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샘을 파야하는 말씀 사역자

  • 입력 2020.10.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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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철 연속칼럼】 말씀 사역자에게 고하는 말씀 (13)

한명철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은혜와 평강교회를 담임하며 30권의 저술과 글쓰기를 통해 복음 사역에 애쓰는 목회자다
한명철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은혜와 평강교회를 담임하며 30권의 저술과 글쓰기를 통해 복음 사역에 애쓰는 목회자다

선택-집중-반복-몰입하는 말씀 사역자

얼마 전에도 선택, 집중, 반복, 몰입에 관해 언급한 기억이 난다. 성실한 말씀 탐구자로, 신실한 메신저로 하나님의 말씀을 다루는 이들을 위해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몰입을 통해 얻는 극상의 즐거움을 원한다면 우선 ‘선택과 집중에 철저 하라!’ 권하고 싶다. 개인적인 이야기 한 토막을 나누려 한다. 선택과 집중이란 관점에서 이해하기 바란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가 대중적인 관심사가 되면서 확진도 전 세계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거의 2년 동안 본헤럴드에 칼럼을 게재하다 갑자기 중단했다. 그럴만한 절필 사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교회에서의 모임이 중단되고 바깥 활동이 제한당하면서 ‘방콕’에서 이 방 저 방으로 대시하는 ‘방글라데시’ 처지가 되니 뭔가 색다른 도전을 하고 싶은 생각이 났다. 일상적인 삶을 진행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바둑의 문을 두드렸다.

학창 시절 머리가 허연 동네 할아버지가 무료함을 달랠 겸 바둑의 ‘바’자도 모르던 까까머리 학생에게 스물다섯 점을 깔고 두게 한 것이 바둑 입문이었다. 1년 만에 할아버지를 아홉 점 놓게 할 정도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시간 날 때마다 소위 동네 바둑을 즐기며 기력이 조금씩 늘어난 것 같다. 잘 두지는 못해도 기호라 할 만큼 좋아했기에 오랜만에 인터넷 바둑을 찾았다. 코로나를 빙자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online-go.com/play이었다. 대국을 신청했더니 20급으로 시작하도록 자동 셋업이 되었다. 도전자의 실력에 맞는 인공지능 대국자가 승인하면 대국이 진행되었다. 비록 자투리 시간이긴 해도 인공지능 바둑의 고수들과 겨루어 고수 반열에 드는 것이 목표였다. 대국은 제한시간 20분에 초읽기 30초가 5회 주어졌는데 대개 20분을 마치기 전에 승패가 결정 나곤 했다.

인공지능의 속기 능력은 대단했지만 아래위로 몇 급 한도 내에서 대국이 허용되었기에 필자도 치열하게 전투바둑으로 일관했다. 결과만 언급하려 한다. 667전 521승 146패 승률을 따져보니 78.1%였다. 가장 신났을 때는 고단자(한 인공지능 대국자는 Royal Zero 6단이었고 다른 대국자는 잊었음)와 겨루어 두 번 불계승했을 때였다. 물론 패한 횟수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6단이 되었다. 시작할 때의 목표보다 나은 결과를 얻었기에 인증사진만 아이폰에 남기고 인터넷 바둑을 등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스스로도 놀랐다. 이야기의 논점은 분명하다. 뭔가를 선택하면 무섭도록 집중하고 목표한 바를 이루기까지 같은 도전과 싸움을 반복하면서 승패의 비좁은 길을 몰입 상태에서 헤쳐 나가다 보면 성취감과 더불어 그 세계에서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자신의 샘을 파야하는 말씀 사역자

필자는 성경을 암송하고 연구하는 과정에도 이런 방도로 접근한다. 엄청난 독서와 젊은 시절부터 스스로 일궈온 평생학습의 노하우가 바탕이 되긴 했지만 어떤 주제이든지 두렵지 않고 양질의 자료들을 확보해서 선별하여 최종 정리에 적극 활용한다. 골치가 아프거나 싫증이 난다거나 하는 이상 증세도 없었다. 오히려 연구하며 탐구하는 즐거움에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연거푸 날밤을 새우기가 일쑤였다.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 수도 있지만 평생 말씀을 붙들고 씨름하며 유력한 메신저의 길을 걷고 싶은 이라면 기필코 도전해보라 강력히 권하고 싶다. 말씀에 파묻혀 진리의 깊고 맑은 샘물을 길어내며 천국과 지옥의 경계 선상에서 우왕좌왕하는 뭇 영혼들을 높고 밝은 방향으로 이끌 메신저, 대언자의 영광이 그에 걸맞은 전심전력의 자세를 당연히 요구한다.

