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설교자의 음성과 태도
4. 말소리는 목소리의 나이테
말소리는 목소리의 지나다님을 기록한 나이테입니다. “하루 연습을 쉬면 실력이 떨어진 걸 내가 알고, 이틀 연습을 쉬면 실력이 떨어진 걸 동료가 알고, 사흘 연습을 쉬면 실력이 떨어진 걸 관객이 안다.” 20세기 바이올린의 거장 하이패츠(Jascha,Heifetz)의 말이다. 연주자에게 악기는 자기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죠. 그 악기를 통해 나를 알리고 영혼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도 악기가 하나씩 있다. 목소리는 그 사람의 고유악기다. 기쁠 때 발산하는 기쁨의 소리, 희망을 도전하며 내뿜는 포효의 소리, 합격의 힘이 조금 모자라서 주저앉는 실망의 소리, 출생을 알리는 아가들의 울음소리, 새벽을 뚫고 주님을 부르며 기도하는 소망의 소리, 이 모두의 소리는 사람의 악기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대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올바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려면 세 가지조건이 있다.
첫째는 서로의 소중함이 전달되어야 하고
둘째는 주제(Theme)가 전달되어야 하며
셋째는 표정이 전달되어야 한다. 이때에 이들을 전달하는 도구가 목소리다.
나는 목소리를 사십 이전의 목소리와 사십 이후의 목소리로 나눈다. 왜냐하면 25세 되기 전 까지는 경험하고 익히며 생각하는 과정들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사회라는 바다로 나오면서 복합성과 난이도를 만난다.
그 난해한 문제는 서로가 접근하는 방식부터 차이를 만든다. 풀어내는 실력은 더더욱 차이가 있다. 소리 내는 목소리의 톤도, 말투도 변화가 일어난다.
목소리는 이 차이들을 기록한다. 나는 이때의 목소리를 ‘말소리’라고 부른다. 35세 이후부터는 자신의 목소리에 무늬가 그려지기가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40세 이전의 목소리는 부모가 준 선물이고, 40세 이후의 목소리는 내가 준 선물이다.
5. 말소리는 삶의 흔적을 담는 그릇
목소리가 선천적인 소리라면, 말소리는 후천적인 소리다. 그 말소리는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고, 깊이가 다르다. 무게의 차이도 있다. 색깔도 서로 다르게 표현 한다. 거칠고 차갑고, 까다로운 말소리는 두려움을 준다. 경계한다.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반면에 따뜻하고 생기 있는 말소리는 포근하고 안정감이 있다. 옆에 다가가고 싶어진다.
잠깐, 목소리가 품고 있는 요소들을 볼까요? 음질‧음량‧음폭‧음색으로 나눕니다.
음질은 맑은 음성이냐, 탁한 음성이냐를 분류하는 기준이지요.
음량은 1시간 정도의 강의 할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느냐, 3시간 이상의 연속 강의를 할 수 있느냐를 측정하는 기준이고,
음폭은 목소리의 두께인, 폭을 말하는 것이지요. 음성의 폭이 좁으냐, 넓으냐입니다.
음색이란, 목소리의 색깔‧색감‧분위기를 말하는 거죠. 따뜻한 색이냐, 차가운 색이냐, 어두운 색이냐, 밝은 색이냐를 말합니다. 특히 음색은 삶의 과정이 빚어낸 삶의 색깔이라고 말할 수 있죠. 음색이 곧 말소리입니다.
청소년 시절까지는 음색이 아직 나타나지 않습니다. 색깔이 완성되기까지는 아직 짧은 기간입니다. 가수 혁오의 ‘Tom boy’ 노랫말을 잠깐 들어볼까요?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가는데 아아아아”
나뭇잎의 색깔들을 기억해 보십시오. 이들도 3월-9월을 먹으면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우리도 이십 중반부터 세상과 맞서 싸우기 시작하지요. 이때부터는 나만의 야성의 소리들을 기록한다. 어떤 때에는 합격‧결혼‧취직의 기쁨‧성취의 흔적을 기록하기도 한다. 사십 세가 가까이 오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기 시작한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색깔과 모양이 그려진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말소리의 변화는 마음의 크기‧말‧어휘력‧인내‧절제‧감사와 기도생활의 태도에 따라 말소리의 색깔들이 구별되어 가더군요. 우리의 말소리는 오십‧육십‧칠팝십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변화합니다. 이 시절도 정직하게 기록합니다.
신응수 도편수는 ⟪목수⟫에서 나무의 나이테를 보면 시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도편수라는 이름은, 목수 중에 최고인 편수 중에 대표격 목수를 말한다.
“나무가 몇 해나 땅에 발을 디디고 살다 죽었는지는 나이테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무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자랐는지 알려주는 것이 나무의 나이테이다. 나무의 ‘생’을 알려주는 기록인 셈이다. 나무는 저마다 다 결이 다르다. 사람의 얼굴이 각기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재질이 좋은 나무는 깎아 놓았을 때 결이 곱고 부드럽다. 건강한 사람의 피부가 티 없이 곱고 부드러운 것처럼 나무 또한 건강한 나무의 결이 보기에도 좋다.
