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량품 목사입니다.

제주도 3박 4일 짧은 일정 가운데, 저녁 늦은 시간 제주도 해변 까페에서 김창환목사님(제주열린문교회)을 만났다. 30년전에 태광성결교회(당시, 고 방승태목사 시무)에서 교육전도사 시절 함께 교회를 섬겼던 인연이다.  

김창환 목사는 불량품 목사가 관광버스에서 설교하는 목사”, 또는 나는 관광 버스 안에서 설교하는 목사라는 제목의 기사로 타 언론사에서 소개 된 적이 있다. 제주도 1호 목사관광가이드이다. 외국 선교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선교사와 유학생 목회자들이 생활을 위해 공부과와 가이드 겸업을 하는 것은 흔한 경우이다. 그런데 국내 제주도에서 목사가 관광 가이드로 목회를 겸해서 하는 경우는 처음인 듯하다. 김목사가 관광버스안에서 목회를 하게 된 동기는 먹고 살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주신 생각이 발단이 되었고, 그 결과 목회의 지평이 넓어졌다고 고백한다.

김장환목사, 서울신학대학교신대원, 제주열린문교회,  저서로는 "설렁설렁 읽는 제주도 선교이야기"등이 있다.
김장환목사, 서울신학대학교신대원, 제주열린문교회, 저서로는 "설렁설렁 읽는 제주도 선교이야기"등이 있다.

Q1. 육지에서 목회를 하다가 제주도 목회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제주도에는 연고가 없었다. 선배 목사님의 권유로 일주일 만에 삶의 자리를 정리하고 제주도에 왔다. 벌써 21년이 되었다. 저의 인생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20004월 고난 주간에 와서 고난만 당하다가 2010년 부활절에 부활한 인생이다.

처음 제주도에 담임목사로 부임했을 때 2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교회였다. 처음에는 서로 기쁨으로 열심히 사역을 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제주도만의 독특한 문화와 상황, 섬사람의 기질과 가치관의 차이로 성도들과 갈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세월이 갈수록 갈등은 점점 심해져만 갔고, 결국 나의 고집과 독선을 꺾지 못한 성도들은 교회를 모두 떠났다. 텅 빈 예배당은 너무나 초라하였고 가족과 드리는 예배는 참담하기 짝이 없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쓰리고 미어진다. 제주도 목회 10년 성적표는 너무도 초라한 실패작이었다.

 

"나의 설교 장소는 순교지와 버스안이다"

고난의 시간을 지나서 지금 우리 교회는 30평 남짓한 상가 건물에서 30~40명 정도의 성도가 예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매월 초교파적으로 100여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을 대상으로 설교를 하고 있다. 나의 주된 설교 장소는 교회가 아니다. 우리 예수님이 산과 들에서 설교하셨듯이 나는 선교지에서, 우리 예수님이 성전 뜰에서 설교를 하셨듯이 나는 순교지에서, 또한 우리 예수님이 배 안에서 설교를 하셨듯이 나는 버스 안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버스 안에서 가장 많은 설교를 하고 있다. 이렇게 설교 할 수 이유는 1년에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섬 제주도가 나의 목회지이기 때문이다.

 

Q2. 제주도 목회의 터닝 포인트가 된 계기가 된 사건은

제주도 목회 10년 만에 나의 모든 자존감이 무너졌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자로 만들어 버렸다. 목회, 기도, 전도 어느 것 하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왜 하필 목사가 되었을까... 제주도를 오는 게 아니었는데...’라며 매일을 후회 속에서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속에서 한 가지의 조그마한 울림이 있었다.

창환아, 갈라디아서를 암송해봐

이유도 목적도 모른 채 막연히 갈라디아서를 암송하기 시작하였다. 갈라디아서를 매일 같이, 몇 달 동안 반복하며 암송했다. 어느날 말씀을 암송하는데 말씀이 새롭게 다가왔다.

어리석도다 김창환 목사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이 네 눈앞에 밝히 보이거늘 누가 너를 꾀더냐... 네가 이같이 어리석으냐 성령으로 시작하였다가 이제는 육체로 마치겠느냐

이 말씀 앞에 대면하는 순간 나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려 내렸다. 오랜 세월 원망으로 가득 찼던 마음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내 양을 먹이라’, ‘죄인도 원수도 친구로 만들라는 주님이 주신 사명으로 목회의 길에 들어섰지만 성도까지도 원수로 만들어 버린 불량품인 나의 모습, 갈라디아 교인들처럼 성령으로 시작하였지만 육체로 마쳐 버린 어리석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하나님 나는 불량품입니다. 내가 바로 불량품 목사입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통곡하며 기도하였다. 하늘의 위로가 나를 덮었고, 답답했던 나의 마음에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흘려 넘쳤다.

