에서 황의찬 목사가 <삼성 창업가 이병철의 하나님>으로 출판되었다. 이병철 회장이 자기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우리말에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고 한다. 마틴 루터의 말처럼 하루에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으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그럼에도 복음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다.

이병철의 질문은 모든 무신론자들의 합리적인 질문이 아닐까? 이병철 회장의 질문에 교회가 답변을 해서 합리적 무신론자들에게 복음의 모습을 소개하는 것은, 비록 그가 듣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유익한 답변서일 것이다. 그리고 차동엽 신부의 답변과 황의찬 목사의 답변을 비교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 같다.

이병철 회장이 24개의 질문을 제시했는데, 그 질문은 불합리한 질문이 아니라 합리적 질문이다. 합리적 질문은 자기 인식의 한계에서 제기하는 질문이고, 자기 사고의 한계에 이르렀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처럼 깊게 사고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기업의 총수가 그런 깊은 철학 사색을 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황의찬 목사는 이병철 회장의 질문에 대해서 “이것은 이병철의 인간 냄새”라고 정리하며 답변하였다. 인간적 질문(합리적 질문)에 어떻게 신적인 답변(영생의 지식이 있는 답변)을 할까? 황의찬 목사의 저술의 내용이 궁금한 이유이다.

황의찬 목사는 이병철의 자서전 <호암자전>을 읽으면서 이병철의 사고를 제시하면서 답변하였다. 그리고 이병철에 관련한 여러 저술들을 섭렵하여 깊은 사색과 사상적 교류를 이루면서 집필하였다. 신중한 답변은 신중한 질문에 합당한 자세이다. 다만 질문자가 답변을 빠르게 듣기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질문자는 우리사회에 공헌자이고, 답변자도 우리사회의 공헌자이다. 자기의 사상적 과제를 끝내고 죽은 자가 없지만 그 명시된 과제를 끝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해서 남는다. 복음을 즉각 수용해서 영접하는 것은 오직 은혜의 산물이다.

황의찬 목사의 <삼성 창업가 이병철의 하나님>은 오히려 우리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저술이다. 황의찬 목사의 저술을 보면서 나도 이병철 회장의 질문에 답변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많은 연구자들이 또 다른 답변서를 제시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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