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필 교수】 탕자를 실패하게 한 악마의 덫 세 번째 ❙ 무식(2)

  • 입력 2021.12.23 08:04
글자 크기
프린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실과 자기개발로 전문가에 오른 사람들

50년 넘게 긴 세월 동안 목수로서 대업을 이룬 어느 도편수의 꿋꿋하고 진솔한 삶의 철학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고건축 자재로 최고인 적송의 잘린 면과 일반 소나무인 육송의 잘린 면을 비교해 보면 그 표면이 다르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나이테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오랜 세월 동안 느리고 튼실하게 자란 적송은 온화한 선비처럼 그 면 또한 청결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곱다. 나이테가 촘촘하고 색깔이 선명한 노란색이다. 해마다 추위와 눈비를 이겨내며 층층이 몸을 불려낸 적송이 피워 낼 수 있는 그만의 아름다움이다.”

적송과 반대로 열대지방에서 해마다 쑥쑥 자란 나무는 깎아놓았을 때 그 면의 결이 곱지 못하다. 사람이든 나무든 키만 빨리 자란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가 보다. 갑자기 찐 살이 시간을 들여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보다 좋지 않듯, 풍상을 견디며 더디게 자란 나무가 결국에는 제 몫을 다하는 법이다라고 한다.

나이테는 그 나무가 어떻게 자랐는지, 많은 것을 알려주는 나무의 지도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치자면 우여곡절이 나이테에 다 드러나 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촘촘하게 번진 나이테의 나무를 깎았을 때 그 결이 최고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성경의 인물들 중에도 헉헉거리며 광야에서 인간의 한계점을 뚫고 하나님의 목적을 찾아갔던 믿음의 선배들의 나이테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 삶의 빛깔이 너무나도 숭엄하기에 우리 후배들은 만져보기조차 송구스럽다.

나무와 목수 이야기를 좀 더 하겠습니다. “대패질은 목수일 가운데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목수가 하는 일 중에 아래 단계에 속하기 때문에 누구나 현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대패질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평생 대패질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대패질은 목수일의 기본이며 핵심이다라고 한다. 기본기를 철저히 하라는 메시지다.

도편수는 열두 편수를 거느리는 두목 편수다. 이분이 도편수 자리까지 오르게 된 배경을 읽노라면 고개가 숙여진다. “가난 탓에 시골에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목수 일을 배우게 되었다. 남보다 성실하고 끈기 있게 일한 것 외에는 다른 까닭이 없을 듯하다. 나는 늘 남보다 일찍 일어나서 허드렛일을 했고, 찬 냇가에서 목수들의 양말도 빨았다. 일을 마치고 남들이 돌아간 뒤 혼자 남아 작업 현장을 정리하고, 걸레를 빨아서 방을 치우는 일은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 생각했다. 남보다 일을 더 많이 시키든 품삯을 박하게 주든지 군소리 없이 제 몸같이 나무를 대하는 모습에 두 분 스승께서 나를 제자로 삼아주신 것 같다.” 참으로 멋있고 훌륭하신 분이다. 오직 본질에 충실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목수의 기본인 대패질로 실력을 다졌고, 나무를 보는 안목을 키워 전문성을 확장시켰다. 나아가서는 스승과 동료들을 섬기는 온화한 품성이 책임을 다하는 리더로서 도편수의 계보에 기록된 것이다. 요즘엔 이렇게 해가지고는 손해만 본다고 비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평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의 비슷하다. 항상 기준은 본질에 있다. 비 본질에 기웃거리지 말고 본질을 강화시켜라. 탕자가 실패한 것 중에 하나도 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식은 기본이 없다는 표출입니다. 인간은 도전을 준비할 때가 두 번째로 멋있고, 준비한 것을 행하며 땀 적시는 모습이 첫 번째로 위대한 것 같습니다.

