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라는 여성은 결혼했지만, 언제나 어머니 걱정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A 여성은 어릴 때 어머니의 정서적인 친구였다.
어머니는 맞벌이를 하셨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딸과 친구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음에 위안을 경험하곤 했었다. 어린 딸이 보기에는 어머니가 언제나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가 힘들게 일하셨지만, 아버지의 불같은 성격 때문에 힘들어 하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의 우울함이 딸에게 그대로 전이되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어머니가 본인의 신세를 한탄하고 남편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할 때마다 딸의 가슴에는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불쌍하게 보이는 어머니 앞에서 똑같이 불만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가뜩이나 힘들어 하는 어머니인데 자신마저 힘든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가 더 힘들어 하실 것 같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음은 우울했고 자신도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었지만 의지하지 못하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다.
가족치료사 보웬은 가족 내에 삼각관계를 말한다. 부부가 서로 정서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면 어느 한쪽이 가족 내에 편안하게 생각되는 누군가와 정서적 관계를 시도하게 된다. 그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불안을 대신 해소하려고 하는 마음의 노력인 것이다. 그러니까 부부가 정서적으로 만족을 못하니, 어머니는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의지할 만한 딸에게 해소하는 것이고, 딸은 그 불안을 그대로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불안을
자녀가 흡수하며 자라
그러면 아버지는 어떻게 하는가? 아버지 역시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꼭 자녀가 아니더라도 제 3의 대상을 찾아 의지했다. 대개 그것이 술이 되기도 하고 과한 취미생활이 될 수도 있다. 즉 사람은 불안이 높을수록 스스로 그 불안을 해소할만한 내면의 힘이 약하다. 그래서 무언가를 의지해서 그 불안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게 되는데 그런 관계를 가리켜서 ‘삼각관계’라고 말하는 것이다.
A 여성은 어머니의 불안을 그대로 안고 결혼을 했다. 결혼은 했지만, 남편은 자신의 불안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정서적 관계능력이 되지 못했다. 몸은 결혼했지만, 마음은 어머니로부터 떨어져 있지 못 했다.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독립을 이루는 것을 가리켜서 ‘분리-개별화’라고 말한다. ‘분리-개별화’라는 개념은 사실 단순하게 몇 글자로 정의내릴 수는 없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분리-개별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내면작업이 필요하다. 내담자들도 ‘분리-개별화’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심리영역이다. 그러나 말하고 싶은 것은 부부관계에서 심리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라는 것이다.
사실 결혼생활을 준비하면서 삼각관계나 분리-개별화와 같은 심리영역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릴 때 가정의 불화가 많았던 경험을 했던 사람일수록 ‘결혼을 하면 무조건 행복할 것이다’는 마술적인 사고를 갖고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현실이다. 배우자가 나를 위해서 무조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나의 상처를 대신 치료하기 위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다. 물론 행복한 인생을 위해 결혼을 했지만, 정작 자기가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한 시간이 뒤따라오지 못하면 결혼에 대한 후회를 하고 그래서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심리적으로 분리-개별화가 되면 배우자에게 어떤 생각으로 변화가 될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게 된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부모님에게 채우지 못 했던 부분을 상대방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과한 기대감을 갖고 배우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기대보다 배우자가 만족을 시켜주지 못하면 실망을 하게 되고 실망이 지나쳐 버리면 관계적인 단절로 이어진다. 관계적인 단절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배우자가 나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분리-개별화’가 가능할까? 바로 ‘통찰’이다. 자신의 부족한 내면의 아픔을 알아가고, 그 아픔을 통해서 자신의 인격이 성장되어야 된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자아 통찰은
부모로 부터 자신을
건강하게 분리개별화 시켜
예수님은 우리의 아픔 안에서 위로해주신다. 그리고 심리적인 결핍된 부분을 판단하지 않으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 11:28) 마음의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것들을 내려놓을 때 있는 그대로 상대방이 인정되기 시작된다. 그것이 얼마나 자유와 기쁨이 되는지 모른다.
삼각관계는 갈등상황일 때 나타난다. 즉, 내가 불안함을 강하게 느낄 때 제3의 것을 의지하려는 특징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역으로 말을 한다면, 내가 가장 불안하게 여겨질 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나님은 나의 기대를 갖고 바라봐도 틀림없이 실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나를 위해서 존재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시고 가장 좋을 때 좋은 방법으로 나를 성장시키고 인도하시는 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