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으로 전하는 네팔 이야기 3

자동차로 사가르마타( 에베레스트)를 향하여 13시간쯤 가다보면 더 이상 나아 갈 수 없는 마을 설레리(Salleri)가 나옵니다.

에베레스트산행이 시작되는 루클라공항까지는 걸어서 3일거리입니다. 잠시 돌아보다 오던 길을 조금 뒤돌아 2시간 거리의 도디마을(해발2,500m)로 향하였습니다.

저의 체력으로 고산 산행은 무리이기도 하고 히말라야도 좋지만 사람이 좋아 네팔을 찾은 저로서는 이 설레리 지역의 삶의 모습들을 담고 몇 분들과 이야기 나누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원래 그 목적으로 쏠루쿰부(에베레스트산군을 포함한 이 지역 District 이름이 쏠루쿰부입니다)를 올랐습니다.

네팔의 대부분 산악마을이 그러하듯 해발3,000m이내의 산들에는 집을 짓고 농사를 지을 조그만 환경이 될 것 같으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넓은 대지가 아니고 비탈면에 잠시 멈춰진 한 조각땅에도 감사하며 오늘도 땅을 일구는 삶은 오지의 험난함을 이겨낸 결코 초라하지 않은 위대한 만족과 행복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 산 골짜기를 품고 산중턱을 감싼 마을을 한 바퀴 돌다보니, 쟁기를 메고 바쁘게 가는 청년이 있어 따라 가봅니다.

                              연장을 메고 가는 도디마을의 청년! 알렌(23세)
                              연장을 메고 가는 도디마을의 청년! 알렌(23세)

물이 고일 만한 곳을 논이라 부르며, 멍에를 멘 두 겨리소가 움직이기 조차 버거운 비좁은 땅을 갈고, 모내기를 합니다.

나의 눈에는 땅보다는 바위와 돌이 더 많아 보입니다.

모내기 내내 웃음꽃과 이야기가 멈추지를 않습니다.

누가 이들의 삶을 고단하고 초라하다 말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지금까지 만나 본 사람들 중에 가장 행복하고 유쾌한 분들입니다.

물을 공급하는 도랑이 안보여 농수는 어떻게 하냐고 알렌에게 물었더니 "우기인 6월에 모내기를 하면 9월초까지 비가 오니 논 물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10월에 벼베기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하듯 태평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하늘이 알아서 하고 계절이 알아서 하는 것을...

이 분들의 삶 자체가 히말라야고 자연이니, 제 걱정이 참으로 쓸데 없는 것이였습니다.

이번 짧은 여행은 나의 편견의 창문을 열고 네팔로 한 발짝 내딛는 소중한 시간과 만남이였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께서도 작은 것에 감사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치는 히말라야에 오르지 않으시겠습니까?

(이형열기자(2010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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