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의 바닥은 주가지수가 아니라 투자자의 심리가 결정한다

세계금융시장 리뷰

지금 투자전망을 한 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 사태를 냉정히 되짚어 보자는 의도에서다. 지난 주 혼돈을 거듭하던 미 증시는 금리인상을 하루 앞두고 크게 반등하였다. 예견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듯 최근 보기 드문 거래량과 강한 매수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 9월 물가지수(8.2%)가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오자 미 증시는 크게 하락하며 한주를 마감했다. 여전히 강한 인플레이션으로 미 연준은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투매를 부른 것이다.

미국 증시는 현재 전 세계금융시장의 축이 되었고 그 어느 때 보다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이슈는 영국이다. 지난달 영국정부가 430억 파운드(약 69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자 영국 돈과 채권은 역대 최저로 떨어지며 시장은 대 혼란에 빠졌다. 연기금들은 펀드 운용상 채권비중이 크다. 국채를 담보로 파생상품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연기금들은 채권담보하락으로 투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순식간에 영국 국채가 휴지가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영국중앙은행은 긴급 국채 매입(100조)에 나서며 시장을 안정시켰다. 선진국으로는 처음 영국은 1976년 IMF 구제 금융을 신청했는데, 그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소문으로 시장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다. 영국이 IMF에 손을 벌릴 당시에도 영국 파운드화가 폭락하자 정부가 개입해 영국 돈 하락을 저지했다. 그 때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헤지펀드들은 공동으로 파운드화를 공격해 결국 영국은 두 손들고 IMF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이 똑 같이 재현될 수 있다는 루머가 확산되자 영국정부는 채권 매입을 곧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한 달만에 사임한 재무부장관에 이어 새로 부임한 장관은 모든 결정을 취소하고 원래대로 돌아가겠다고 항복하자 시장은 크게 안도하며 채권금리가 안정을 찾았다. 그렇다고 영국의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 세계의 금융시장은 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금융시장의 근간은 미국과 영국의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영국이 제 2의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한다면 금융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며 연쇄 국가부도 사태도 예견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서비스산업 비중이 80%에 가깝다. 제조업 기반이 무너져 금융서비스에 집중된 산업의 한계로 지금의 사태를 넘긴다 해도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 미국과 유로존, 영국은 현 사태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하며 현 위기를 극복한다는 소리가 들리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은 어떤 상황인가? 어느 곳 하나 안전한데가 없다. 많은 신흥국들은 이미 구제불능 상태에 빠져 있고 일본 또한 녹록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엔화가 1달러당 150엔을 훌쩍 돌파한다면 시장은 또 한 번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중국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국가가 절대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이기에 당장 시장에 충격을 줄 대형 악제는 돌발하지 않을 것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경기침체가 기정사실로 확인된 지금 주요 원자재 가격과 생필품 등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다. 올 연말을 기점으로 인플레이션 지수는 안정화로 돌아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데, 이는 바로 경기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도 연말 또는 내년 1분기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임계점은 경기침체가 확인되는 내년 상반기가 가장 힘든 고비가 아닐까 미국 금유전문가들의 견해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은 별개의 큰 이슈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주식시장의 바닥은 어디일까?

여전히 외국인들이 좌지우지 하는 우리나라 시장은 어디를 둘러봐도 호재를 찾아 볼 수 없다. 미국보다 몇 달 앞서 큰 조정을 받아 현재 충분한 싼 가치에 도달해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매수주체가 없다. 종목에 따라서는 이보다 더 바닥일 수 없는 사상최저가의 주식들이 즐비하다. 현 지수대에서도 외국인들이 꾸준히 삼성전자를 연일 사 모아가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함에도 선뜻 매수에 나설 수 없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다. 여차하면 손절할 수밖에 없는 개미들 계좌와 아직도 절반 가까이 남은 신용물량도 투매를 부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민주라 할 수 있는 카카오그룹 주들이 최근 대거 폭락한 배경도 돈을 빌려 우리사주를 샀던 20%에 가까운 보호예수 물량의 반대매매 불안감에서 비롯되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것이 아니기에 정확한 물량은 집게 되지 않았지만 보호예수기간이 도래한 물량들이 실제 반대매매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후 우리 증시는 코로나 이전까지 10년간 평균 21000~2300지수에서 움직였다. 당시 상장사들의 평균 이익이 130조 정도였지만 최근 몇 년간은 220조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지수는 분명 사상 최저치(바닥)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자신이 들고 있는 주식의 기업이 지속경영이 가능한가? 미래를 위해 꾸준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해 왔는지, 현재 제정상황은 어떤지, 즉 단기부채, 현금흐름 정도를 파악해 보고 냉철히 손절할 종목은 아닌지를 판단해야할 중요한 시점이다. 2022년 결산기점으로 2~3년 안에 상장기업들의 20~30%는 도태될 것이며 명맥만 유지하는 식물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다.

막대하게 풀린 제로 금리 돈의 힘으로 증시를 끌어올렸던 주식시장은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더 큰 혼란이 있었던 게 큰 변수이긴 하지만 지난 수년간의 금리도 미 10년 국채는 평균 4%대였다, 미국 몰게지 금리, 10년 몰 채권등도 이미 정점을 찍었다. 현재 신용등급이 낮은 우리나라 일부 기업들은 10%가 넘는 금리에도 채권발행은 물론 돈을 빌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현금을 많이 확보한 상태다.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부의 양극화가 극에 달해 있는 현실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긍정적인 소리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원론적으로 따지면 그 어느 때 보다 주식가격이 싸졌다는 것이 유일한 호재다. 영국문제가 수습되고 일본 엔화의 돌발적인 사태가 벌어지지 않아야 그나마 더 큰 충격은 없을 것이다. 정점에 도달한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안정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는 이미 예견된 사항이기에 어느 정도 우리시장은 반영이 되었고, 지금의 혼돈이 지속되어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한두 번 더 큰 하락을 경험하더라도 한국은 더 이상 큰 폭의 하락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필자는 한국의 IMF, 911사태, 미국의 금융위기 등 숱한 혼돈을 경험했으면서도 현재 투자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데는 늘 긍정의 힘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을걷이를 위해서는 씨 뿌린 후 거름 주고 잡초를 뽑고 작열한 태양 빛과 함께 태풍을 견뎌야 비로소 추수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이 또한 그 과정이라는 생각에서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중이다. 주가의 바닥은 주가지수가 아니라 투자자의 심리가 결정한다.


글: 자명


블루애플자산운용주식회사 
CEO & CIO(투자총책임자)
글든브릿지캐피탈 수석펀드매니져
숨겨진 부의 설계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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