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참지 말고 감정표현을 잘 하는 훈련을 해야”

편집자 주한국교회 내의 목회 환경이 변화되면서 이제는 교회 재정에 사례비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일을 하면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적 사명을 갖고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우리는 그분들을 일하는 목회자들(일목)’이라고 부른다. 현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는 약 만이천 명의 멤버가 가입됐다.

오늘은 열여덟 번째 시간으로 <심리극마음여행연구소> 대표 유현애 전도사를 소개한다. 유현애 전도사는 25년 넘게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청소년·청년뿐만 아니라 직장인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하고 있고, 목회자·사모에 대한 상담도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또한 주일에는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교육 파트를 맡아 전도사로 사역한다.

유현애 전도사 (심리극마음여향연구소 대표, 거룩한빛광성교회 전도사)
유현애 전도사 (심리극마음여향연구소 대표, 거룩한빛광성교회 전도사)

Q1. 사실 사이코드라마라는 말이 심리극이라는 좋은 뜻이 있지만, 용어가 주는 인식은 정신병이라는 의미로 이해되기 쉬워 처음에는 마음 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A. 사이코드라마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올 때 그것을 소개한 분들은 국립정신병원 의사들이었다. 또한 사이코드라마가 처음 시작된 곳도 국립정신병원이다. 그러다 보니 사이코드라마는 미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라는 인식이 퍼졌다.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90년대 초반. 대학로 극장들이 쉬는 월요일에 극장을 빌려 심리극을 했다. 이렇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면서 사이코드라마가 일반화되기 시작했고, 심리극(心理劇)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가 TV에서 <SOS부부 솔루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등의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으면서 점점 인식 개선이 됐다. 사이코드라마나 심리극이란 말은 언어의 차이일 뿐 같다.

 

Q2. 실제 사람들이 심리극에 참여함으로 자신들의 마음을 열고 치유를 경험하나?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또한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나?

A. 사이코드라마나 심리극이란 말은 연극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집단상담이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참여자가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만 참여하면 되며 언제든지 멈출 수 있다. 강제성이 없고 자율적이다. 함께 하는데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액션이 있는 상담이다. 어릴 때 친구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소꿉장난을 하고 전투놀이를 하듯이 심리극을 놀이처럼 하다 보면 내 마음속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고 그러면서 내 마음이 풀어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 사이코드라마다.

사이코드라마는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첫 번째는 친밀감을 형성하는 단계, 다음에는 본 극을 하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는 단계다. 이렇게 상담자와 참여자가 충분히 친밀감을 형성하고 난 후 극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꿉장난 하듯이 참여하다 보면

내 내면의 숨겨진 이야기가 나와

Q3. 그렇다면 그 역할 분담은 어떻게 주어지나? 상담자가 지정해 주는가? 아니면 자기가 원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나?

A. 두 가지가 다 된다. 참여자들에게 역할을 지정해 주기도 하고, 본인이 원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준비과정을 통해서 주인공이 한 명 선택이 되면 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나갈 때 주변 인물들도 세워지는데, 다른 집단원들이 참여해서 그 역할을 맡아준다. 주인공을 위해서 극에 참여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다른 참가자들도 같은 치유의 과정을 겪게 된다. 큰 틀에서는 집단상담이지만 가끔 개인이 자신의 치료를 목적으로 요청을 할 때는 그 개인을 위해서 훈련된 보조자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학술대회 심리극 발표 장면
학술대회 심리극 발표 장면

 

Q4. 일반적으로 목회자들이 청소년들과 상담을 시도하다 보면 사실 접촉점 찾기부터 어려울 때가 많다. 청소년들과 상담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웃음의 카타르시스라고 생각한다. 사이코드라마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사이코드라마를 하다 보면 나중에 사람들이 감정을 폭발하면서 울고불고한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청소년들을 만나보니 청소년들은 우는 것을 싫어한다. 나는 청소년들이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서 많이 웃게 만들어준다. 속상한 것도 웃음으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아이들이 많이 웃으니까 반응이 나오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속상한 마음도 충분히 이야기하도록 해 주고 나중에는 다시 웃게 만든다. 청소년 상담할 때는 힘들고 어려운 것에 포커스를 맞춰 아이들의 문제점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 주변에 그 아이를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청소년들에게 사이코 드라마는

