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를 무장해제하라>는 책을 보면서, 그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제국 아래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이었는지 보게 되었습니다. 바울 사도는 제국 아래서 신앙을 지켜가는 성도들에게 늘 은총을 빌어 주었습니다. 

제국의 힘은 너무 거대하며 삶을 압박하고 짓누르는 힘에 도리어 성도들은 환대, 친절, 포용으로 맞서며 그들의 삶의 자리를 성소로 바꾸었습니다.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하고, 삶의 무게는 커지고, 치열한 경쟁은 과열을 부추기는 시대, 그 사이에서 저마다 외로움이 젖어들고 있습니다. 누구나 할 것 없습니다. 그래도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도록 해 주는 교회가 고향 교회와 같은 포근함을 잃지 않는 교회이면 좋겠습니다. 

성도들에게 야단치지 말아주세요

야단을 많이 맞으면 기가 죽습니다. 어제 어떤 분이 제게 말해주더군요. 목사님은 성도들에게 야단치지 말아주세요. 교회에서 조차 야단 맞으면 성도들은 설 곳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말을 덧붙였습니다. 목사님! 마음 둘 곳 없는 세상입니다. 
그래요. 오직 마음 둘 곳은 고향 같은 교회입니다. 
그곳에는 누구 할 것 없이 은총을 빌어주었습니다. 말 한마디에서 위로와 격려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중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일터가 성소가 된 청년

어젯밤 한 카페에 들렀습니다. 제가 호기심에 디카페인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 물었습니다. 커피를 내리는 청년이 자기 지식을 다 동원하여 친절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과거에는 커피 생두를 약품 처리하여 카페인을 빼냈는데, 건강에 좋지 않아 지금은 사탕수수 물에 생두를 푹 담가 놓으면 카페인이 빠진다 합니다. 그 원두를 말려 로스팅하면 디카페인 커피가 내려진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설명을 듣고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니 더욱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느꼈습니다. 그 청년이 친절을 베풀며 손님들을 환대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일터가 청년에겐 성소가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매일 은총을 빌어주라

매일 누군가에게 은총을 빌어주는 마음이 내 삶의 자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어제 저녁 비가 쏟아지는 중에 식당에 들어가니 아주머니가 미소로 환대하며 미소와 친절로 반찬 한 가지 한 가지를 설명해 주며 맛있게 드시라는 멘트 한마디가 피로감을 씻어주는 따뜻함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피곤함이 짙어가는 현실에서 아직도 곳곳에서 아름답게 만들려는 노력이 있기에 우리는 중심을 잃지 않고 또 누군가에게 은총을 빌어주는 삶이 지속된다고 믿게 됩니다.

이명재목사. 실로암교회. 서울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
이명재목사. 실로암교회. 서울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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