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연 따라 산행하기 (21) 용문산(龍門山)

〆정상에서 바라본 동쪽 전경(사진 조성연)
〆정상에서 바라본 동쪽 전경(사진 조성연)

용문산(龍門山)은 경기도 용문면과 옥천면 경계에 위치한 높이 1,157m에 이르는 산이다.
경기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으로 미지산이라고도 불린다.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정상인 가섭봉(1,157m), 장군봉(1,065m), 함왕봉(966m), 백운봉(940m)이 주봉을 이루고 있다.
용문사에 있는 은행나무는 국내에 있는 은행나무중 최고(最古)의 수령, 1,100이상으로 추정되며 높이가 42m, 둘레가 15.2m에 이른다.
용문산의 이름은 ‘용이 날개를 달고 드나드는 산’, ‘용이 머무르는 산’에서 유래되었다.

 

등산코스:용문사-용각골-마당바위-가섭봉,정상-상원사-연수리 연안마을 (5시30분)

필자는 제22차 산행을 양평, 용문산으로 가기로 했다. 필자와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20년 동안 친구로 지냈던 최관규씨가 모국을 방문하여 자기 고향인 용문에 머무르고 있어서 친구도 만나고 하이킹도 하기 위해서였다.
경의·중앙선을 타고 용문역에 내리니 친구가 마중 나와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그가 나를 용문산 국민 관광단지 주차장까지 내려다 주어 산을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용문사 일주문 (사진 조성연)
용문사 측경(사진 조성연)

좌·우로 잘 정비되어있는 공원 사이를 지나 일주문을 통과하여 용문사에 도착했다. 용문사 앞에는 그 유명한 은행나무가 푸르른 잎사귀를 하고, 은행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필자를 반기고 있었다. 30여년전 푸르른 젊음으로 이 자리에 섰던 필자는 이제 반백의 노인으로 변해 다시 그 앞에 서 있는데…. 용문사를 지나 조그만 나무다리를 건너 산속으로 접어들었다.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 30호)

졸참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를 지나쳐 계곡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큰 돌과 바위가 많은 너덜길의 연속이다. 낙석 주의 경고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산 위에서 돌들이 굴러떨어져 생긴 듯한 돌길이 하이커의 발길을 더디게 붙잡고 있다. 계곡의 물들이 작은 폭포를 이루어 연달아 흘러 내리는 모습과 시원한 물소리가 하이커의 발걸음에 힘을 보태주고 있긴 하지만 오르는 길은 여전히 쉽지 않다.

용각골의 작은 폭포들

마당바위에 도착했다. 집마당처럼 넓고 평평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데크계단을 걸어올라 산속 운무속으로 들어갔다. 장마철이라 산 위쪽이 구름에 덮여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가파른 돌·바윗길을 걸어 올라 능선에 도착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능선을 걸어 잡목과 풀이 빽빽하게 우거진 수풀 사이를 지그재그로 연결해 놓은 철제 계단을 밟고 올라 정상, 가섭봉에 도착했다. 정상이라고는 하지만 운무외에 보이는 것이 아주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증사진만 찍고 온 길을 되돌아 내려와 상원사로 향했다. 능선을 타고 거의 다 내려왔는데 갑자기 운무가 걷히고 아랫마을 전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정쪽을 바라보니 역시 구름이 밀려 올라가고 산정의 건물과 안테나가 신비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마치 극장에서 커튼이 올려지고 커튼 뒤의 무대가 등장하는 것처럼, 마치 요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밋밋한 능선을 걸어 내려와 상원사에 도착했다.

필자는 2주후에 용문산에 다시 와야만 했다. 정상에서 못 찍었던 사진을 찍고, 온 김에 다른 코스로 용문산을 오르기 위해서이다. 이번에는 능선으로 정상에 올라 다른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새로운 코스여서 더 만족도가 높았고 날씨까지 도와주어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금상첨화였다.

정상에 선 필자(사진 김유용)

용문사-가섭봉,정상-장군봉-함왕봉-백운봉-백년약수터-사자바위폭포-용문산 휴양림 코스로 6시간 30분 걸렸다.


지난번처럼 물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바람소리, 새소리, 매미울음 소리, 풀벌레 소리가 힘겹게 능선의 암릉을 오르고 있는 하이커에게 힘을 보태주었다. 또 이리저리 연결되는 긴 철제 계단을 걸어 올라 정상, 가섭봉에 도착했다. 부대 건물과 안테나를 둘러싸고 있는 철망으로 전망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지난번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용문산 관광단지를 비롯한 용문일대와 그 왼쪽 산들의 푸른 물결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왔던 길을 다시 내려오다 장군봉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산허리를 비스듬히 걷다가 능선에 이르는 트레일이다. 능선길에는 노란색으로 곳곳에 피어있는 원추리, 말나리를 비롯한 야생화들이 하이커를 반겨주는 길이다. 장군봉(1,056m)에 도착했다. 정상보다는 낮지만 시계가 통제되고 있는 정상보다 전망이 훨씬 좋다. 걷다가 멀리 내다보니 함왕봉과 그 뒤로 우뚝 솟은 백운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용각골,마당바위

함왕봉을 우회하여 한 참을 내려갔다 백운봉를 다시 오르려니 까마득하게 여겨진다. 뒤를 돌아 걸어왔던 능선 길을 보니 용문산 정상이 아득하기만 하다. 헬기장을 지나 긴 철제 계단을 지나 백운봉(940m)에 도착했다.
3개의 봉우리중 단연 전망이 최고다. 구불구불 유장하게 흘러가는 남한강의 모습, 강주위에 발달한 마을들, 도로들, 다리들……

하산은 백년 약수터, 사자바위 폭포를 거쳐 용문산 휴양림쪽으로 했다. 하나의 산을 두 번 다녀와 글을 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전적으로 새로운 코스로.

쥐다래
말나리
원추리
산수국

일본의 노인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와다 히데키는 새로운 지식과 경험이 뇌의 전두엽에 자극을 주어 노인이 젊고 건강하게 살아 가는데 도움을 준다고 설파했다. 일주일에 2번, 일년에 100번씩 사소한 것이라도 일상 생활에서 실천해보라고 조언한다. 비단 노인뿐이겠는가. 또 은퇴하고 일을 안 하면 뇌에 자극이 없어 뇌가 먼저 늙고 이에 따라 몸이 늙는다고 한다. 걷기·등산을 꾸준히 실천하고, 공부를 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서 독자님들 모두가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래 사시길 염원한다.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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