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

우리 나라는 근대화, 산업화, 현대화의 시대를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달려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그런데 그 휘황찬란한 빛 뒤에 그림자도 있습니다그중 하나가,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저는 바람의 손이라는 박태화 어르신이 지은 시집을 읽었습니다.


이분의 보석 같은 글들은, 여러 구슬을 명주실로 꿰어 아름다운 목거리를 만든 것과 같은 귀한 느낌을 받았습니다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이요 보배로웠습니다시집은, 120페이지 분량으로 크기도 앙증맞게 작지만 큰 감동을 마음에 주었습니다시구 한 절 한 절에 점잖은 품위가 느껴졌습니다인생의 깊이가 느껴지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취가 담겨져 있으며, 삶의 희로애락이  잔잔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박태화 어르신의 시는 그 어느 유명한 시인이 쓴 시 못지않게  삶의 깊이와 연륜이 묻어나는 진솔한 시입니다이분은 비문해자였습니다. 한마디로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분이었습니다그런데 이분이 부산의 남광종합복지관에서 문해 교육을 받으셨습니다그리고 문해 교육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입니다.

몰라서 두렵고, 몰라서 피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배움을 통해 해소되었답니다마음껏 읽고 쓰며, 은행이며 관공서에서 일도 척척 보게 되면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이분의 소원이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이었다고 합니다그 소원을 눈여겨 보아두었던 큰며느님이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서두르고, 가족들의 후원으로 아름다운 시집을 내게 되었습니다누구나 한번쯤 읽어 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이 됩니다이분의 시 일 년이라는 시 한편을 소개하면서 글을 닫습니다.

 


일 년

-박태화-


소리 없이 또 하루가 지나가네

눈 깜빡하는 사이 일 년이 지나갔다.

참을성을 가지고 값진 시간을 보내야겠지

가을 인가 싶더니 겨울을 재촉하고

겨울인가 하다 보면 또 봄이 오겠지

봄이 오면 모든 생물은

너도 나도 고운 자태로 올라오건만

우리 인간에게 왕복표는 없을까?

지금 이대로가 좋은데...


남광사회종합복지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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