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연 따라 산행하기 (17) 홍천, 공작산(孔雀山)

〆수타계곡의 용담 (사진 조성연)
〆수타계곡의 용담 (사진 조성연)

공작산(孔雀山)은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높이 887m의 산이다. 노송, 갈참나무가 암봉(巖峰)과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연출하며, 정상에서 홍천군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서남 능선 아래에 자리 잡은 수타사와 여기서부터 노천리까지 이어지는 수타계곡이 유명하다.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답다고 한다. 공작산이란 이름은 공작산 꼭대기에서 뻗어나간 능선이 마치 공작의 날개처럼 펼쳐져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등산코스: 공작 삼거리문바위골735-공작산 정상-안공작재-수리봉-작은골 고개-약수봉-수타사(6시간)

〆공작산에 핀 꽃
〆공작산에 핀 꽃

필자는 대중교통으로 홍천에 있는 공작산을 가기 위해 새벽 일찍 목동 집을 나섰다.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여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여 홍천행 첫차를 탔다. 또 홍천에서 노천리행 버스를 갈아타고 공작교 삼거리에 하차했다.

조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산과 명자나무꽃, 앵두꽃, 복숭아꽃이 어울려 피어있는 산골 집 사이로 난 아스팔트 길을 걸어 올라 공작산 쪽으로 향했다. 조금 지나니 나지막한 산 사이에 길게 늘어선 노천 저수지가 나왔고 곧 공작 삼거리에 이르게 되었다.

〆문바위골 등산로에서 내려다 본 전경
〆문바위골 등산로에서 내려다 본 전경

문바위골 등산로가 시작되는 임도를 따라 오르니 곧 호젓한 트레일이 시작된다. 왼쪽으로 작은 문바위골이 이어지고, 노란색 금붓꽃, 보라색 각시붓꽃과 알록제비꽃이 시샘하듯 피어나 하이커를 반기고 있다. 산철쭉도 만개해있고, 병꽃나무꽃과 매화말발도리꽃도 막 피어나고 있다. 갈참나무도 넓은 연초록 새싹을 내밀고 이른 아침 햇살을 반기고 있다.

오월의 공작산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트레일이 계곡을 벗어나 능선 쪽으로 이어지다가 울퉁불퉁한 바위길을 지나 주능선에 합류하게 된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연초록 넓은 잎사귀의 갈참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정상 부분은 암봉(巖峰)들과 노송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고, 남쪽 아래로는 노천 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남쪽에서 보면 공작산 정상에서 펼쳐지는 산들이 마치 공작이 날개를 펼치고 있는 듯한 형상이라하여 공작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산속에 들어와 가까이서 봐서 그런지 산을 몇 번이나 봐도 그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 가드레일 밧줄이 있는 급한 내리막길을 지나자 안골 트레일과 안부가 만나는 능선이 나왔다.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일본 이깔나무 숲을 지나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걸어 오르니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 바위 봉우리 오른쪽을 우회하여 오르다가 다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이제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정상은 그리 높지 않은 2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봉우리 왼쪽을 우회하여 조금 내려가다 다시 두 번째 봉우리를 오르니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은 조그만 바위 봉우리로 된 좁은 공간이다. 정상부위는 주변에 만개한 산철쭉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철쭉 너머로 홍천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〆정상에서 바라본 홍천일대 (사진 조성연)
〆정상에서 바라본 홍천일대 (사진 조성연)

정상에서 내려와 약수봉, 수타사쪽으로 하산 방향을 잡았다. 하산이라고는 하지만 능선을 타고 몇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걷는 길이라 산을 오르는 것이나 진배없다.

가드레일, 바위에 박힌 디딤 사다리가 있는 비탈길을 내려오니 갈참나무 낙엽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능선길이 나온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낙엽들이 바스락 바스락거리며 큰 소리를 내고 미끄럽기까지 하다. 조금 걷다가 급기야 낙엽 더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혼자 걷는 길인데도 헛웃음이 나왔다.

추락 주의 안내판을 지나쳐 능선길을 걸어 수리봉(755m)에 도착했다. 다시 한참 내리막길을 걸어 작은 골 고개까지 내려와 약수봉(558m)에 올랐다. 또 다시 내려왔다가 마지막 봉우리에 이르렀다. 다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오르려고 하니 심리적으로 힘이 더 드는 듯하다.

비탈길을 내려와 수타계곡에 이르렀다. 용담이라는 제법 큰 담()이 나왔다. 그 아래로 크고 넓은 계곡이 펼쳐지고, 그 계곡에는 크고 작은 돌들과 모래더미가 가득 차있다.

〆수타산 정상에선 필자(사진 이경재)와 수타계곡의 용담 (사진 조성연)
〆수타산 정상에선 필자(사진 이경재)와 수타계곡의 용담 (사진 조성연)

수타교를 건너 수타사에 도착했다. 절에는 불탄일을 맞이하여 연등이 빼곡하게 걸려있다. 수타사 밖 바로 오른편에는 공작산 생태숲이 조성되어 있어 그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〆연등이 가득한 수타사 (사진 조성연)
〆연등이 가득한 수타사 (사진 조성연)

홍천으로 가는 버스를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해서 걸어서 영귀미면 농협까지 걸어 나와 홍천행 버스를 일찍 탈 수 있었다. 산행 끝에 30분 더 걸었지만, 이런 일은 산행을 하다 보면 다반사로 있는 일이니까……

찻길을 걷다가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모내기 준비로 정지(整地)가 되어 물이 가득 차 있는 논, 비료가 뿌려지거나 일구어지고 있는 밭, 밭에다 옥수수 모종을 심고 있는 촌로(村老), 복숭아꽃, 살구꽃이 피어있는 농가-필자가 어렸을 때 고향에서 많이 접했던 정겨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야생화가 만개하고, 연초록 잎들이 싹을 틔우는 봄기운이 완연한 강원도 홍천의 산과 들을 거닐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고 지나온 삶을 반추(反芻)해보는 산행이어서 참 좋았다.

5월의 다짐

 

정연복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빛 우울(憂鬱)

말끔히 지우리

 

살아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 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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