고건축 자재로 최고인 적송의 잘린 면과 일반 소나무인 육송의 잘린 면을 비교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나이테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오랜 세월동안 느리고 튼실하게 자란 적송은 온화한 선비처럼 그 면 또한 청결하다는 느낌이 들만큼 곱다. 나이테가 촘촘하고, 색깔이 선명한 노란색이다. 어찌보면 잘 빚어놓은 우리 도자기의 매끄러움과도 닮았다. 해마다 추위와 눈비를 이겨내며 층층히 몸을 불려낸 적송이 피워낼 수 있는 그만의 아름다움 일 것이다.
적송과 반대로 열대지방에서 해마다 쑥쑥 자란 나무는 깎아 놓았을 때 그 면의 결이 곱지 못하다. 사람이든 나무든 키만 빨리 자란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가 보다. 풍상을 견디며 더디게 자란 나무가 결국에는 제몫을 다하는 법이다. 나이테는 그 나무가 어떻게 자랐는지 또 얼마나 자랐는지 많은 것을 알려주는 나무의 지도이기도 하다.
나이테가 잘 자라는 때와 잘 자라지 않는 때가 있다. 날씨가 좋지 않는 날들이 유난히 많았던 해나, 병충해에 시달릴 때는 나이테가 잘 자라지 않는다. 나이테로 성장 과정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우여곡절이 나이테에 다 드러나 있다. 이렇게 더디게 자라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촘촘하게 번진 나이테의 나무를 깎았을 때 그 결이 최고로 아름답다.“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나약함을 고백한 적은 없었습니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안좋아 하는 척 시치미 떼고 딴소리 해본적은 없었습니까? 이것도 기록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말소리는 셀 수 없는 삶의 흔적들을 기록합니다.
그 기록들은 음색의 색깔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말라 부서지는 가뭄에도 꿋꿋하게 버틸 때는 희망의 색깔을 입힙니다. 작은 바람, 잔잔한 물결, 구름 낀 하늘만 보고도 환경 탓하며 흐느적거렸던 부정의 말소리는 나약하고 우울한 빛깔을 색칠합니다. 막돼먹은 말소리의 색깔은 검푸른 사나운 색깔로 퇴색 되어있습니다.
위로의 소리, 공감의 소리로 토닥거린 우정의 소리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을 입혔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말소리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삶의 흔적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말소리는 목소리의 나이테다.
6. 아픔과 생명이 깃든 말소리
가끔 우리는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에 감탄을 드러낼 때가 있다. 교만의 소리위에 겸손의 소리가 얹혀지고, 허세 부렸던 그 자리에 진지함이 들려올 때다. 온실에 길들여진 소리위에 세상 밖을 차고 가는 비상의 소리에 심장을 터뜨린다.
가식의 소리가 꺾이고 진지함과 절실함의 소리가 내안에 들어올 때 우리는 끌림과 울림을 보내지 않았는지요?
빈센트 반 고흐가 지향했던 그림에 대한 그의 영혼을 소개합니다. 반 고흐는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친구 레벤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작업 이야기를 하자면, 모델에게 지불할 돈이 없어서 인물화는 완전히 포기했네, 그 대신 유화로 채색하는 연습을 위해 빨간 양귀비꽃, 푸른 수레국화와 물망초, 하얀 장미와 분홍장미, 노란국화등 꽃 그림을 그리고 있네, 파란색과 오렌지색, 빨강과 초록, 노랑과 보라의 대립을 추구하기 위해서지, 회색빛 조화를 피하고 강렬한 대립을 조화롭게 다루기 위해 강렬한 색을 사용하려 노력하고 있다네‧‧‧‧예전에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나 색에서 생명을 추구해야한다고.”
말소리를 들으면 색깔이 드러납니다. 목소리에 스며든 색깔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공자의 목소리, 말소리는 어떠했을까요? 뜬금없이 무슨 공자냐구요?
신영복 교수는 ⟪담론⟫에서 “공자는 후세에 남겨진 어록의 문장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설득력 있는 언변을 갖고 있었다.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온화한 음정과 억양, 그것을 설명할 때의 확신에 찬 태도에는 듣는 이가 설득되지 않을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신영복 교수의 표현처럼 공자의 온화한 음성과 억양에 들어있는 삶의 태도의 색깔은 생명의 색깔이었던 것 같다.
말소리는 가식의 흔적을 진실의 흔적으로 잘 못 새기지 않는다. 목소리는 흉내 낼 수 있어도 말소리는 연기할 수 없다. 자신의 말소리는 자신의 삶의 소리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색깔을 빚어낸 매력적인 말소리에 설레 이기도 한다. 교인들은 목사님의 말소리 색깔을 어떻게 구분하고 있을까요? 따스함으로 기억하고 있을까요? 차가움, 무서움으로 기억하고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떤 말소리로 기억해주길 원하시는지요?
