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갖고 있는 분들은 자기 자신과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현재 나에게 허락된 현재의 삶에 조건을 감사하게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뭐든지 하고 싶지 않고 식사를 해도 맛을 잘 못 느낀다. 그냥 먹어야하니까 먹는 것일 뿐이다. 집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싶어 하는 등 수동적인 행동양상을 보인다. 수동적인 행동은 현실을 피하고 싶은 회피행동이다. 회피행동이 강해질수록 사실 우울증은 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우울증을 겪어 본 사람은 다들 이해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론적으로는 우울증의 원인에 대해선 알고는 있다. 그러나 막상 우울증을 겪을 당시에는 만사가 귀찮고 미래와 현실에 대해 막연한 느낌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겹게 느껴진다.
행동활성화라는 심리치료 분야는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좋은 기법으로 알려지고 있다.매우 단순한 치료기법이라서 기존의 우울증을 치료했던 관점에서는 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행동활성화 심리치료에서 주장하는 내용도 참고할만하다.
간단히 말해서 이렇다. 우울증은 행동 할 때 회복이 된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갖고 있으면 나의 미래는 엄청난 일이 있어야만 미래가 밝게 느껴진다. 즉 미래에 대한 계획이 너무 거창하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현실의 격차가 너무 괴리감이 커지니까 더욱 우울증이 심해진다. 그러기 때문에 뭐든 작은 행동이지만 좋다. 일단 행동하라는 것이다. 행동을 통해서 조금씩 성취감을 경험해보면 쌓여진 작은 성취감이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자신감으로 인해 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넓어진다. 이것이 행동 활성화의 핵심내용이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행동이 계획적이야 하며, 그 계획된 행동에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내가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한 작은 실천이다.
친구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청년과 상담을 했었다. 게다가 친구들에 비해서 자신은 학교진학도 실패했고, 현실적으로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것들이 없다고 생각이 드니 더욱 마음이 우울해지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청년이 마음에서 선택했던 수동적인 행동은 친구들을 만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작은 행동계획을 서로 같이 계획했었다. 그리고 만들어진 행동계획이 먼저 카톡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친구들에게 보내주는 것이었다. 청년 입장에서는 마음의 부담감 없이 실천할 수 있는 행동계획이었고, 그 작은 행동계획은 중간에 얼마든지 수정 가능한 계획이다. 그리고 그 계획이 수정되더라도 그렇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오는 계획도 아니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청년은 친구들이 자신의 생각보다 자기를 싫어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경험하게 되었다. 작은 실천이었다. 그 작은 행동을 통해서 경험된 느낌과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이 되니 기분이 유쾌했다. 그리고 그 유쾌한 기분이 자꾸 쌓여져서 이제는 자기에게 상처를 주었던 친구에게까지 카톡으로 음악을 보내주겠다는 도전심으로 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그 친구와 만나서 관계적으로 화해를 하게 되었다. 그런 경험이 쌓여지니 청년은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그 자신감은 자신의 진로를 준비하는 내면의 힘이 되기까지 했다.
변화는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우울증은 어떤 큰 계획과 목표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소소한 나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실행했을 뿐이다. 그러나 내게 돌아온 열매는 세상을 향한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계획된 작은 행동목표를 실천한 결과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 (마 25:21)
사람들은 마음에 동기가 있어야만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일단 행동을 하고 나서 새로운 동기를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즉 ‘밖에서 안으로’라는 개념이다.
말씀이 믿어져야만 순종으로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믿어지지 않지만 일단 순종을 통해서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다. 확실한 답이 있어야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하지만 일단 움직이면서 답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서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현재를 살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다고 생각될수록 현재가 우울할 뿐이다. 그래서 뭔가 큰 일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사람들도 현장에서 많이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작은 것을 실천하는 경험이 있어야한다. 무엇이든지 상관없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크게 갖되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작은 계획과 실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돌멩이를 들어본 사람이 결국 돌아보면 산이 옮겨져 있는 결과를 보듯, 작은 실천은 결국 우울증도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삶에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출발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