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사회...

  • 입력 2021.02.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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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아들이 바둑학원을 다닌다.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데 급격한 실력향상이 없으니 상당히 평범한 아이다. 유치원 때는 혹시 천재가 아닐까? 했는데, 아주 자연스러운 아이이다. 그래도 꾸준히 바둑 학원을 다니고 있다. 천재를 확인하려고 바둑을 배운 것이 아니었다. 동네에 친구가 없어 또래 친구들을 만나러 보냈다. 잠시 만나지만 4년 동안 학원을 다니니 친숙한 공간이 된 것 같다. 아들의 학원의 등,하원하는 길은 우리가 운송해야 한다. 매서운 동파 때문에 어머님까지 집에 계시기 때문에, 아들의 하원 담당이 나에게 왔다. 그래서 학원에서 오가는 길에 아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되는 장점은 있다.

이번에 오가는 길의 대화는 차별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자기 친구들의 아버지보다 더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늙은 애비에 대한 염려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차별이 없는 나라라고 말해주었다. “나이에 차별이 없다”고 말해 주었다. 그런데 아들이 그럼 자기도 “나이에 차별 없이 운전을 할 수 있겠네요”.... 오잉~~ 나이에 차별이 있었네... 하고 상호 안전에 대한 법적 규제에 대해서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아이처럼 “어린이 전동차가 차로에 나와서 달려도 되겠네요”라고 또 차별이 없는 사회에 대해서 질문했다. 그것도 안되지... “고속도로”라는 도로는 오토바이, 자전거 등은 들어갈 수 없어... 차별없는 사회가 아니라 제한이 사회였다. 다만 그 제한은 차별이 아닌 사회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엄밀한 의미에서 나이에 제한을 두는 것은 차별이다. 아이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갑자가 남녀차별에 대해서 질문했다. “남자만 할 수 있고 여자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남자만 할 수 있고 여자는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일까요? 한 가지만 생각났습니다. “아이를 낳는 것”이라고 했더니, 아들이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남자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여성의 줄기세포에서 정자를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면서,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지는 남자만이 할 수 있는 101가지 일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 40가지의 항목을 제시했다. [중앙일보] 20년 후엔 남자 필요 없다고? 남자만 할 수 있는 일 40가지

검색하니 황당한 사안들이 나온다. 그 중 하나는 “여탕 때밀이”.... “턱털 면도”...

남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시대에 남자가 필요할까? 남자가 없는 시대에 여자는 존재할 수 있을까? 남녀차별이라는 접근 자체에 문제가 있다. 남녀는 스스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남녀는 상호 협력으로만 존재하는 존재이다. 남존여비(男尊女卑)가 없는 사회를 차별없는 사회라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남존여비는 전쟁 등 긴박한 상황에서 발생하게 되는 한 현상일 것이다.

“차별 없는 사회”는 멋진 말이다. 그러나 함정이 있다. 차별 없는 사회는 만드는 사람의 폭거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차별 있는 사회”는 만드는 사람은 절대로 자기가 차별 있는 사회를 만든다고 말할 수 없다. 차별과 편견이 없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 한다. 그러나 사회는 조화로우며 순환되는 구조라고 말하고 싶다. 수직적 급격한 변화는 매우 위험하다. 인간은 인간을 잘 모른다. 인간은 편한 것을 편하다고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편하다고 인지한다. 그 익숙함이 맹목일수도 있지만 긴 시간이다. 인간이 경험한 시간을 부당하다고 단정하여 말하는 것은 비인격적인 처사이다.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려 하지 말고, 차별을 인지하며 조화롭게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사회에서는 차별 없는 사회는 결코 만들 수 없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지 않는 사회는 곧 소멸된다. 우리 아이들이 긍정적이고 힘차게 살 사회를 소망한다.

고경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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