정호승 시인은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에서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고 고백한 문호 괴테의 소리에 가슴이 아리고 멍해졌다고 합니다.
“빛에게 고통이 있다면 바로 어둠이라고 생각했으나, 빛의 고통은 오히려 아름다움 이었습니다. 산과 바다가, 산과 바다의 색깔을 내는 것이, 꽃과 노을이, 꽃과 노을의 색깔을 내는 것이 모두 빛의 고통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저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빛깔이, 빛에 의해 그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아름다운 색채를 내기위해 빛이 그토록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빛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빛깔들을 주기 위해 그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 동안, 강과 산과 나무와 풀잎들이 연두에서 진초록으로 점점 변해가면서 저에게 그토록 아름다움을 선사한 것이 빛의 고통에 의한 것이었다니!”
7. 매력적인 말소리 다듬기
그럼 어떻게 하면 신선하고 매력적인 말소리를 빚을 수 있을까요?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가 세계적인 성우 돈 라포테인(Eon Lafotain)의 목소리 가꾸기를 소개하고 있다. 라포테인의 경우 성우생활 40년 동안 지켜온 원칙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어설프고 허황된 내용을 설파하는 영화는 작업하지 않는다. 대중들에게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둘째, 포르노 영화는 작업하지 않는다. 차라리 연기를 하라면 하겠다.
셋째, 앞에서 언급한 영화를 제외하고는 어떤 허접한 영화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작업을 한다. 객관적으로는 수준이 떨어지는 영화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영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소리를 지를 만한 곳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다섯째, 절대 금연한다.
여섯째, 절대 금주한다.
첫째부터 셋째까지는 직업에 관련된 원칙이라면, 네 번째부터 여섯 번째 까지는 목소리를 지키기 위한 생활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68세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나기 전까지 돈 라포테인은 성직자처럼 생활수칙을 실천 한 것 같습니다. 그의 견고한 전문가적인 생활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우리도 돈 라포테인처럼 목소리, 말소리 다듬는 훈련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복식호흡발성, 발성연습, 음성관리등 목소리 트레이닝 과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코스들은 비전문가들에게는 실천하기 힘든 조건들이지요.
다음은 제가 평소에 하고 있는 말소리 다듬기의 이론과 실제입니다.
⋅첫째, 수면은 밤 11시 이전에 잔다. 늦어도 12시는 안 넘긴다. 오후 2시~4시 사이 10분~20분은 졸며 잔다. 참고로 밤10시~4시 취침 후 사용하는 목소리와, 새벽1~7시 취침 후 사용하는 목소리의 컨디션은 차이가 있습니다. 수면시간은 같은 여섯 시간 일지라도, 목소리의 힘과 부드러움에 있어서는 차이를 실감합니다. 물론 라이프 싸이클이 야간에 맞추어져있는 사람이라면 습관에 의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둘째, 된장국과 굴비는 필수로 먹는다. 쇠고기도 좋은 편이다. 굴비(조기)는 식사 때마다 2마리씩 먹지요. 작은 것 먹습니다. 5만원에 80마리짜리 먹지요. 나의 경험으로는 목소리를 윤택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20년 이상 먹고 있지요. 물론 과학적 근거나 연구는 없습니다. “내가 먹으면 영광굴비야”하고 감사하며 맛있게 먹습니다.
⋅셋째, 24시간 감사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감사하면 눈이 바뀝니다. 눈이 바뀌면 단어선택이 바뀝니다. 말의 내용이 바뀌면 목소리 톤이 신선하고 예쁜, 따뜻한 색깔로 입혀집니다. 표정이 생기로 가득합니다. 수면시간과 음식조절이 어려워도 ‘감사 합니다’ 만 고백해도 생기와 탄력이 탱탱합니다. 말소리에 탄력이 붙으면 사람이 모여들지요. 지성과 예쁨이 조화를 이룹니다. 시선이 퍼져 나가겠지요. 오늘부터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지하철을 타든, 버스를 타든, 낡은 승용차를 타든, 감사하며 크게 웃어보세요. 그리고 이기려고 하지 말고 가끔은 져주면서 웃는 거예요. 예쁜 감사의 기도 소리는 주님의 숨결 까지도 울리게 합니다.
나는 정말 목소리가 쟁반 깨지는 소리 같다, 바람 든 무처럼 텅 빈 목소리 같다, 2중 목소리가 나온다, 막걸리처럼 텁텁한 목소리다, 이처럼 고민하는 분들도 그 목소리에 감사와 감탄의 색깔이 칠해지면 생기발랄, 차분한 말소리로 바뀝니다. 말소리만 바뀌는 것이 아니죠, 얼굴에 변화가 옵니다. 얼굴에 윤기가 찾아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