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목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랑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 입력 2022.01.18 11:43
  • 수정 2022.01.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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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공감을 이룬 후 행동수정을 해야

속이 다 시원하다

9살 초등학교 2학년이 놀이치료 상담을 받고 나오면서 했던 말이다. 한 시간 동안 선생님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도록 지지해주면서 함께 했다. 상담실에서 나오면서 그 학생이 보여주었던 시원해 보이는 표정과 환하게 변해버린 얼굴빛은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누군가 자신의 입장에서 마음을 읽어주는 한 시간이 단순히 한 시간이 아니다. 자신에도 누군가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경험되는 한 시간이다. 그런 경험이 부족해서 자존감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이 되기도 한다. 자존감은 정서적으로 좋은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아야만 긍정적인 자존감 형성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기분을 경험하면 얼굴빛이 환해진다. 이건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아이 양육에 있어서 감정에 소중함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부모님들은 우리 자녀가 건강하게 자존감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자존감의 구성요소가 바로 감정이다. 부모님들이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 실감을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자녀들에게 감정을 다루어 주는 부모 양육태도는 한 아이가 평생을 살아가는 마음의 태도를 형성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감정 양육의 경험이 좋은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그래서 불안하지 않기 때문에 집중력이 좋다.

집중력이 좋은 아이들은 학습능력과 어휘력이 좋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래 관계가 좋다. 요즘 또래관계 어려움으로 학교 보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부모님들이 많다. 감정 양육이 잘 된 아이들은 갈등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달래줄 수 있는 내면 능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계획한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실행력도 좋다.

이런 자존감이 형성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님이 준비가 되어야 한다. 즉 아이들의 감정을 함께 읽어 줄 수 있는 내면 성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교육문화는 감정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그리 인식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의 감정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수정해주려는 마음이 크다. , 부모님이 불안함이 클수록 그리고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어떻게 처리하는 감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부족할수록 우리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뭔가를 해주려고 한다거나 고쳐주려고 하는 행동 특징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 읽어줘야만 감정에 대해서 알 수 있다. 그리고 행동 규제도 없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문제시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그래서 엄마한테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그러나 엄마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 행동에 대해서 고쳐주려고만 한다. 대부분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부모 자녀와의 관계 패턴이 이러했다. 이해는 된다. 부모 입장에서 좋은 것을 주고 싶고, 좋은 곳으로 인도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얼마든지 이해한다. 그러나 행동수정보다는 감정을 먼저 읽어줘야 한다. 정말 그래야 한다. 감정을 먼저 읽어주고 그다음에 행동수정을 해야 한다.

부모는 도적적인 책임과 정서적인 책임을 뒷받침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감정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상담현장과 목회 현장에서 많은 젊은 부부들을 만나 오면서 느낀 것은 모두 자녀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랑은 열정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트맨 박사는 사랑을 하는 방식도 배워야 한다라고 했다. 그만큼 열정으로만 사랑을 하려고 하면 반드시 어긋나는 일들이 생겨지기 마련이다. 예수님이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그들의 마음을 먼저 앞서지 않고 눈높이를 맞춰주셨던 것처럼 우리의 사랑의 방식을 배워 함께 하는 즐거움을 경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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