나와 당신은 스스로가 선택했든, 하나님에 의해 선택되었든 이미 집중하고 몰입해야 할 무엇인가와 마주 대하고 있다. 한 사람의 설교자로서 지금껏 이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리 해야 한다면 별 도리가 없다. 잘해왔다면 그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면 된다(keep on running). 2% 아니라 1%라도 부족함을 느끼면 특단의 조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되 '자신의 샘물을 파는 것'(dig your own fountain!)이 중요하다. 이삭이 곤고한 세월을 뒤집고 형통의 축복에 거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아비멜렉의 종들이 메운 아비의 샘물을 다시 팔 뿐 아니라 자신의 샘물을 팠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로 그의 삶은 르호봇의 은혜 중에 거했다. 더 이상 적대자들이 집적대는 일도 없었고 다툼도 사라져 하나님이 넓힌 장소에서 번성을 노래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르호봇을 얻기까지 멈추지 않는 말씀 사역자

위대한 설교자들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시대를 깨우고 죄의 세력과 타협하기를 거부하면서 하나님의 자존심을 지킨 시대의 메신저들이 드물게나마 존재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메시지를 음미할 수 있음은 우리가 누리는 엄연한 축복 중의 하나다. 중세의 암흑기에 숨죽여 살아야 했던 진리의 파수꾼들은 회복의 은혜를 누리기 전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설교할 강단권을 영구히 금지당한 상태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잘리고 덮이고 버려진 주옥같은 설교들이 얼마였던가! 오늘에 와서 우리는 개혁자라는 이름으로 남긴 몇 편의 설교와 무명 설교자들의 우레 같은 메시지를 살 떨리는 감격으로 듣는다.

지옥의 종들이, 마귀의 앞잡이들이 메웠던 위대한 조상들의 샘물을 이삭이 그리했던 것처럼 우리는 다시 판다. 또 다시 판다. 잃었던 선배의 이름을 붙여 명예를 회복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 자신의 샘물을 판다. 원수가 그냥 있을 리 만무다. 다투고 시비를 걸 것이 뻔하다. 그래서 내 자신의 샘인데도 에섹이 되고 싯나가되어 원수에게 빼앗겨버린다. 중단하면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러기에 더욱 자신만의 샘을 파야 한다. 언제까지? 에섹과 싯나가 끝나고 르호봇이 시작될 때까지다. 르호봇 이후 이삭의 삶은 이전과 완연 달라졌다. 아비멜렉의 학대를 받던 그가 아비멜렉을 책망할 위치에 선 이른바 역전의 은혜란 ‘새 판짜기’가 이루어졌다.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셨다. 왜? 이삭이 자신의 이름으로 된 확실한 자신의 샘물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런 그를 영예롭게 만드시고 형통 일변도의 삶으로 팍팍 밀어주셨다.

전능자의 목소리가 되어 천상의 뉴스를 대언하라

이삭은 르호봇을 얻기까지 우물파기의 삶을 선택한 이후로 중단 없이 그 일을 계속했다. 적대자들과의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까지 도전과 양보의 삶을 반복했다. 아비의 샘물에서, 에섹과 싯나의 샘물을 거쳐 르호봇의 샘물을 얻기까지 그는 마지막에 웃는 자로서의 이삭 이름 그대로 ‘미소’ 천사가 되었으니 몰입의 경지를 이룬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당신은 이삭처럼 미소의 달인이 되어야 하고 스스로의 미소로 주변을 웃게 만드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삭 출생의 소식이 주어졌을 때 장막 문에서 엿들은 사라는 속으로 웃으며 불가함을 확신했다. 사라는 하나님의 능력을 비웃었다. 선하신 하나님의 의지가 사라의 불신보다 컸기에 하나님은 사라의 비웃음을 이삭의 미소로 바꿔주셨다.

하나님의 특출 난 메신저를 꿈꾸며 분투노력하는 당신의 시도를 사람들은 비웃을는지 모른다. 당신이 일군 열매를 빼앗으며 시비를 거는 세력도 당신의 주위를 맴돌 것이다. 그래도 집중하고 반복하고 몰입하는 동작을 그치지 말라. 하나님은 선하시고 공평무사하시며 능력이 있으셔서 어느 순간 당신을 인정하시면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자리로 당신을 이끄신다. 전능자의 목소리가 되어 천상의 최신 소식을 대언하는 자(prophet), 새 시대의 일출과 역사의 일몰을 먼저 보고 세상을 향해 외치되 그 옛날 하박국 선지자처럼 달리면서 외치는 전달자(herald), 본 것을 본대로, 들은 것을 들은 대로 전하는 증거자(martyrs)로 삼고 말리니 당신은 꿈을 현재화시키기 위해 애쓰는 지금의 노고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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