떡볶이를 가지고 전국 순회에 나선 젊은 사장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다. 상현 씨는 그럭저럭 학교를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다. 직장생활이 싫어서 장사를 시작했다. 하는 것마다 망한다. 빚만 늘어간다. 외국으로 공부 겸, 도피 겸 나갔다. 다시 돌아와서도 하는 것마다 2년 이상 못 갔다. 그래서 밥맛은 없어도 워낙 떡볶이를 좋아해서 식사대용으로 떡볶이를 먹었단다. 삼십 중반의 젊은이가 패잔병의 모습으로 기죽어 걸어다니는 모습을 한번 생각해보라.

점심시간에 친구들은 밥을 먹는데 그는 떡볶이를 먹었단다. 너무 떡볶이가 좋았단다. 그러던 어느 순간 떡볶이 장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서 자주 갔던 떡볶이 할머니에게 떡볶이 장사를 해 볼 테니 가르쳐 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할머니가 웃는다. 젊은이가 떡볶이는 무슨 떡볶이. 하루 종일 다리도 아프고, 돈도 안 되고, 까다로운 손님 만나면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것이 노점상인데 할머니가 제발 하지 말라고 오히려 부탁했단다. 그래도 이 젊은이는 자기가 워낙 떡볶이를 좋아한 터라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할머니에게 부탁 부탁드렸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 다 내려놓고 생존에 목숨을 걸었단다. 생각해 보라. 어쩌면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까? 콧등이 찡하다. 드디어 떡볶이 공부를 시작한다. 할머니의 숨겨놓은 비법까지도 전수받는다. 그리고 자기가 개발한 떡볶이, 한번 먹으면 중독이 되고, 친구에게도 함께 먹이고 싶은 대한민국 대표 떡볶이로 무장한다.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도 연구한다. 떡볶이 포장도 청결, 세련, 멋지게 개발한다. 떡볶이 계통의 최강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이론과 실천은 물론 사업가의 인성과 양심까지 무장한다. 철저한 프로정신이다. 이것이 전문가의 자세다.

용감하게 대학가 근처로 나갔단다. 6개월 후 짧은 기간에 근처 떡볶이 시장을 평정한다. 학생들 입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났단다. 그 후 떡볶이 산업 부흥을 위해 회사를 설립한다. 주변에서 투자를 했단다. 전국 체인점도 확장해 나간다. 그 회사 사훈이 감동적이다. “같이 오래.” 처음에는 많은 지인들이 웃었단다. 학교 다닐 때도 학업 성적은 중하위 까딱까딱, 성인이 되어서도 하는 것마다 마이너스 손인 본인은 얼마나 괴로워겠나. 주위 사람들의 조소가 더 힘들었겠지. 더구나 떡볶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아니고 곳곳에 떡볶이, 오뎅 파는 집이 많다. 어느 누가 관심을 갖겠나? 이 청년의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모든 사업 실패 후 떡볶이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기본을 철저히 준비했다.

할머니로부터는 떡볶이 기술, 경험적 지식을 배웠고, 스스로는 식품 영양학 관련 도서, 밀가루의 특징, 고춧가루 배분, 휴먼 커뮤니케이션에서 사람과의 소통, 진실, 정성, 정직 등 이론적 지식을 만들어 간 것이다. 거기에다 그동안 본인의 실패에서 온 삶의 방식, 철학, 자세, 광야의 경험들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도편수 목수와 떡볶이 전문가 이분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론적 지식, 경험적 지식을 기초로 하여 성실이라는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모세처럼 이분들이 하나님의 이론을 빌려 썼는지는 잘 모르지만 앞으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소금과 같은 겸손, 기쁨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신앙적 지식까지 채울 수 있는 믿음의 기회가 열려 사업의 지경, 봉사의 지경까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왜냐하면 교만은 언젠가 큰 위험에 몰릴 때 크게 넘어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은 나를 조절하고 낮아지게 하는 회개의 힘이 부여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목적을 찾아가는 그 길은

지나가기 전에만 아픔이 조금 있을 뿐입니다.

지나갈 때부터는 산악길이 평지가 되어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이 주시는 길인지 사탄이 주는 길인지를 구별만 하면 됩니다.

사실 우리는 무엇을 목표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지 않는지 깊게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