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으신 하나님 앞에서 나만의 색깔을 빛내는 것이 목회

【편집자 주】 한국교회 내의 목회 환경이 변화되면서 이제는 교회 재정에 사례비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일을 하면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적 사명을 갖고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우리는 그분들을 일하는 목회자들(일목)’이라고 부른다. 현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는 약 만사천 명의 멤버가 활동하고 있다.

오늘은 한사람출판사 대표 우지연 전도사를 소개한다. 우지연 전도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4년에 교단에서 처음으로 기독교인성(성품) 교육을 시작했고, ‘애니어그램과 기독부모교육등의 주제로 강의를 해오고 있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남편을 도와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는 사모이며 부교역자 그리고 강단에서는 교수로 또 출판사대표로 활약하는 삶을 비춰본다그녀를 통해 다양한 한사람들이 세상에 소개된다.

Q1. 우지연 전도사님의 하는 일을 살펴보니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다양한 사역의 빛을 내고 있는데 독자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실까요?

A. 안녕하세요? 우지연입니다. 저는 45살이고요. 목사인 남편과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과 같이 살고 있어요. 제 사역의 현장은 좀 다양해요.

첫 번째 사역지는 최근에 부임한 개척교회에서 남편과 부교역자로서 사역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래서 교회학교 담당자, 소그룹 나눔담당자, 환경미화원, 예배섬기미 등 여러 가지 일들을 보이는 대로 하고 있지요. 이래봬도 현장에서 20년 동안 사역한 베테랑이어요.

오랫동안 학교와 목회 현장에 머물면서 느낀 것은 학교가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거예요. 현장에서 사역을 하지 않은 분들이 가르치다보니 교회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모르시더라고요. 교육은 현장을 위해 있는 것인데, 현장을 잘 모르고 책상에만 머무는 모습을 봤어요, 반대로 현장의 발전과 변화는 교육을 통해 가능한데 공부를 안 하는 현장 사역자들은 발전도 없고 사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경우도 보고요그래서 저는 교회가 저의 중요한 첫 번째 사역지입니다.

두 번째 사역지는 학교입니다. 저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한 박사인데 감사하게도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맡은 과목은 인간성장학, 기독교성품교육, 기독교교육심리 등에 대해 강의했어요. 신학교를 다닌 것만 해도 꼬박 12년이더라고요. 만약 제가 다른 학문에서 이 정도로 기여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부르심이어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이후부터 가지고 있던 기도제목이 있었어요. 저는 아주 작은 교회를 섬기면서 제대로 성경교육을 받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저는 저보다 어린 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중학교 2학년 때 성경 교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지만 나름 아는 것들을 가지고 하나님의 말씀을 잘 가르쳤어요. 그게 최초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해야 했고 공부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학생들이 품고 있는 교회와 앞으로 품을 교회를 상상하며 가르치고 있어요.

세 번째 사역지는 출판사입니다. 저는 한사람출판사를 만들었어요. 1인 기독교출판사지요. 제가 출판사를 만든 이유는 거창한 목적은 아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교회에서 일하고 싶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싶지만 기회조차 얻지 못한 적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많이 울었어요. 여러분이 이해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많이 가지고 있는데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에요. 마치 포도원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오후 3시의 일꾼처럼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거예요. 신학교 강사 자리도 매번 떨어지고요. 정말 목양을 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연구할 자리도 없고요. 그래서 울다가 이런 깨달음이 왔어요. ‘그래, 아무도 나를 취업시켜주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취업시켜주자.’ 그리고 출판사를 시작했어요.

 

Q2. 교회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출판사에서 열일을 감당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목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나요?

A. 저는 원래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이에요. 그러다가 성경을 잘 가르치고 싶어서 신학교에 들어갔어요. 제가 신학교에 들어가면서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어요. 정해진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그때 하나님께서 나에게 시키시는 일, 원하시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가졌어요. 저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이 나를 위해 하신 일을 기억하고 성령님과 동행하며 천국에 가는 것이 제 비전입니다. 이 땅에서 내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을 따라서 한 걸음씩 말씀 따라가려고 해요. 하나님이 때마다 나를 쓰시는 그 일이 목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3. 출판사를 만들고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출판 사역에 대한 특별한 소명이 있었나요? 특별히 출판사 이름을 <한사람>이라고 짓게 된 뜻이 있나요?

A. 기독교는 책의 종교라고 하잖아요. 목회자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 비해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한복음에 보니 이런 말씀이 있더군요.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 그러나 너희가 영생을 얻기 위하여 내게 오기를 원하지 아니하는도다" (요한복음 539-40)

책을 좋아하니까 책에만 머무는 사람들을 종종 봐요. 책에 대해서는 열정이 있는데 사람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은 사람도 보고요. 성경에서 만나는 예수님은 성경 안에만 계시다고 믿는 사람도 있어요.

