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춘경, 서울경찰청교회 담임목사

코로나19의 상황속에서 요즘 뉴스의 회제는 교회이고 교인들이다. "교회와 교인들이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다"는 것이다. 마치 오늘날 기독교가 공공의 적이 된 기분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때 기독교인들은 억울하다며 세상을 향해 강하게 항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교회들에서 수백명씩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기독교인들도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최근의 전염병 발병의 원인이 국가의 방역지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그들만의 독선과 아집에 있다는 점이다.

몇년 전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그 사건의 중심에는 구원파라는 종교집단이 있었다 금년 초에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에도 그 중심에는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이 있었다. 보통 기독교인들은 이들이 정통기독교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의 시각에는 이들 모두가 기독교의 한 분파라고 생각한다. 또한 국가권력에 저항하며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나 신천지나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기독교의 핵심은 빛과 소금에 있다. 예수를 따르고 빛을 경험하였으면 당연히 세상을 향하여 그 빛을 비취게 되어 있다. 또한 예수 안에서 진리를 발견하고 예수생명을 소유했으면 그 결과로 당연히 자신을 희생하여 말씀을 실천하는 소금의 역할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오늘날 기독교를 세상에 대한 '공공의 적'으로 전락해 버렸는가 하는 점이다.

그 원인의 첫째로, 오늘날 기독교가 지나치게 형식화되고 세속화되어 그 본질을 잃어 버렸다는 점이다. 성경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고 하나님은 오늘날도 살아 계셔서 일하시는데 목회자와 교인들이 코람데오(Coram Deo)의 신앙을 저버림으로 기독교의 생명력을 잃어버렸다.

그들은 하늘에 있는 하나님을 땅으로 끌어 내렸으며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절름발이 신앙인으로 전락해 버렸다. 따라서 오늘날 기독교의 위기는 실천의 위기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머리 속에만 있고 가슴으로는 받이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제자되는 조건은 자기부인과 십자가에 있다. 이것이 기독교인의 영성이며 차원 높은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이 두 가지를 끊임없이 실천하지 않는 한 죄성으로 가득한 인간은 예수님의 제자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기독교는 세속화되었으며 메너리즘의 깊은 늪에 빠져 버렸다. 그럼으로 그들은 자기부인 대신에 목이 굳어져 교만하여 졌으며 십자가 대신에 세상의 부와 명예와 권력을 쫓기에 분주했다. 우리는이것을 철저히 회개하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로, 오늘날 기독교는 예수생명과 영혼구원 보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치중함으로써 천박한 기독교로 전락해 버렸다.

20세기 말 대부분의 사회학자들은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고했다. 자본주의대 공산주의의 이분법적 대립은 끝났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오직 한반도에서만 이념적 대립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데올로기의 유령이 떠돌고 있는데 그 중심에 기독교인들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한계가 있으며 종교가 세상가치에 개입하는 순간 정치화되며 부패하게 되어 있다.

기독교는 이념이나 사상에 갇혀 있는 종교가 아니고 예수사랑 안에서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종교이다. 단지 교회가 세상에 개입하는 시기는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인 생존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저항권이 발동될 때인 것이다.

타락한 이스라엘의 엘리제사장이 법궤를 가지고 전쟁터에 나감으로 성전의 거룩성의 가치가 무너졌듯이 오늘날 십자가가 데모현장에 나감으로 기독교의 사랑의 가치는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 결과 선교현장에서 그리고 삶의 자리에서 믿지 않는 이들의 비웃음의 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남에게 예수 믿으라고 하기 이전에 탐욕과 교만으로 가득한 너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라는 것이다. 너의 얼굴에 '예수'라는 이름이 있는지 보라는 것이다.

예수님을 만나면 그분이 얼마나 인격적인 분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분의 성품이 합리적이며 정의로우시며 사랑이 기득하시며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분을 만나면 행복하고 계속 함께 있고 싶어지며 인생의 모든 것을 그분에게 거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목사를 포함한 기독교인들에게 이러한 예수님의 영적 향기가 있는가?

예수의 영성을 잃어버린 어린아이와 같은 이들을 향하여 예수님은 말씀 하신다. "내가 목숨을 바쳐 너희를 사랑한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예수님은 답이 없는 인생들을 향하여 죽으심으로 답을 주셨다. '죽음'이 답이라는 것이다. 또한 답이 없는 세상을 향하여 세상을 이기는 유일한 답은 '사랑'이라고 말씀하신다.

지춘경 목사
지춘경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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