실패한 제주 목회지는 나에게는 야곱의 광야와 같은 곳이었다. 광야와 같은 곳에서 홀로 아파하고 고통 속에 있을 때 하나님은 나를 찾아오셨다. 그 날 이후로 같은 장소, 같은 건물, 같은 환경이지만 더 이상 제주는 나에게 광야가 아니라 벧엘(하나님의집)이 되었다.

그 후로부터 나의 모든 삶은 달라졌다. 나의 입에서는 찬송이 끊임없이 흘려 나와 황소를 드림보다 더 좋은 찬양을 주님께 드렸고, 시간만 나면 미친 듯이 성경을 읽어 신구약 성경 수십 독을 하였다. 가족을 포함해 5~6명이 전부인 교회지만 하나님의 임재를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찬양 가사처럼 아버지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고, 아버지의 소원이 내 소원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는 내 삶의 중심이 되었고, 그때부터 하나님이 내 삶의 지경을 넓혀 주시기 시작하셨다.

Q3. 제주도 관광 가이드 중에 목사는 처음인 듯싶다. 어떤 계기로 가이드 목사가 되었는가?

성경 통독과 성경 1000절 이상을 2년 동안 암송하면서 내안에 깊은 감동이 찾아왔다. 설교를 너무 하고 싶었다. 하나님 나도 설교하고 싶습니다. 부흥회도 인도하고 싶습니다. 몸부림치며 기도하는데, 마음에 감동이 찾아왔다. 창환아 예수님이 어디서 설교를 했니네 산에서요, 들에서도요, 배위에서도요. 만약에 예수님이 제주에서 계셨다면 어디서 설교를 했겠니, 이 도전적인 질문앞에, 맞아 예수님이 제주도 계셨다면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관광버스 안에서 했을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축복은 언제나 우연한 기회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임이 분명하다. 어느 날 우연히 지인을 통하여미자립 교회 사모 위로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제주 선교지를 방문 하며 관광버스 안에서 나는 불량품입니다.’라는 간증을 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반응이 일어났다.

목사님! 큰 은혜 받았습니다. 목사님은 버스 안에서 부흥회를 하고 있습니다.”

목사님! 우리도 목회가 힘들어 그만두어야 할까 갈등 중이었는데 목사님의 간증을 통하여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목사님! 우리도 이제부터 성경을 열심히 읽겠습니다.”

사모님들의 고백은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고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버스 안에서의 설교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축복의 통로가 되어 지나간 세월 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목사님! 혹시 헌신예배 인도해 줄 수 있나요?” “부흥회해 줄 수 있나요?” “중국 신학교 강의해 줄 수 있나요” “중국 가정교회 부흥회 좀 해주세요?” “미자립교회 자비량 부흥회도 가능한가요?”

버스 안에서 은혜 받은 분들이 강사로 초청하기 시작하였고, 나의 인생에 처음으로 제주도를 벗어나 육지뿐만 아니라 중국가정교회, 중국신학교에 이르기까지 지경이 넓혀져 갔다.

관광버스 선교사로 쓰임 받으면서 나의 삶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제주도 목회가 무인도 같았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벧엘이 되었다. 나는 제주도에서 유배를 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많은 분들에게 선교지를 소개하고 간증을 하며 감동을 나누는 행복한 목회자가 되었다.

Q5. 설렁 설렁 읽는 제주 선교이야기 책을 쓰셨는데 어떤 책인가?

버스 선교 사역을 하면서 제주 선교지에 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제주 선교 이야기를 모아 설렁 설렁 읽는 제주 선교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였다. 제주 극동방송국 PD가 내 책을 보고 연락이 왔다. “목사님! 1시간 동안 전국에 제주도를 소개하는 추석 특집 방송이 있는데, 혹시 시간을 내어 제주 선교에 대해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저야 너무 너무 감사하지요이것이 인연이 되어 설렁 설렁 듣는 제주 선교이야기라는 제목으로 2년 동안 방송을 진행하는 축복을 누리기도 하였다.

 

Q.6 김창환 목사는 한국성결신문이 주최하는 작은교회 목회수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목회수기에 실린 김창환 목사의 전도 간증 이야기이다.