웃음의 카타르시스

 

 

Q5. 일반적으로 목회자들도 교회에서 신앙상담이라는 이름으로 목회적인 상담을 한다. 다양한 상황이기에 상담의 방법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상담하면서 조심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상담을 받는 성도(내담자)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목회자는 억지로 성도에게 이야기를 끄집어내지 말라고 하고 싶다. 내담자 입장에서 상담을 받으러 왔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이야기를 다 풀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목회자는 상담의 목적을 이루려는 욕심 때문에 억지로 끌어낼 수 있다. 그러면 역효과만 난다. 그래서 성도를 여유 있게 기다리면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Q6. 오늘날 목회자들은 예전에 비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 정국을 지나면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이 절실하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목회자들은 스스로 누군가에게 상담받기를 더욱 꺼린다. 이런 목회자들을 상담의 자리로 나가게 하는데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상처 입은 목사님들이 좋은 동료 목회자들을 친구로 맞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상담의 자리에 나오기 전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 상당히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혼자 있지 말고 나를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하는 목회자를 만나고, 그분들과 고민을 나눠야 한다. 목사님들의 좋은 모임에 참여해서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을 가지면 좋다.

나도 한 달에 한 번씩 청소년사역자협의회라는 모임에 참여해서 같이 식사를 하며 동료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상담사라는 직업도 하나님이 허락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상담을 받으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 목회자도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상담을 받으라.

 

목회자들은 상담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나 역시 상담을 받으며 여기까지 와

심리극 워크샵 장면
심리극 워크샵 장면

 

Q7. 목회자 상담 질문을 좀 더 하자면, 목회자 상담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A. 목사님들은 상담 장면에 오셔도 목사라는 틀을 못 버린다. 상담을 하다 보면 오히려 내담자가 아닌 상담을 해주려는 듯 다가온다. 아무래도 직업적인 특성인 듯하다. 이때 사이코드라마에서는 옷 벗기과정을 거친다. 상담자는 내담자인 목회자에게 ! 목사라는 옷을 벗어버리세요. 목사라는 옷을 벗어버리고 잘 개어두세요. 의자 밑에 잘 두세요그러면 점점 그 틀을 벗어버리고 인간 아무개로 서게 된다. 이처럼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목사라는 틀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 와중에도 끝까지 목사라는 옷을 벗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모님 집단도 있는데, 사모님들의 대부분의 교인들에게 상처보다는 남편인 목회자에게 받는 상처가 더 많다. 교인들에게 받는 상처는 남편에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남편에게서 받은 상처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목회자인 남편이 교회에서는 이해심 많고 친절하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성도인 아내에게 가장 이기적이고 무능력하며 남의 편이다라고 말한다. 사모는 첫 번째 성도다. 묵은 감정을 털어내어야 된다. 사모도 목회자로 역할을 바꿔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야 남편인 목회자를 이해할 수 있수 있으며, 목회자의 좋은 아내이자 사모가 될 수 있다. 사모님들이 상담을 통해 자기를 찾아가면서 나중에는 더 멋진 상담자가 되기도 한다.

 

목사의 옷을 벗고 상담에 임해야...

사모는 목사의 첫 번째 성도 

 

Q8. 사이코드라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아이들을 만나면서라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했는가?

A. 신학교 졸업하고 청소년교육선교회에서 학원사역을 담당했다. 그때 팀장을 맡았던 의정부 십대지기 박현동 목사님이 사이코드라마를 추천했다. 그렇게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다. 그전에 나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연극동아리 활동도 했고, 청소년 극단에서 객원배우로도 활동했다. 연극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를 적임자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이코드라마를 처음 접한 날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가 나를 드러내고 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느꼈다. 그 후 3년 동안 사이코드라마를 배울 수 있는 곳을 모두 찾아다녔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치료가 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후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겠다는 생각으로 직접 하게 된 것이다.

