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메시지를 매만지는 흥겨움

  • 입력 2020.11.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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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사역자에게 고하는 말씀 (21)

한명철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은혜와 평강교회를 담임하며 30권의 저술과 글쓰기를 통해 복음 사역에 애쓰는 목회자다
한명철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은혜와 평강교회를 담임하며 30권의 저술과 글쓰기를 통해 복음 사역에 애쓰는 목회자다

영광의 메시지를 매만지는 흥겨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음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평생 그러했지만 암 수술 이후부터는 매일의 기상이 새롭다. 건강의 이상 징후가 드러나고 의사의 경고와 권면이 잦아질수록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이 참으로 축복이요 은총임을 절감한다. 늘 비슷한 시간에 깨어 같은 일상을 보내지만 말씀 관련의 일을 할 때처럼 즐거운 순간은 없다. 주일의 설교를 끝내면서 바로 다음 주일의 메시지를 고민해야 하는 중압감이 만만치 않지만 천사조차 흠모할 이 일을 자신이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읍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필자가 덤으로 생명을 보장받고 생사의 벼랑 끝에서 위태한 걸음을 옮겨야 함에도 삶이 즐거운 것은 여전히 메신저로 영광의 메시지를 매만지고 있다는 흥겨움 때문이다.

당신은 살아있음으로 또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메시지 창출에 매달릴 수 있다. 선하신 하나님은 당신에게 능력 이상의 일을 맡기지 않고 기대 이상의 성취를 원치도 않으신다. 당신이 스스로를 아는 이상으로 하나님은 가장 정확히 당신을 아신다. 그것도 꿰뚫어 파악하신다. 그분은 당신의 모든 것을 지으시고 있게 하신 분이다. 설령 벅찬 임무를 맡기실 때는 감당할 지혜와 능력을 반드시 허락하신다. 탁월한 메신저의 길을 걸어감에 있어 당신이 탁월함의 너른 황야에서 첫 발을 들여놓는 것 같은 하나의 비상을 이룰 때, 그것이 다른 사람에 비해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이거나 시간상의 선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젊어서 빛을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원숙한 장년의 나이에 탁월함의 첫 비상을 이룬다. 또 어떤 사람은 인생의 황혼기에, 현역의 마무리 단계에서 한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아니 어떤 사람은 사후에 후세 사람들에게 놀랄만한 영향을 끼쳐 ‘탁월함을 이루었으나 영광을 후세에 남기고 떠난 설교자’로 기억될 수 있다.

천상의 메시지를 전하는 하나님의 메신저

그렇다! 일출의 기운이 비록 드세긴 해도 일몰의 잔광(殘光)을 무시하지는 못한다. 서산낙일의 황금빛 노을은 해돋이의 눈부심에 버금가는 감동을 선사한다. 청년 설교자건, 장년 설교자건, 노년 설교자건 성경을 들고 외치는 한 당신은 천상의 메시지를 전하는 하나님의 메신저다. 나이로 인한 노쇠현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열정과 진지함에 나이의 숫자는 장애물이 아니다. 정상은 가장 높은 곳이지만 머무를 시간은 짧고 공간도 협소하다. 설교에도 최정점이라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필살기로 말씀 사역의 고점을 찍고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고 싶을 것이다. 실제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서도 그런 정신과 자세를 확보하려면 정상 이후의 자기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그 열정과 영성을 유지하며 좌청룡우백호처럼 항상심과 부동심을 양 날개 삼아 초심의 날갯짓을 지속해야 한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생존력이 뛰어난 벌새(길이 5cm, 몸무게 1.8그램)는 초당 15~80회의 날갯짓을 한다. 공중에 멈춘 듯 한 상태에서 빠른 날갯짓을 하며 상하좌우로 날쌔게 몸을 꺾어 나는 모습은 가히 경이롭다. 아마 벌새는 죽을 때까지 고단한 날갯짓을 지속할 것이다. 벌새에서 메신저의 혹독한 메신저의 모습을 보는 것은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벌새가 평생 날갯짓하며 뛰는 심장 박동횟수는 45억 번에 달하는데 이는 70세 노인의 심장 박동횟수에 비해 두 배나 된다. 메신저는 메시지를 듣는 회중에 비해 심장 박동횟수가 훨씬 높아야 할는지 모른다. 한 번의 날갯짓에 수천km를 날며 한 번 비행에 16,000km를 거뜬히 나는 알바트로스처럼 탄복할 메신저도 있겠지만 한 번의 비행을 위해 무수히 날갯짓을 해야 하는 벌새 같은 메신저가 많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나님의 다림줄과 저울에 적합한 메신저

