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선교사역 20여년, 행복이 가득한 집(요양원) 설립운영

20여 년을 노인분들과 밤낮으로 같이 살다 보니, 노인분들의 얼굴 표정만 보아도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다. 필자가 섬기고 있는 행복이가득한집(요양원) 어르신 아흔 한분 중에, 약 70% 이상이 치매증상이 있다.

치매는 신체기능에 따라서도 오겠지만, 정서적으로도 올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이게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의 하나는, "치매는 나이 먹고 늙어야 생기는 병"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치매는 삼십 대에도 올 수 있고, 사십 대에도 올 수 있다. 이는 마치 당뇨가 10대에도 오는 것처럼, 치매는 신체의기능 저하 에서도 오지만, 정서의 불안정에서도 온다.

예를들어, 노인이 오랫동안 살아온 손때묻은 정든 집과, 평생을 함께 살아온 정든 마을을 떠나, 한번도 와 본적도 없고, 일면식도 없는 생소한 요양원에 입소 했을 때, 처음 본 환경과 낯선 얼굴들에 큰 충격을 받아서도 올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어르신에게 첫 만남은 아주 중요하므로 요양원 관계자는 깊은 애정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 이것은 어르신을 어떠한 자세로 대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마음을 안정시키고, 갑자기 바뀐 환경에서 오는 불안을 최소화 하는 것이 최우선 이어야 한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입에서 "아! 말로만 듣던 요양원하면, 평소 선입견이 별로 좋지않았던 요양원이었는데, 와서 있어보니 요로코롬 괜찮은 줄 알았더라면 혼자서 불편하고 힘들었던 집에서 좀더 일찍 이곳으로 올걸 그랬다"는 신뢰가 들어야 한다. 다시말하면, 입소한 어르신의 마음을 요양원 종사자들이 잘 읽고 따뜻하게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양원을 인생 마지막에 가는 고려장 정도로 아는 선입관을 불식시켜야 한다.

며칠전 나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차서 강원대학병원에 입원했다. 1층에 있는 시티영상실을 가야하는데 갑자기 머리 속이 하얗게 되면서, 기억이 혼미해진 일이 있었다. 순간 나는 '아! 치매가 이렇게 갑자기 올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기력이 몸에서 빠져나가 걷기도 힘들 정도가 되니 기억력도 쇠미해 지는가! 늙어 기력이 쇠잔해지니 초록은 동색이라고, 늙은이의 심사가 아리게 저며온다.

삼복더위 한 여름을 우리는 덥다고 호들갑을 떨며, 이 무더위가 언제쯤 가느냐고 짜증낼 때, 계절은 한 여름에도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은 빨리 가야 하겠고 봄과 가을은 왜 더디가야 하는가? 계절의 순환 이치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계절과 함께 성큼 다가온 인생의 가을을 겨울전에 어떻게 맞이할까? 

자녀가 있든 없든, 돈이 있든 없든, 홀로서기가 힘들게 되면, 누구나 가야 할 곳이 요양원이다. 오늘 내가 섬기고 있는 이 분들이 곧 나의 자화상이다. 아니 나보다 나이가 적은 이들도 이미 와 있기도 하다. 예전에 찌찌를 바지에 싸서 감춘이도 있었다. 어떤이는 걸어가면서 응아를 하는 이도 있었다. 그때 나는 뒤를 따라 가면서 그 응아를 휴지통에 담았었다. 요양원에서 방배치를 할 때, 치매환자는 같은 환자끼리 룸메이트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중증치매가 되면 길과 길 아닌 곳을 구별하지 못한다. 길을 두고 물댄 논으로도 가고, 개울로도 가고, 산으로도 간다. 

치매환자가 집을 나갔다? 그럼 우리는 으례 길로 갔으리라 여기겠지만 그것은 틀린 선입관이다. 물론 길로 갈수도 있지만, 길 아닌 곳도 찾아 봐야 한다. 아니 어쩌면 길아닌 곳으로 갈 확률이 더 높을 수도 있다. 무의탁 양로원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해 시월 어느날 밤, 걸음도 불편한 할아버지가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다. 밤이 새도록 가실만한 곳은 다 찾아봐도 찾지를 못했다. 다음날 오후 한시쯤 양로원 바로 뒷산 구부능선에서 할아버지를 찾았다. 길도 없는 소나무가 우거진 산 비탈을 맨발로 400m가 넘는 9부 능선까지 올라간 것이다. 참 믿기 어려운 기적같은 얘기다. 그 어르신을 발견한 그날 오후 '집으로 내려 가십시다' 했더니, "이 고개만 넘으면 내집인데, 집에가야지 가긴 어디로 가느냐." 며 막무가 냈다.

또 한 사례로 한 겨울에 한 할아버지가 집을 나가셨는데, 길을 무시하고 논에 물이 가득한, 살포시 언 논을 길로 잘못 알고 첨벙첨벙 걸어가서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곳에서 찾은 일도 있었다. 어른을 모셔온 20여년 동안 나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그런 일들을 참 많이도 격었다.

같은 방을 사용하는 두 치매할머니가 있었다. 한 할머니가 아들집에 가야 한다며 보따리를 쌓고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룸 메이트 할머니도 덩달아서 보따리를 싼다. 그런데 덩달아 싸던 할머니는 보따리 다섯개를 싼후 더 쌀 물건없는데, 같은방 다른 친구는 계속싸서 열 보따리를 쌌다. 이리되면 영락없이 쌈이 벌어진다. 한 한머니가 열보따리를 싼 할머니에게, "나는 다섯갠데 너는 왜 열개냐며, 네가 내 물건 가져같다"고 싸운다. 이때 여러분은 어찌 하겠는가?

공평하게 똑같이 나누자는 얘기는 통하지 않는다. 답은, 화장지로 두 보따리,  베개로 두 보따리, 작은 쓰레기통으로 한보따리, 이렇게 해서 똑같이 맞추어 주면 조용해 진다. 치매환자의 다툼은 이성적으로나 합리적으로 푸는게 아니다. 치매환자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몸은 멀쩡해서 자유자재로 걸어다니지만, 금방 나온 자기방도 못찾는 중증 치매환자도 있고, 정신은 맑은데 하루 24시간 침대에 누워계시는 분도 있다. 수발들기가 아주 힘든 이는 바로 걸어 다니는 중증 치매환자다. 왜냐하면 아무 방에나 들어가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러분! 오래사는 게 절대 복이 아니다!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한다. 그럼 어찌해야 건강하게 늙을 수 있는가? 간단하다. 

"마음을 비우고, 적게 먹되 오래 씹고,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하고, 따뜻한 물을 아침 공복에, 오전 오후 공복시간에 자주 자주 마시 시라!"

김종근 목사, 실버선교사역 20여년, 행복이 가득한 집(요양원) 설립운영
김종근 목사, 실버선교사역 20여년, 행복이 가득한 집(요양원) 설립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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