 

Q9. 20년 넘게 사이코드라마 사역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는 무엇이 있나?

A. 한 친구가 있었는데 불안과 강박증세로 인해 자살충동도 있었고, 지하철을 탈 수 없는 정도로 대인기피도 심한 상태였다. 가정적으로 기독교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주취폭력이 심했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는 가정이 다 깨어진 상태였다. 드라마심리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서 개인상담을 먼저 진행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드라마치료도 병행했다. 다행히 이 친구가 신앙도 있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확연한 변화를 보였다. 1년 정도 과정을 거치면서 무엇보다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이 자라났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집에서 자기표현을 하니까 아이도 건강해지고 가족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족들이 다 행복해졌다. 또 이 친구가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서 찬양하는 것을 두렵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게 찬양을 한다. 그 친구를 보면서 한 사람이 변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Q10. 성도들이 종종 자신이 받는 상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나?

A. 무조건 참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억압이고 분노가 되고 응어리가 되어서 병이 된다. 응어리는 나를 아프게 한다. 이것이 결국에는 암이 되고 신체의 질병이 된다. 이것이 정서로 가면 폭력이 된다. 이런 경우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사람인데 집에만 오면 폭력을 휘두른다. 그것조차도 못하면 병원에 가게 된다. 참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 자기를 학대하는 방법이다. 오히려 나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솔직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감정표현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표현과 분노표출은 다르다. 분노표출은 참다가 갑자기 화를 !’ 터뜨리는 것이라면, 감정표현은 자신의 현재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바르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화법을 잘 배우고 잘 훈련해서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노 폭발을 하지 말고

감정을 표현해야

 

Q11. 코로나를 겪고 있는 한국교회 교인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무엇이라 말하고 싶나?

A. 한국교회가 코로나로 인해서 어려운 시기를 가고 있다. 이 때 하나님 안에서의 신앙적 소속감을 회복하자라고 말하고 싶다. 점점 개인주의가 만연해있는 이 때, 소속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속감의 첫 번째는 하나님과 희망적 소속감이다.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성경은 너 혼자 잘 살아라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말하고 있다. 하나님 안에서 소속감 회복에 우선 될 것은 가정의 소속감과 교인으로서의 소속감 회복이다. 또한 가족들이 건강하게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법을 공유하고 가정예배를 드리면 좋겠다. 가정 예배가 딱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정이 예배를 통해 회복되면 탄탄해진다. 또한 예배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드리도록 하고 예배 시간은 전체 10분 정도가 적당하며, 가급적 설교는 습관화되기 전까지는 하지 말고 성경말씀만 읽고 마치는 것이 좋다. 교회에서도 소속감을 갖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것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감을 갖게 된다.

 

하나님 안에서

신앙적 소속감 회복이 중요

 

Q12. 유 전도사님은 여성사역자로 25년 동안 이중직 사역을 해오셨는데, 이것에 대한 소회를 말하자면 무엇이라 할 수 있나?

A. 일단은 굉장히 행복하다. 내가 전문가라는 것과 사회나 교회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도울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 교회에서 13년 정도 있다 보니 성도님들 중 언제 목사님이 되느냐?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이대로가 너무 좋아요. 전도사로 교육부만 맡고 싶어요.”라고 한다. 나는 목회학과를 전공했는데, 교회 안에서는 교육 전문가가 되고 싶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신앙 안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너무 즐겁다. 교회 안과 밖의 일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 밖에서는 신앙인인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고 싶다. 교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꿈이 있다면 기독교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사이코드라마를 하고 싶다.

 

Q13. 전도사님이 생각하는 한국교회 미래목회 모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사실 나는 파트 사역만 하다 보니 교회를 큰 틀에서 보는 것이 약하다. 하지만 미래목회의 좋은 모델로서 한국교회를 향해 좀 바란다면 진심으로 만날 수 있는 참 만남이 있는 교회, 좀 더 타인을 배려하는 교회로 가야 한다고 본다. 나 중심의 신앙이 아닌, 타인들을 배려하고 인정해주고 알아주고 표현해주는 교회가 좋은 모델로서의 교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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