어제 하늘을 진동시켰던 메시지가 오늘 땅까지 뒤집어엎을 메시지를 보장하지 않는다. 당신이나 나는 연약한 그릇에 불과하다. 매우 강한 것 같지만 한없이 약한 존재다. 갈멜 산꼭대기에서 보였던 엘리야의 무용담을 잘 알지 않는가! 단 하루 만에 한 맺힌 여인의 독설 한 마디에 추격자가 없어도 광야의 호젓한 길로 도주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죽기 원하던 그를 죽이지 않았지만 영광의 메신저이기를 포기한 그를 하나님은 더 이상 붙들지 않으셨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능력의 메신저도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 그런 인간에게서 늘 능력의 말씀이 흘러나올 수 없음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위대한 설교자에게도 밋밋한 메시지가 있을 수 있고 자타가 공인할 정도의 탁월한 메신저가 죽을 쓰는 경우도 다반사다.

메신저에게는 오직 하나의 메시지가 있을 뿐이다. 매번 하나의 메시지를 정성껏 다듬는 정교하고 세심한 장인정신이 필요할 뿐이다. 당신은 한 편의 설교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밤을 지새우고 머리털을 쥐어뜯거나 가슴을 때리며 고민한 적이 없는가? 그것이 너무 심해 고통에 몸부림치거나 울어본 적은 없는가? 설교자를 위한 중보의 무릎이 아무리 많고 강해도 결국 능력의 말씀을 위탁받아 전할 이는 설교자 자신이다. 메신저 본인의 어떠함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오히려 중보팀이 약하고 제반 여건이 원만치 못해도 메신저 자신이 메시지 창출에 신실하고 탁월하면 주변의 상대적 취약점들은 충분히 상쇄되고 남는다. 당신의 목장 규모와 상관없이, 당신의 강단 크기와 별도로 하나님은 당신 자신만을 저울질하시고 당신의 진심을 재어보신다. 무거운지 가벼운지, 긴지 짧은지, 하나님의 다림줄과 저울에 적합하면 누가 뭐래도 당신은 위대한 메신저다.

고난당하는 메신저가 있을지언정 초라한 메시지는 없다

작은 교회의 설교자임을 이유로 메시지에 관한한 대형교회 사역자에게 주눅 들지 말라! 목회 상황이 작은 것이지 목회자가 작은 것이 아니며, 메시지가 작은 것은 더더욱 아니지 않은가? 회중의 반응이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이라고 스스로 줄어들지도 말라! 그런 모습은 못난이들이나 보일 짓거리다. 누가 당신을 무능력한 설교자라 핀잔하며 누가 당신의 기름 부음 받은 메시지에 재를 뿌리는가? 그런 자가 있다면 예언자를 멸시한 자, 메시지를 더럽힌 자로 간주되어 그에 합당한 형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이 아님에도 당신 스스로 그렇게 느낀다면 당신이 문제덩어리다. 탁월한 메시지에서 먼 근본 이유는 당신 내부에 있고 당신을 탁월한 메신저가 되지 못하게 훼방 놓는 자는 다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이다.

고난당하는 메신저가 있을지언정 초라한 메시지는 없다. 비난받는 메신저가 있을지언정 비굴한 메시지는 없다. 세상이 메신저를 못살게 구는 것은 메시지 때문이다. 메시지를 감당해낼 수 없기에 메시지 전달자에게 흉수를 뻗는 것이다. 말씀이신 하나님을 대적까지 한 사탄이 그의 종들 정도야 하찮은 상대가 아니겠는가! 메신저는 오히려 거짓된 종들로부터 비난받지 못함을 두려워해야 한다. 깜냥도 안 되는 존재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신실한 메신저라면 원수들에게서 능욕과 참소의 패대기를 당한다. 그때가 영광의 순간임을 기억하라! 그 나라에 합당히 여김 받은 사실에 기뻐하며 주님의 제자와 천상의 메신저로 능욕 당함을 도리어 영광스럽게 여겨야 옳다. 천사도 흠모할 직책이기에 할 수 있다면 천사들 역시 말씀 까닭에 고난당하고 비난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것이 곧 영광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주변을 살펴보라! 함께 말씀을 연구하고 설교 공부에 임할 동료들이 많지 아니한가! 요즘은 굳이 같은 장소에 모이지 않더라도 동일한 시간만 확보되면 줌과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얼마든지 진지한 스터디그룹을 결성할 수 있다. 이런 방도는 약간의 돈이 들더라도 동아리의 결속력과 참여도를 높이면서 자긍심도 키우고 실질적인 유익도 월등하다. 중도에 포기할 생각이면 차라리 시도하지 않는 편이 낫고 오래 가려면 멤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결성된 후에는 연구와 공부에 적극 헌신함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필수조건이다. 지향하는 목표, 성경을 해석하는 입장과 신앙이나 신학적 성향, 진리 탐구와 성경 이해에 대한 처절하리만치 치열한 열정 등은 멤버가 공유해야 할 공부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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