한사람은 인간 실존으로서 한 인물을 말해요. 한사람은 말씀을 알고 말씀대로 살려고 애쓰는 한 사람이죠. 유명하지 않고 무명해서 잘 모르는 한사람이기도 해요.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사람,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너무도 중요한 사람들인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느라 정작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어요. 한사람 출판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Q4. 전도사님의 전공인 기독교교육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얼마 전 우지연 전도사님의 죄 가르치기라는 유튜브 동영상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거기서 전도사님이 말씀하신 한 대목 중에 아이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가지 않는 것이 맞다라고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이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전도사님이 생각하는 기독교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제 생각에 기독교교육은 성경을 잘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성경을 잘 가르친다고 할 때 예수님께 이 세상에 오셔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치시던 방식이 다 달랐다는 것을 봐야 해요. 예를 들면 제사장들이나 서기관 그리고 바리새인들과는 논쟁하시고 질문하셨지만 제자들이나 일반 대중들에게는 비유나 실물 교육을 하신 것처럼, 기독교교육은 구원의 복음이 담겨 있는 하나님 말씀을 그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설득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설명은 이미 나와 있지만 설득은 달라요. 설득은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도에 따라 멈출 수도 있고 더 갈 수도 있으며, 더 어렵게 가르칠 수도 있고 쉽게 가르칠 수도 있는 거죠. 기독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이어요. 대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Q5. 전도사님의 사역을 보면 일단 무작정 시도하기와 반응을 통해서 끊임없이 수정하고 다시 세우는 작업을 해 오신 것 같은데요. 여성사역자로 이처럼 다양한 일을 무작정 시도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한국교회 사역 현장의 대부분이 남성 사역자들에게는 익숙한 환경이어요. 남성 중심의 현장이 대부분인 가운데 나는 여성 사역자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개발해야 했어요. 기존의 여성 사역자들이 하던 것 외에 좀 더 새로운 것, 좀 더 빈틈을 찾아 일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것은 신학교 시절부터 남성사역자들과 비교해서 여성사역자들에게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할 수밖에 없던 현실이었던 거지요.

 

Q6. 기독교교육 분야에서도 남들이 잘 걸어가지 않은 다양한 시도들을 해 오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A. 남들이 도전하지 않은 시도를 하다 보니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려웠으며 많은 오해도 받았어요. 예를 들면 종교계에 인성 프로젝트를 할 때 왜 교회 밖에서 이런 것들을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 나의 정체성이 흔들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오히려 더 빨리 시도해서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하나님의 교육의 장을 넓혀보고 싶었어요. 하나님이 원하신다면 길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자꾸 도전하고 시도하다 보니 작은 열매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됐어요.

저는 후배들에게 사역을 이렇게도 할 수 있어라는 본보기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앞서 무작정 시도하기라는 표현처럼 살아왔어요. 현재 나는 한 아이의 엄마로 목회자의 아내로 또 교회에서는 여성사역자로, 학자이자 교수로 그리고 작가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다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다 감당하면서 버티고 싶었어요. 내 목적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수행하면서도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선배 목회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남녀 할 것 없이 똑같이 수능을 보고 신학교에 들어왔는데, 졸업 후 현장에서는 가는 길이 달랐던 거죠. 여성사역자들에게는 사역의 자리도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았어요. 교회의 과반수는 여성 성도인데, 여성사역자들은 좋아하지 않고 존중하지도 않았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그러면 어떤 여자 사역자가 될 것인가를 생각했지요. 하나님이 실패한 것이 아닌데 나를 여자로 부르시고 여성사역자로 부르신 것은 나만의 아름다운 색깔이 있어서일 테니, 이 색깔을 유지하면서 남성사역자들과 반목하기보다는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생각했어요.

 

Q7. 출판사역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봐요. 하나는 자신이 세운 어떤 가치를 세우고 그 가치에 따라 책을 출판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시대나 환경에 따라 독자들이 좋아하는 책들을 출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목사님의 출판은 어떤 편에 서 있나요?

A.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만들고 싶어 출판사를 만들었어요.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독자는 하나님이어요. 두 번째 독자는 저 자신이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책을 내고 싶어서 출판을 해요. 세 번째 독자는 작가예요. 무명하지만 묵묵하게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 저자들을 찾고 있어요. 네 번째 독자는 우리 책을 읽어 줄 독자예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은 이미 메이저 출판사가 잘 하고 있어요. 우리 출판사는 꼭 필요한데 나오지 않은 책들이나 유명하지 않아서 소개가 잘 안 된 그런 저자의 책, 그리고 실용적이지만 꼭 필요한 메시지가 있는 책을 만들고 있어요.

 

Q8. 한국교회에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있는데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일하는 현장에 나가신 목사님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분들은 일하는 것에 대해 의기소침한 분도 계시고요. 하지만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교회 안이냐 교회 밖이냐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을 가지고 여기에 서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봐요. 목회자의 자리가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3D 직업처럼 힘들지만, 하나님을 위해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하고 성도들을 섬길 수 있어서 행복하고 또 누군가를 섬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Q9. 미래세대에 교회나 목회자가 살아남는다면 어떤 모델이 있을까요?

A. 물론 미래에도 대형교회는 여전히 살아남겠지만, 그전에 목회자들이 바르게 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목사, 인사나 재정이 투명한 목회가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교회 안의 형식적인 것들은 앞으로는 무너질 것으로 생각되며,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입은 작은 교회들은 생존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Q10.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A. 목회자들은 굉장히 모범생들 같아요. 교회라는 틀을 벗어나면 안 되고, 성경만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생각이나 시도를 못해요. 하지만 한 손에 성경책이 있다면 다른 한 손에는 사람책이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읽을 수 있고 사람이 살아있는 책을 들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봐요.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 두렵겠지만 어차피 두려워하는 것이 인생이고 인간이어요.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뭔가를 할 때는 두려워하지만 말고, 그 분을 믿고 시작하면 평강이 있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나를 사용하신 하나님의 발자취를 생각하면 얼마든지 각자의 색깔을 빛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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