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 주는 일상의 기쁨

교회 울타리는 호박, , 머루, 모과, 보리수, 구지뽕, 주목, 은행나무로 둘러쌓여 있고, 작은 정원겸 텃밭에는 파, 상추, 배추, 시래기 무 등이 심겨져 있다. 매년 열매를 볼 때마다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수고한 것은 작은데 기쁨의 열매는 아주 크다.

가을은 호박의 계절인 듯하다. 교회주변에 몇 포기 심어 놓았는데 온 밭을 덩굴로 덮었다. 금년에는 호박 풍년이다. 그 이유는 아내가 음식물 찌꺼기를 땅에 계속 파묻어 놓은 것이 비료가 되었던 것 같다.

호박은 다양한 반찬 재료가 된다. 주부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재료로서 충분하다. 호박 입은 뜨거운 김에 져서 된장에 고기 한 점 넣고 싸먹으면 혀에 느껴지는 감칠맛이 너무 좋다. 상추를 비롯한 잎 채소류 중에 으뜸일 듯하다.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의 깊은 비밀을 안다. 호박과 풋고추 넣은 된장찌개와 호박에 새우젖 넣고 자글자글 데쳐서 흰밥에 비벼 먹으면 그 맛은 식욕을 돋구는 밥도둑이다.

또한 싱싱한 호박을 바로 따서 호박전을 붙이면, 재료가 주는 고유의 맛이 살아 움직인다. 인생의 즐거움중에 먹는 즐거움이 제법 크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육전으로 채워진 음식은 먹은 후 소화시간이 참 길고 때로는 속이 편하지 않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싱싱한 식물은 먹을 때도 부담스럽지 않고, 먹은 후에는 속이 편하다.

심어만 놓으면 열매는 알아서 달린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탈이 없다.

사도바울은 고린도교회에 서신을 보냈다. 고린도교회 심한 분쟁을 하고 있었다. 바울파, 아볼로파, 게바파, 그리스도파로 나누어 갈등하고 있었다. 버울은 그리스도께서 나누었느냐? 질문을 하면서 바울이 너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혔으냐?, 바울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었느냐? 심하게 질책을 했다. 그리고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고전3:6,7).

사람의 성장도, 교회의 성장도 내가 자라게 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심고 물주는 것뿐이다. 영적으로 자라게 하시는 이는 오직 하나님뿐이다.

식물을 재배하는 것도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줄 뿐이다.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다.

작은 정원 텃밭을 가꾸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런 작은 행복이 생활의 소소한 기쁨이 되는 것 같다.

은퇴 후,이런 느낌 살려 내려면 작은 텃밭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다. 도시 아파트에서는 작은 기쁨 누리기 쉽지 않다. 흙을 밟으며 산다는 것은 조금 불편한 것이 있지만 아주 다양한 즐거움을 체험하며 누릴 수 있다.

너무 반질반질한 인생의 꽃길만이 능사가 아니다. 비포장도로, 험한 도로를 즐겨라. 새 길을 열어간다는 것은 불편하고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항상 고달 푼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포장도로를 묵묵히 걷다보면 때로는 보석을 발견하기도 한다. 새길을 열어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즐거움과 편안함과 안락함을 내려놓고 새일에 헌신한다. 자신의 땀으로 이룬 것만이 가치가 있다. 남의 것에 너무 목말라 하지 말라. 내 것이 아닌 것에 과도한 욕심은 인생을 흐트러트리는 요인이 될 수 도 있다. 자신의 길을 걸어가라. 영적인 법칙이나 자연의 법칙이나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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