[간증1]"어느 중환자와 시각장애 가족 전도"

어느 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60대 중반의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 분의 외형은 살과 근육이 없어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었고, 목을 뚫어 음식을 섭취하며 생명을 겨우 부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마음이 들어, 그분의 귀에 대고 간절한 마음으로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는 예수님을 영접하기 원하면 눈을 깜빡여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는 눈을 깜빡였고, 나는 즉시 병상에서 세례를 베풀었다. 그분은 새롭게 시작된 열린문 교회의 첫 세례교인이 된 것이다. 얼마 후 할아버지는 하나님 품으로 갔고, 장례를 치루던 중 아내분의 놀라운 간증을 듣게 되었다.

아내는 남편이 소천하기 직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환상을 보았다. 세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온갖 아름다운 꽃이 있는 꽃밭에서 남편이 자신에게 손짓을 하며 멀어져 가는 환상이었다. 깜짝 놀라 눈을 뜨는 순간 남편이 소천 하였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믿음 없는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낙원을 보여주셨고, 부인은 60평생 처음으로 교회에 출석하였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수 년 동안 병간호로 수고한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었던 것이다. 그 후 병원선교의 문이 열려 매월 첫째 주일 오후에 할아버지에게 세례를 베풀었던 병원에서 환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몇 개월 후 심방예배를 드리던 중 아내 분은 나에게 수면제 한통을 주며 말하였다.

목사님! 이 수면제는 틈틈이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고 가져온 독한 수면제입니다.”

아니! 수면제를 왜 모으셨어요?”

부끄러운 말이지만 제가 시력이 좋지 않아서 남편이 죽고 난 다음 이 약을 먹고 남편을 뒤 따라 갈려고 모았습니다.”

시력이 좋지 않은 그분은 남편이 이 세상을 떠나면 같이 떠나갈 생각을 하였지만, 예수님을 만나고 천국을 사모하는 그에게 더 이상의 수면제는 필요치 않았던 것이었다. 제주 목회 10년 동안에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감격의 순간이었다. 하나님의 눈동자로 영혼을 바라보기 시작할 때 하나님은 영혼을 붙여주셨던 것이다. 시각 장애 2급인 이 분은 현재 우리 교회의 권사님이 되었고, 이 분이 전도한 새 신자는 다음 달에 권사 취임을 한다.

[간증2] "50년 작두 보살을 전도하다"

교회 아래에 50년 이상을 무당으로 살아온 꽤 유명했던 작두보살집이 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우리교회 탈북자 집사님이 그 무당을 전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전도지를 문 사이에 꽃아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무당집에 들어갔다. 방안에는 수 십 개의 크고 작은 우상들이 있었다. 집사님은 방 가운데에 있는 방석에 무릎을 꿇어 한참을 기도하였다. 그리고 담대하게 말하였다.

할머니! 하나님 믿으세요. 하나님 믿어야 천국 갑니다.”

나는 하나님뿐만 아니라 이렇게 많은 신들을 섬기고 있어서 괜찮아.”

이것들은 다 우상입니다. 하나님이 다 싫어하는 것들입니다. 하나님만 믿어야 천국갑니다. 꼭 하나님 믿으세요.”

복음을 전한 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 집에서 나왔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씀처럼 일을 성취하시는 하나님께서 그 할머니의 심령에 역사하셨다. 잘 걷지도 못하는 그 분이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2층 우리 교회를 제 발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 이후 집사님이 매주 토요일마다 찾아가서 집안 청소를 해주고, 주기도문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 집을 나올 때는나사렛 예수이름으로 우상은 모가지가 끊어져 없어질 지어다.’라며 선포하였다. 하나님 앞에 기도한 것은 공짜가 없다. 반드시 하나님이 갚아 주신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무당집에 불이 난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다른 모든 방은 불에 타지 않고, 오직 우상 단지가 있는 방에만 불이나 우상의 대가리만 새카맣게 타 버린 것이었다. 그의 기도가 응답된 것이다. 모든 우상을 철거하고 집수리를 마친 후 작두보살의 집에서 예배를 드리고 벽에 십자가를 걸었다. 우리 모두는 예배를 드리며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였다.

우리는 인생의 광야 길을 가는 동안 오아시스가 어디에 있는지, 쉼터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정확한 위치를 알고 계시고, 구름기둥 불기둥으로 우리의 길을 인도 하여 주신다.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은 도자기가 불량품이면 가차 없이 깨어 버린다. 그러나 하나님은 불량품을 깨드리지 아니하시고 고쳐서 사용하신다. 나는 불량품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불량품이다. 그러나 불량품을 고쳐서 사용하시는 하나님이 조금씩 고쳐서 주님의 도구로 사용하고 계심에 늘 감사드린다.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 고전126-28-

 

※김창환목사(제주열린문교회, 010-9898-2988), 제주 선교지 관광 및 가이드가 필요한 분들은 직접 전화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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