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 “환자와 교감이 이뤄지면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생리적 회춘도 일어나”

김승주 목사 / (사)안양호스피스협회회장(현), 한국호스피스협회고문(회장, 이사장 역),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역), 호스피스완화의료 표준교육 교육자(국립암센터)
김승주 목사 / (사)안양호스피스협회회장(현), 한국호스피스협회고문(회장, 이사장 역),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역), 호스피스완화의료 표준교육 교육자(국립암센터)

치매 환자와의 교감 위력은 양치질이나 세면 과정에 협조적이 되고 식사 시간이 단축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놀라운 변화가 있다. 대표적으로 회춘현상(?)이다.

입소 당시. 〇〇님의 머리 전체는 파뿌리였다. 하지만 1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까만 가닥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6개월이 지나가는 지금은 검은 머리카락이 제법 풍성하다. 이를 본 가족들은 우리 엄마 회춘하시네요하며 좋아했다.

얼마 전에는 거실 벽에 걸려있는 로뎀나무글자를 읽더니, 봉사자 까운의 작은 글씨 안양호스피스선교회까지 또박또박 읽어내는 것이 아닌가. 놀라운 진전이다.

안양호스피스 선교회 입소한 후 신체적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안양호스피스 선교회 입소한 후 신체적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치매 환자와의 정상적 의사소통은 어렵다. 하지만 그 감정은 받아주어야 한다. 감정 대화 즉 무조건 긍정이다. 의미는 모르더라도 눈을 진지하게 마주하고 제법 맞장구를 쳐 드린다. 격앙되어 있더라도 부드럽게 말끝을 받아서 그렇다는 거지요?”하면 하며 곧 유순해진다. 특히 TV를 보면서 어떤 반응을 보일 때는 무조건 맞아요!”하면 아주 만족 해 한다.

이렇게 상대가 자신을 알아주는 것을 느끼게 되면 경계를 풀고 여유도 찾게 되는 것 같다. 여기에 자원봉사자들의 살가운 섬김이 더 해지면 안정감과 심리적 유연은 물론 이와 같이 생리적 회춘현상(?)까지도 가능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〇〇님은 감정 기복이 심하다. 이따금씩 울 때는 실컷 울도록 해 드린다. 자신도 알 수 없는 그 어떤 답답함과 억압된 감정이 있을 것이기에 때로는 격한 해소 수단도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반응은

경계를 풀고 수용성을 높여

가끔 전문가들도 아닌데 어떻게 감당하고 있나?’ 묻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 만만치는 않다. 그간 119 신세를 지기도 하였고, 이에 준하는 응급 상황도 몇 차례 있었다. 예상은 하였지만 치매 돌봄에는 에너지 손실이 장난이 아니다. 특히 이곳은 가족 돌봄 체계로 역량의 한계가 분명하고 또 상황이 어떻게 변할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앞날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벅차게 느껴질 때마다 *‘인류애적 정신’(환자에게서 내 모습을 보려는 겸손한 마음)*‘정직한 기도’(15:8)에서 힘을 얻고, 힘주시는데 까지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직업이지만 직업으로만 여기고 싶지는 않다.

이 시간에 봉사철학 나는 한 사람의 영혼을 사랑함에 있어서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10:15)를 되새겨 본다. 이 모든 영광을 우리 주님께 올려 드린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