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연 따라 산행하기 (20) 명지산(明智山)

명지 제2봉에서 바라본 남쪽 전경 (사진 조성연)
명지 제2봉에서 바라본 남쪽 전경 (사진 조성연)

명지산(明智山)은 경기도 가평군 북면·하면에 걸쳐있는 높이 1,267m의 산이다. 광주산맥에 딸린 산으로 경기도에서 화악산(1,468m)다음으로 높고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하다. 명지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에는 굴참나무, 전나무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명지계곡과 천연림의 조화가 장관이다.
명지산이란 이름은 ‘맹주산(盟主山)’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산세가 마치 주위에 있는 산들의 우두머리와 같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91년 경기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행코스:익근리-승천사-명지폭포-명지산-명지제2봉-명지제3봉-아재비고개-백둔리(6시간30분)

대중교통으로 명지산을 가기 위해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명지산은 필자가 지난 앞서 소개했던 화악산(16편)과 가평천을 경계로 마주 보고 있는 산이어서 집에서 가는 경로가 동일했다.
가평역에서 목동, 목동에서 익근리까지 이동했다. 익근리에 내려 명지계곡을 따라 난 아스팔트 길을 걸어 산속으로 진입했다. 왼쪽으로 힘차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계속 걸어 오르니 계곡 안에 크고 평평한 너럭바위, 여러 모양의 바위들이 눈에 띈다. 바위틈 사이를 굽이굽이 흘러가는 굵은 물줄기가 맑고 힘차고 경쾌하다.

승천사 측경(사진 조성연)
승천사 일주문(사진 조성연)

최근 2개의 다리와 그 다리를 잇는 둘레길 공사로 넓혀진 도로를 따라 걷노라니 도로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이 6월의 뜨거운 햇빛을 받아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다. 나무들마다 이름표를 달아놓아 여간 반갑기 그지없다. 전나무, 물푸레나무, 광대싸리, 갈참나무, 쪽동백나무, 털고로쇠나무, 느릅나무, 신갈나무, 층층나무……

참조팝나무
국수나무

산을 오를 때마다 수없이 마주치는 나무들의 이름을 몰라 안타까운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오늘은 나무 이름을 다 알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나 이름을 불러주는 만큼이나.
승천사 일주문을 지나 승천사에 도착했다. 건물보다도 어마어마하게 큰 불상이 앞마당에 우뚝 서 있다. 상대적으로 건물들은 낡고 초라하게 보였다.

함박꽃나무
도깨비부채

조금 더 걸어 오르니 이제 막 완공되었으나 개통이 안 된 제1하늘 다리(아치교)가 나왔다. 다리와 연결되어 위쪽으로 이어지는 데크 길이 보인다. 곧이어 제2 하늘다리(현수교)가 나왔다. 이 다리를 건너가니 명지 폭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명지폭포는 7-8미터 높이에서 물이 떨어져 담(潭)을 이루고 있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폭포지만 단아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금마타리
싸리꽃
돌나물(사진 조성연)

 

제2하늘다리(사진 조성연)

또 다리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데크 계단이 보인다. 제 1다리와 제 2다리를 연결한 둘레길이리라.
두 개의 다리와 그 사이를 잇는 둘레길을 만드느라 산이 얼마나 많이 훼손되었고 나무들이 얼마나 많이 잘려 나갔을까? 꼭 필요한 공사였을까? 자연훼손을 최소화면서 개발하는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최근 설악산 대청봉에 한동안 잠잠했던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소식이 또 들려온다. 우리가 이 세상에 머물다가는 짧은 기간 동안, 꼭 이렇게 자연을 개발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현명한 결정일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30여년 전 호젓한 산길을 따라 명지계곡을 올랐던 정취는 이제 그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다. 다시 다리를 건너와 본격적인 등산로에 진입했다. 비로소 등산다운 등산을 시작하는 느낌이다.
조그만 나무다리를 지나 나무 계단길을 통과하니 갈림길이 나왔다. 명지제 1봉쪽으로 향했다. 돌계단, 나무계단이 이어지는 조금 가파른 길이다. 이제 계속 뒤따라왔던 물소리는 들리지 않고 청아한 새소리가 들려온다.

명지산 정상의 필자(사진 한원규)

생강나무, 함박꽃나무, 가래나무, 당단풍나무를 지나 디딤돌 사다리, 긴 통나무 계단을 올라 능선에 도착했다. 갈참나무 큰 잎사귀가 바람에 사운대는 소리가 들린다. 사그락∼사그락∼.
가드레일 밧줄이 있는 가파른 길을 걸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몇 개의 바위로 구성되어있는 그리 넓지 않은 장소이다. 또 푸르른 산들의 물결이 이어진다. 서쪽으로 화악산이 건너다 보이고 남쪽으로 용문산도 멀리 보인다. 명지제2봉(1,250m)으로 향했다. 조그만 돌 봉우리를 데크로 둘러놓은 전망대이다. 연달아 명지제3봉(1,199m)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인공 전망대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아재비고개쪽으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도했다. 나무가 우거진 숲길, 암릉길을 지나 내려오니 연인산이 멀리 내다보인다. 드디어 평평한 안부, 아재비고개에 이르렀다.
자갈이 많고 취나물, 고사리리류의 식물이 눈에 띄는 길을 걸어 내려오다 물이 졸졸 흐르는 조그만 계곡을 만났다. 잠시 쉬면서 세수를 하고 머리에 물을 적셔서 땀과 더위를 씻어냈다.

명지폭포 전경 (사진 조성연)

조그만 계곡들이 여기저기서 모여 어느새 큰 계곡을 이루었다. 백둔계곡이다. 이제 산을 올라오면서 내내 들었던 물소리가 또 들리기 시작한다. 계곡, 폭포 주변에는 건강에 좋은 음이온이 풍부하고,물소리,새소리,바람소리같은 자연의 소리는 안정과 휴식상태의 뇌파,알파파를 크게 증가시킨다고 하는데……

백둔리까지 내려왔으나 버스를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해서 1시간 아스팔트 길을 걸어 내려오다 택시를 타고 가평역으로 돌아왔다.
명지산, 명지제2봉, 명지제3봉 코스-나무가 울창하고 산세가 중후하여 산행다운 산행이었다.
산행도중 만난 여러 종류의 나무들, 야생화, 산새, 개울등 산 식구들과 더불어 행복한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산 식구들

-김연수

작은 나무 큰 나무
함께 사는
산 속에는

풀꽃들의 고운 미소
어둠도
따라가지 못하고

산새들의
노래는
빗줄기도
적실 수 없네

걸림돌도
노래로 바꾸는
슬기로운 개울가

울퉁불퉁 바위곁에는
작은 꽃
어여뻐라

아, 다정해라
더불어 함께 사는
산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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