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은 받았으나 사랑은 못 받았다. 그래서 외로웠다. 다르게 산다는 건 외로운 것이다.“
"세속적인 문필가로 교수로, 장관으로 활동했으니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실패한 삶을 살았다. 겸손이 아니다. 나는 실패했다.“
”그것을 항상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내게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내 삶은 실패했다. 혼자서 나의 그림자만 보고 달려왔던 삶이다.
동행자 없이 숨 가쁘게 여기까지 달려왔다.”
"더러는 동행자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경쟁자였다.
-이어령 교수님의 '마지막 수업'에서 남긴 말이다-
나에게는 정기적으로 만나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 김신조 공비가 출몰할 때 최전방 수색중대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그러니까 50년이 넘은 친구들이다.
몇 개월 단위로 만나지만 모이면 지금도 그 때 이야기로 지치지도 않는다. 그 자리는 빈부도 없다. 나는 음주만 같이 하지 않을 뿐이지 잘도 어울린다. 나는 그 자리에 가면 계급장이 없다. 병장 김승주일 뿐이다. 처음엔 대개가 나의 호칭에 어정쩡했는데 나는 그게 불편했다. “목사는 친구도 없다는 말인가?” 나는 스스로 교회 계급장을 떼었다. 안수집사가 있지만 상관없다. 친구만 있을 뿐이다. 처음엔 나의 파격 제안에 어정쩡해 하더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승주! 승주! 한다. 나는 그게 좋다. 편한 게 친구 아닌가? 그 안에는 그 동안의 나를 지켜보고 스스로 예수 믿고 싶다는 친구도 나오고. 오! 할렐루야!
목사는 친구도 없단 말인가?
나는 스스로 교회 계급장을 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중 전사한 전우들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숙연해 지곤 한다. 어떤 친구는 동작동 국군묘지를 다녀 온 이야기도 한다. 그렇게 왁자지껄 시간을 보낸 후 다음을 기약하고는 헤어지곤 한다. 뭐 특별한 잇슈도 없다. 그냥 만나서 두 어 시간 떠들다가 헤어지는 것이다.
지난 번 만남에서는 어렵게 “나는 우리 만남이 너무 좋다. 그렇지만 2%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리의 이토록 의미 있는 모임이 조금 생산적이 될 수는 없을까?” 운을 떼었다.
“죄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뢰 폭발로 먼저 가신 유○○ 중위 같은 전우들을 생각하자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빚진 자 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을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것으로 승화할 수는 없을까? 큰 돈은 말고(큰 돈은 오래 못 간다) 아주 소액 십시일반으로 불쌍한 어린이들을 돕는 일을 해 보면 어떻겠나? 백학전우회 이름으로! 방법론에 차이가 있었지만(조정되리라 믿는다) 모두가 오케이!. 즉석에서 회비까지 거두고....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전우들은 멋진 친구들이다. 실제로 죽음의 터널을 같이 통과했기 때문일까?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친구들이다. 사랑한다. 전우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