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 “주께서는 공부를 시키신 후에는 반드시 일을 맡기신다”

김승주 목사 / (사)안양호스피스협회회장(현), 한국호스피스협회고문(회장, 이사장 역),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역), 호스피스완화의료 표준교육 교육자(국립암센터)
김승주 목사 / (사)안양호스피스협회회장(현), 한국호스피스협회고문(회장, 이사장 역),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역), 호스피스완화의료 표준교육 교육자(국립암센터)

나는 늦깎이로 2년 과정의 심리학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심리상담사 자격(2)을 취득하였다. 내가 공부한 심리학 이론은 칼 로저스인간 중심적 상담’(내담자 중심의 상담)이었다. 이 이론은 이미 40년 전 협성신학교 시절 한승호 교수님으로부터 한 학기를 공부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바통을 이어받은 아드님 한성열 교수님(고대 명예교수) 으로부터 좀 더 심도있는 공부를 하게 되었고 무릎을 칠 때도 많았다. “! 진작 이런 인식이 있었다면 가정생활이나 목회가 조금 더 풍요로웠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내담자는 이미 자신의 답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내담자가 심리상담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이성적 답이 아니라, 상처받고 억압된 감정의 치유이다. 그 눌려있는 감정을 공감으로 해소해 주는 것이 인간중심 상담의 핵심이다(인본주의가 아님). 물론 성공적인 상담에는 상담 기법(메뉴얼)도 따라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상담자의 열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나는 주께서는 공부를 시키신 후에는 반드시 일을 맡기신다는 평소 소신이 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위해 봉사자 교육을 시키시더니 아예 전문사역자로 자리매김을 하게 하셨고, 역량 강화 차원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시키시더니 로뎀나무 시설장을 맡기신 하나님이시다. ‘이 나이에 상담 공부를 시키신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나는 로뎀나무 치매환자를 만나면서 그 해답을 얻었다. 작년 8월 말에 졸업을 하고, 9월 초에 이 분을 만났으니 그렇게 생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16:9). 우리 생애에서 우연이 있던가. 그분은 치매 정도가 조금은 심한 분이시다.

로뎀나무는 올 라운드 플레이. 가족 간에 상황에 대한 정보를 나누면서 그의 말과 행동을 감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감정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긍정적으로 반응을 한다. 눈을 마주하며 ! 그랬군요” “알았어요할 때마다 눈빛이 달라진다.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 것이다.

어쩌다가 TV 등을 보면서 명확한 표현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그 단어를 다시 확인시켜 준다. “〇〇라는 말이지요?”하면 영락없이 그럼!”하면서 되받아 준다.

식사 수발에도 사랑해요” “착하시네요” “멋지시네요는 말을 얹어 드리다 보니 30분씩 걸리던 식사도 요즘은 조금씩 단축되어 간다. 세면. 양치질을 하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다가도 등을 토닥거리며 예쁘게 해 드리려고요하며 달래면 곧 유순해지곤 한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그분과 감정 대화(교감)를 이어가고 있다.

소통까지는 아니어도 교감만으로도 그 위력은 대단하다는 것을 그 가족이 증명하고 있다. 잔뜩 경직된 몸과 마음으로 입소했던 그의 확연히 달라진 최근 모습에 가족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이곳 공동체에서는 언니 동생 호칭을 사용하는데 그는 막내다. 엊그제는 거실에서 언니들과 한데 어울린 편안한 모습의 사진을 보시고 보내온 남편의 톡이다. “ㅎㅎㅎ! 세상에 이런 일이! 꿈만 같네요!.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상담 능력은 곧 공감 능력(교감)이라는 것이 이곳에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주께서는 앞으로 또 어떤 분을 보내실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을 맞으며 이 한 분을 제대로 섬기라고 상담공부까지 시키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잠시 나는 한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봉사 철학을 음미해 본다. 안호선 봉사 정신의 기조는 바로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영광을 우리 아버지께 올려 드린다. 할렐루야!

지난 2월 24일 열린 안양호스피스선교회 제12차 정기총회 모습
지난 2월 24일 열린 안양호스피스선교회 제12차 정기총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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