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목사님이 [보이차의 바이블] 기사를 보시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커피의 역사적 유례를 잘 짚어주셨다. 이재정목사님은 복된교회담임으로 차를 사랑하는 분이다. 다도의 복잡한 과정을 즐긴다. 


커피는 이슬람의 음료


본디 기독교 음료는 포도주였습니다. 커피는 이슬람의 음료였지요. 매사 익숙한 것들의 기원이 모호한 게 많지요. 커피의 기원도 그렇습니다. 커피가 만든 문화나 역사를 독점하려는 목표로 기원이 조작된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재밌는 기원설은 에티오피아에서 시작 됩니다. ‘칼디’라는 양치기 소년이 양들이 나무에 달린 붉은 열매를 따 먹고는 흥분하여 즐겁게 춤추는 모습을 보고 그 열매를 추적하여 결국 각성 효과가 있는 것을 발견했고 수행 중에 있는 이슬람 지도자들에게 알려져 종교적인 목적으로 음용이 시작 되었다는 설입니다. 이걸 마시면 잠이 달아났을 테니까요. 물론 픽션이 가미 된 기원설일 겁니다.

그 커피가 예멘을 거쳐 유럽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16세기, 교황이 커피를 반대하는 성도들의 뜻을 따라 커피 심판을 위해 마셨다가 그 오묘한 맛에 반해 오히려 공인합니다. 이후 기독교도들 사이에도 급속도로 퍼져 나갔으며 19세기에는 조선 땅에 ‘가베’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고종 임금이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부터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기록을 남깁니다.

여하튼 커피에는 각성 효과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호 식품이 되다 보니 음용 방법도 천차만별입니다. 볶아서 갈아서 물에 내려 마시는 전 과정을 철저히 거치는 경우는 잘 없고 대부분은 급조해서 마십니다. 그렇게 마실 수 있도록 각양의 방법들이 개발 되었습니다.

이재정목사, 복된교회담임, 서울신학대학교
이재정목사, 복된교회담임, 서울신학대학교

커피, 최고의 장점은 바로 거기 있습니다. 우리 교회 어르신들이 ‘연아커피’라 부르시는 봉지 커피는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얼렁뚱땅 타서 후루룩 마시면 그만입니다. 감칠맛도 그만이고, 정신이 맑아지는 각성효과를 쉽게 얻으니 바쁜 게 일상인 이 세상에 최고의 덕목입니다.


포도주, 맥주, 커피, 차 등 대부분의 기호 음료들이 다 종교에서 시작 된

공통점이 있습니다.


맥주의 역사는 거슬러 4천 년을 올라가 메소포타미아로 까지 갑니다. 그러나 실제 대중화 된 것은 중세 유럽의 수도원을 통해서입니다. 그러니 모든 음료들은 종교를 입고 세상에 나온 것이지요.

나는 커피보다는 차를 오래 마셨습니다. 절차가 복잡합니다. 그 일을 노동으로 치면 조밀하고 성가신 일들이지만 더 긴 역사 동안 그 절차를 다도(茶道)라고 이름 지어 정신 수양의 한 방편으로 삼았더랬습니다. 기실 바짝 마른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맑은 차를 우려 내는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게 많습니다. 사람 없이 홀로 기도로 머물 때, 이 과정은 맑은 영성을 함양하는 상징입니다. 그 정갈함을 사람이랑 나누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합니다. 차 우리는 동안의 수행 과정에 동참하기 보다는 얼렁뚱땅 타서 후루룩 마시는 게 더 몸에 익을 까닭입니다.

가을 아침 맑은 차 한 잔을 우립니다. 맑은 향이 감돕니다. 생각도 멈추고, 움직이는 것도 멈추고 가만히 아버지 말씀에 귀 기울입니다. 아! 차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귀를 여는 수행입니다. 세상 소리에서 들을 수 없는 세미한 음성을 듣습니다. 그 찻자리에 더 많은 영혼들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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