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연 따라 산행하기 (14) 관악산(冠岳山)

〆전망대에서 바라본 사당능선과 연주대 (사진 조성연)
〆전망대에서 바라본 사당능선과 연주대 (사진 조성연)

관악산(冠岳山)은 서울특별시 관악구/금천구와 경기도 안양시/과천시의 경계에 있는 높이 632m의 산이다. 관악산은 예로부터 경기의 금강 또는 소금강이라 불렸으며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오악(五岳)에 속했던 산이다. 산의 형세는 태산은 아니나 준령과 기암이 중첩하여 장엄함을 갖추었고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수많은 봉우리와 사찰이 산재해 있으며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서울시민이 즐겨 찾는 명산이다. 관악이란 이름은 산의 모양이 마치 삿갓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등산코스 : 남태령 2코스 공원 사당 능선 관악산 공원 전망대 하마 바위 관악문 연주대 서울공대 관악산역(4시간)

관악산은 젊은 시절부터 서울대 방향에서 몇 번 올랐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사당역에서 내려 사당 능선을 밟으며 연주대를 거쳐 서울대쪽으로 내려올 산행계획을 세웠다. 사당역에 내려 남태령쪽을 걸어 오르니 남태령을 오가는 차량 물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정류장에서 내린 출근 인파들이 전철역을 향해 종종 걸음을 하고 있다.

〆관악문에서 바라본 연주대(조성연)
〆관악문에서 바라본 연주대(조성연)

남태령 제2코스 공원에서 데크계단을 걸어올라 왼쪽의 조그만 정자를 지나쳤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혼재하고 곳곳에 참호가 파있는 호젓한 산길을 걸어 올랐다. 이제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도 점점 희미하게 들리고, 나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새 소리가 적막감 속에서 산속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수방사 철책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능선에 이르게 되었다. 능선 주변에 크고 작은 바위가 많이 나타난다. 바윗길에 설치해 놓은 밧줄을 잡고 기어올라 오른쪽 큰 바위를 지나 관악산 공원 전망대에 도착했다.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도심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는 한강이 보이고 그 너머 남산타워, 북한산, 도봉산이 아스라이 보인다. 동쪽으로 롯데타워를 비롯한 높은 빌딩과 그 너머로 남한산이 보인다. 서쪽으로도 막힘이 없어 작은 산들과 빌딩 숲이 펼쳐져 있다. 여러 산들로 둘러싸이고, 가운데로 한강이 흘러가는 분지-명당에 수도 서울이 자리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에는 연주대 쪽을 바라다보았다. 능선 위로 솟아오른 바위들과 그 틈바구니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 그 바위들 사이사이를 연결한 인공계단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내리막 데크계단을 지나 조금 걷다가 오르막 데크계단이 이어지고 헬기장을 지나 하마 바위를 통과했다.

-〆왼쪽부터 차례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사당능선과 연주대(조성연) ,사당능선의 하마바위 주변 (조성연) ,사당능선의 관악문(조성연)
-〆왼쪽부터 차례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사당능선과 연주대(조성연) ,사당능선의 하마바위 주변 (조성연) ,사당능선의 관악문(조성연)

가드레일이 있는 바윗길을 오르고 또 내리막길을 걷고 급경사 바윗길을 지나 암릉길을 걸어 올랐다. 관악문이라고 이름 지어진 바위문을 통과하니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한참 바위 능선길을 내려가 정상으로 이어지는 데크계단이 이리저리로 이어진다. 이 계단을 올라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기상레이더 왼쪽 아래로 이어지는 내리막 돌계단, 데크계단을 내려오다 연주대를 올려다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에 이르렀다. 연주대는 해발 629m로 관악산의 깎아지른 듯한 벼랑위에 있는 대()이다. 통일신라 시대 때 의상대사가 연주봉에 암자를 세웠기에 의상대라 부르다가 지금은 연주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곳 연주대 축대 위에는 응진전이라는 법당이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계속 데크계단을 내려와 조금 오르막길을 지나 헬기장을 통과하여 안부에 도착했다. 이제 서울공대 방향으로 하산길이 시작된다. 긴 데크계단 끝에 돌계단이 이어진다. 계속 내려와 조그만 계곡을 건너게 되었다. 계곡을 따라 산길이 계속 이어진다. 계곡은 아직까지 얼음에 덮여있으나 입춘이 지나서인지 얼음 사이사이로 흐르는 물도 언뜻언뜻 보이고, 어떤 곳은 얼음장 밑으로 졸졸졸 흘러가는 물소리도 들린다. 봄이 벌써 가까이 온 듯하다. 서울대를 지나 관악호수 공원에 도착했다. 정자, 분수, 수변 무대, 나무다리, 인공섬으로 꾸며진 멋진 공원이다.

이제 아스팔트길을 따라 내려와 최근에 개통된 경전철 관악산역에 도착했다. 관악산을 오르며 산을 오르기보다 관악 공원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가 거주했던 콜로라도의 로키산맥에 위치한 4,000m급 고산과 같은 웅대하고 험준한 산 모습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관악산이었다.

등산이 주는 유익이 참 많다. 무엇보다 산속의 숲들이 내뿜는 피톤치드는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진정 효과가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는 뇌파를 안정과 휴식상태인 알파파로 유지하여 마음의 안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등산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 외에도 심폐기능 향상, 근육발달, 퇴행성관절염, 소화기질환 예방과 지방 감량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심신 발달에 좋은 등산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북한산, 도봉산, 남한산, 관악산등이 서울 도심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울 시민들에게 커다란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아니겠는가!

추억의 산

 

-전호영-

 

그대 모를 거야

내게 아무도 알 수 없는 산이 있다는 걸

뭇 산은 비를 맞으며 고개 숙이고

뭇 산은 해를 받으며 웃음 짓지만

나의 산은 그렇지 않아

스쳐간 옛 추억을 간직하며 여전히 신비하니까

 

그대 모를거야

내게 아무도 갈 수 없는 산이 있다는 걸

뭇 산은 몸을 허락해 고개 숙이고

뭇 산은 마음 허락해 웃음 짓지만

나의 산은 그렇지 않아

떠나간 옛 사랑을 기다리며 여전히 순결하니까

 

그대 모를거야

내게 아무도 오르지 못한 산이 있다는 걸

 

오늘도 나는 배낭을 메고

추억의 산을 오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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