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과 어두움 / 세상의 신비함 / 의암호의 아침 / 현충일

정탐꾼


                윤석규


경안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재두루미 한 마리
징검다리
한 가운데 서서
여기 저기 
두루 살핀다.
먹이는 풍족한가
알 낳을 터전은 있는가
천적은 없는가
징검다리 한 가운데
재 두루미 한 마리
정탐꾼인가 보다

밝음과 어두움 

                                 윤석규

밝음과 어두움
밝음은 어두움을
품안에 두었는데
어두움은 뛰쳐 내려
날뛰고 있다

밝음이 쉬러 가니
메꿏은 어두움 
품 안을 뛰쳐 나와
영원히 제 세상인 듯
몽니를 부리며 날뛰고 
세상을 지배하려
안까님 한다

백성들의 쉼
시샘 하여
환난을 주고

권력을 휘둘러
백성을 짓 밟고
핍박하니
괴로움 더하여
평안을 잃었고
매골이 말이 아니구나

밝음이 깨어나니
세상은 온통
어두움에 짓밟힌 
상처와 괴로움의 흔적

밝음의 고통
수심 가득차고
반자받아
노기 띄우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백성을 위로하니
활기 찾은 백성 백성들

밝음이 어두움 불러
품에 안고
타이르고 어루만져
밝음을 심어주니

어두움 몰려와도
백성들 
평안한 쉼
어둠도  밝음도
쉼을 얻으니
모두가
화평을 누리누나

(주) 
1. 메끛다  => 고집이 세고 심술 부리다
2.몽니 => 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
3.매골 => 볼품 없이 된 사람의 꼴 = 몰골
4.반자받다=> 몹시 노하여 펄펄 뛰다

 

 

세상의 신비함

                             윤석규

 

뻐꾸기 뻑국 뻑국 뻑국
짝을 부르는 외침일지
새끼 청각 열음일지
메아리 만듦일지

강바닥 부들과 갈대
물 맑음 만듬일지
온 갖 새들 보금자리일지
부는 바람에 춤춤일지

나무 잡초 엉겅퀴
서로 엉켜 공생함일지
꽃을 피워 벌 나비 곤충 밥그릇일지
열매 맺어 후대를 기약함일지

작은 알갱이 모래톱
쌓이고 쌓여 성을 만듬일지
바람에 실려온 모래 쉼터일지
아름다움 만듦일지.

높고 낮은 산
나무들 키움일지
짐승 벌레들 안식처 일지
천만년 그자리 지킴일지

세상 모든 것 신비롭고
서로 유익을 주니
버릴 것 하나 없고
얼키고 설켜 공생함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구나

 

의암호의 아침

                       윤석규

자욱한 물안개
바람에 실려 보내니
핏빛으로 물든
호수면
밤새 싸움터의 흔적

아직도 핏빛 창날은
인공섬에 내려 앉은
외계인을 향해
꼼짝마라

저만치
오리 부부
미래를 설계 
푸르르 제집 향하고

물밑 용왕 백성
하늘 향해 솟구쳐
먹이 사냥

돛 없는 목선 위
외로운 낙시꾼
곧은 낙시 드리우고
졸고 있구나

텃새들
이리 저리
춤추며
노래하고

무궁화
온갖 꽃들
활짝 웃음

산책길 거니는
사람 사람들
소곤 소곤 수군 수군
안락함을 안겨 주누나

 

현충일

                      【윤석규詩】

 

어찌 목숨 귀한줄
모르는 이 있을까

한치의 땅이라도
적에겐 줄 수 없다
빗발치는 총탄 속으로
산화한 영령들이여

오직 
나라의 안위와 번영만을
노심초사 밤잠을 설친
구국의 영웅들이며

올 해는 코로나라는
전염병 때문에
님들 앞에 설 수 없으니
이 어찌 한탄스런 아픔인가

영령들이여
올해는 
살아 있는 우리 위해
구국의 일념을 내 뿜으시니
내년을 기약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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