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겨자씨가 되기를 기대하며

  • 입력 2024.06.15 17:25
  • 수정 2024.06.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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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신성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고, 2022년도부터 학생들과 함께 호스피스 봉사에 동참하고 있는 김영임입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네이버 밴드에 올라와 있는 가족사진을 보면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이 밴드는 저의 가족 밴드인데, 연로하신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부모님 모습을 많이 남겨 놓자는 취지에서 부모님과 형제들의 일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밴드 안에 있는 글들을 읽으며, 과거로 과거로 내려 가 보았습니다.

2020116일에 남동생의 아내인 작은 올케가 올린 글을 읽고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올케가 자꾸만 넘어져서 뇌경색인 줄 알고, 검사를 받았는데,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가족들을 많이 사랑한다는 고백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작은 올케는 자신의 두 딸을 잘 부탁한다는 장문의 문자를 뒤로 하고, 가족들의 곁을 떠났습니다.

이런 이유로 2022년도에 호스피스 교육을 받을 때는 심적으로 상당히 힘들기도 했습니다.

2021년도에 올케를 보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에 갈 때마다 봉사를 하러 오신 분들을 뵐 수가 있었습니다. 신성고등학교도 코로나 이전까지는 메트로병원 안에 있는 호스피스 병동에 봉사를 다녔는데, 코로나 이후, 이 활동이 중단된 것이 생각났습니다.

코로나가 점차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한 저는 키클럽 교장선생님 정태수 목사님께 전화를 드려서 다시 이 활동을 재개 해 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목사님께서 바쁘신 와중에도 계획을 잘 세워 주셔서 활동이 2022년에 봉사 활동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제 각각의 이기적인(?) 이유로 호스피스 봉사를 하겠다고 옵니다. 그러나 상당히 긴 시간을 들여 교육을 받는 동안에. 그 시간을 아까워하며 불출석하는 친구들이 더러 나오는 가운데서도 자연스럽게 진짜 봉사를 하겠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남게 됩니다.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데리고 5월에는 화성시 비봉면에 있는 로뎀나무 호스피스쉼터(요양원)’으로 가서 꽤 강도 높은 노동 봉사를 하게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꽤나 진지한 봉사자가 되어 갑니다.

이 과정을 통과한 학생에 한하여 발마사지 봉사를 하게 하고, 그 다음에 목욕 봉사에 동참하게 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1학년 때보다는 더 적은 수의 봉사자가 남고, 3학년 때에는 정말 소수의 학생 봉사자가 남습니다. 올해는 5명의 3학년 학생이 봉사하고 있습니다.

안호선, 신성고등학교 강의
안호선, 신성고등학교 강의
신성고 학생들의 로뎀나무 호스피스 쉼터 봉사 활동
신성고 학생들의 로뎀나무 호스피스 쉼터 봉사 활동

이런 일련의 봉사 과정을 통해 저는 환자를 대하는, 생명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점점 달라지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이렇게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타인을 배려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몸을 내어 주는 학생들의 모습은 저로 하여금 야간에도 학교에 남게도 합니다. 방학 중에는 호스피스 선교회 사무실에 나가서 학생들과 함께 합창 연습을 하게도 하고, 5, 10월 토요일에 로뎀나무 호스피스 쉼터(요양원)’에 봉사를 하러 나가게도 합니다.

올케가 병상에서 축 처진 몸으로 누워 있을 때, 오셔서 애써 주신 봉사자들은 가족들에게는 큰 위로와 격려였습니다. 신성고등학교 학생들이 병원 봉사를 갈 때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을 해 주시는 환자분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은 오히려 큰 기쁨을 얻고,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신성고등학교 호스피스 봉사자 학생들과 함께 키클럽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저는 안양호스피스 봉사자 분들의 한없는 사랑과 격려를 받으며 또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를 드립니다.

신성고 학생들의 키클럽 활동 모습
신성고 학생들의 키클럽 활동 모습

정년퇴직 후에는 더 본격적으로 호스피스 사역에 동참하고자 2023년도에는 남편도 로뎀나무 쉼터에 가서 노동력 봉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올해부터는 신성고등학교 김성령 선생님이 호스피스 봉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신성고등학교 호스피스 봉사는 계속 될 것이고, 이런 활동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겨자씨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조그마한 소망입니다.

끝으로, 호스피스 봉사 활동의 선봉에서, 때로는 뒤에서 항상 웃으며 섬겨 주시는 김승주 목사님과 정태수 목사님, 그 외 안양호스피스선교회의 많은 봉사자 분들과 후원자 분들께 지면을 빌어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영임 교사(신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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