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목사】 감정의 성장이란

  • 입력 2022.07.07 09:51
글자 크기
프린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편한 감정을 피하지 말고 수용하자

 

어떻게 하면 분노가 없어지나요?”

어떻게 하면 질투심이 없어지나요?”

어떻게 하면 남편이 고쳐지나요?”

이런 질문은 상담소에서 주로 받는 질문이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한다거나, 타인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은 개인성장과 변화에 실패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그렇게 노력하는 순간 이미 심리적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경직성이 높아진다. 경직될수록 마음에는 힘이 더 들어가게 되고, 그럴수록 변화되지 않은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불만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갯벌에 빠졌을 때 밖에 나오려고 몸에 힘을 줄수록 더욱 갯벌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내용을 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갯벌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의외로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몸에 힘을 빼는 것이었다. 몸에 힘을 뺄수록 갯벌 안에서는 몸이 밖으로 나올 수 있을만한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에 그렇다.

감정도 그렇다. 감정이 성장한다는 것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감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없었던 감정이 갑자기 생겨나서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 불편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잘 느끼는 것이 감정을 성장하는 방법 중에 최고의 방법이다. 이를 가리켜서 수용적전념치료(act)에서는 적극적으로 경험하기라고 부른다. 적극적으로 감정을 경험할수록 감정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의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한 감정을 적극적으로 경험하기를 회피한다. 중요한 것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회피할수록 어떤 행동을 자연스럽게 한다. 이를 가리켜서 대처행동이라고 부른다. 대처행동은 나를 새롭게 할 수 있는 행동전략이 결코 되지 못한다.

지금도 생각나는 기억이 있는데, 대학 신입생 때의 일이다. 신입생 환영회를 참석해야 했지만 그때의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항상 불편하고 어색했다. 그런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선택했던 대처방식은 그냥 신입생환영회에 가지 않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니 잘 모르는 사람과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어색하고 불편할 때마다 항상 피하려고만 했었다. 나의 행동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의 실체를 알아차리려고 하지 않았었다면,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살았을 것이다. 불편한 감정을 적극적으로 경험하기를 선택하면서부터 나의 삶은 조금씩 성장과 변화가 되었었다.

어색함을 견딜수록 어색함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의 근육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즉 감정이 성장되어 가고 있었다. 대인관계의 즐거움, 새로운 환경에서 잡을수 있는 기회가 이미 준비되었지만, 어색함이 싫어서 계속 피하려고만 했었다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우리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회피하려고 하는 마음의 습관이 있다. 그리고 회피에 다른 대처행동 패턴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대처행동이 안정감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안정감이 장기적으로는 나를 성장시키지 못한다.

누구나 생각으로는 20kg 바벨을 들고 싶어 한다. 무거운 무게를 들고서도 근육이 기능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단계적인 무게를 들어야 하고, 그에 따른 근육의 통증을 이겨야만 가능할 것이다.

감정성장도 동일한 원리다. 불편하고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을 겪어야만 마음의 근육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이를 가리켜서 수용적 과정이라고 한다. 감정을 수용하게 되면 제 2의 삶이 시작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할수록 나의 미래는 새로워질 수 없을 것이다.

혹시 대인관계나 개인의 감정의 어려움으로 쉽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을 적극적으로 경험해보았으면 한다. 억압된 감정을 느낄수록 나의 삶을 열어갈 수 있는 인생의 열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감정을 잘 느낄 수 있는 내면의 근육이 있는 사람이 나를 성장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