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도 무슨 뜻이 있으시겠지요?”
이 말은 지난번. “로뎀나무 오기만 해도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고 하시던 S 여사님이 (85세. 췌장임 말기. 화성호스피스 8기)이 데이케어를 다녀가면서 남긴 말이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후. 동행해 온 딸은 “엄마! 그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목사님께 다 말씀드리세요!” 하고는 마당으로 나가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 무슨 말일까? 긴장되었다.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어떻게 해서) 연세가 저보다도 높으시고 보통 부인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호스피스 교육을 받게 되셨나요?” 궁금하여 물었다. 아픈 남편을 생각하며 도움을 얻을까 해서 과정을 밟게 되었으며 대학 시절 정치에 뜻을 두고 정치학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이른바 신여성이었다.
여사님은 3년 전. 당뇨병 합병증으로 고생하던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독거로 지내다가 이번에는 자신이 병을 얻었다고 하였다. 통증은 경구진통제로 조절하고 있으며 조금 심해지면 아들 친구가 원장으로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통증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거의 한 시간에 걸쳐서 잔잔히 털어놓으신다.
대부분을 눈을 마주하면서 듣기만 하였는데 때로는 공감도 하면서 가능한 한 편안한 자리를 마련해 드렸다. 낮 시간 휴식을 하실 방으로 안내를 해 드렸는데 전입 고참(?) A 여사님께서 두 손으로 악수를 청하면서 반갑게 맞아 주셔서 첫날부터 두 분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기력이 없으신 가운데서도 오늘 준비하신 이야기를 다 마치셨는지 일어서면서 뜻밖의 말을 하셨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이곳을 찾게 하신 데는 무슨 뜻이 있겠지요?” 첫날 만남에서는 기독교에 대해 너무 강한 불만을 표출하셔서 당황했었는데 오늘은 단지 말을 경청만 해 드렸는데도 스스로 “하나님의 뜻...”운운하신다.
당초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하셨으니 뭔가 속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것이 있을 것 같은데 ‘어쩌면 영적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번. 방문해서는 조금은 진일보된 진지한 대화가 오고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기도 준비가 많아야겠다.
적지 않은 세월을 되돌아보며 하게 되는 정직한 고백은 ‘내 인생은 결코 우연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주께서는 이분에게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실까? 그것이 궁금하다.
“사람이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16: 9)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