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연 따라 산행하기 (15) 포천, 운악산(雲岳山)

 

〆하산길의 만경대(조성연)
〆하산길의 만경대(조성연)

운악산(雲岳山)은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과 가평군 조종면의 경계에 있는 높이 936m의 산이다. 일명 현등산이라고도 하며, 예로부터 기암 괴봉으로 이뤄진 산세가 아름다워 경기의 소금강이라 불렸다. 또 운악산은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에 속하는데, 그중에서도 산수가 가장 수려한 곳으로는 운악산 만경대가 꼽힌다.

운악산이라는 이름은 만경대를 중심으로 높이 솟구친 암봉들이 구름을 뚫은 듯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행코스 : 운악산 광장-무지치폭포-대궐터-애기봉-서봉-동봉-만경대-두꺼비 바위-사부자 바위-궁예궁터-운악사-운악산 자연 휴양림 (4시간30)

〆장엄함을 이루는 운악산
〆장엄함을 이루는 운악산

필자는 하이킹 칼럼을 준비하러 국립공원 산중의 한산을 가려고 했으나, 운악산을 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봄철 산불예방 기간에는 대부분의 국립공원 산들의 등산로가 부분 또는 전면 통제되기 때문이다.

운악산을 가기 위해 동서울 터미널에서 내촌(포천)으로 향했다. 여기에서 7-2번 마을버스를 타고 운악산 휴게소로 가려고 계획했었는데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다음 버스를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해서, 80번 버스를 타고 중간에서 내려 30분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용 주차장 왼쪽으로 조그만 계곡을 따라 난 콘크리트 길을 걸어 산속으로 걸어 올랐다. 조금 오르다 보니 길가에 개나리가 노란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었다. 또 노오란 산수유도 숲 곳곳에서 막 피어나고 있었다. 남쪽 지방에는 벌써 매화, 벚꽃이 피었다는데……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경기 포천에 위치한 운악산의 봄도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머지않아 단풍나무, 참나무, 조팝나무들도 깨어나리라.

조금 더 걸어 오르다 왼쪽으로 음식점 사이로 난 제1코스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여기저기 막 피어나고 있는 진달래꽃들이 산을 오르는 하이커를 반기는 듯하다.

〆하산길의 진달래와 무지치 폭포(홍폭)전경 (사진 조성연)
〆하산길의 진달래와 무지치 폭포(홍폭)전경 (사진 조성연)

가드레일이 있는 오르막길을 걸어 무지치 폭포 전망대에 이르렀다. 무지치 폭포(홍폭)는 사암절벽(면경대)으로 흘러내리는 60m 길이의 장대한 폭포이지만 갈수기라서 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일설에 의하면 궁예가 태봉국을 세웠으나 광적인 잔학성에 의해 민심이 왕건에게 쏠리자 궁예가 이곳에서 성을 축조하고 반년간이나 항거하다 최후를 여기서 마쳤다고 전해진다산행 중에 만났던 궁예 대궐터, 궁예 성터는 역사적 사실이었을까?

가파른 데크계단과 밧줄 가드레일 길이 계속 이어지고 돌, 바위길도 나타난다. 무지치폭포 상단까지 걸어 오르니 큰 바위 성채 아래 샘터가 자리하고 있다. 경기 5악에 속한다는 운악산 등반이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바로 왼쪽에 신선대가 나왔다. 몇 명의 락 크라이머들이 바위에 늘어뜨린 밧줄에 매달려있다. 곧 이어 거대한 치마바위가 그 오른쪽을 펼쳐진다. 조그만 계곡을 건너 가파른 길을 걸어 오르니 넓지 않은 궁예 대궐터가 나왔다. 데크계단, 바위에 차례로 박혀있는 디딤돌 사다리까지 밟고 올라 능선 전망대까지 이르렀다. 운악산 자연 휴양림 품속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예쁜 집들이 내려다 보인다. 그 너머 포천으로 이어지는 큰 도로와 포천 시가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〆운악산 자연 휴양림 전경(사진 조성연)
〆운악산 자연 휴양림 전경(사진 조성연)

노채고개, 하산길, 운악산 정상길 삼거리에 섰다. 왼쪽 능선 위로 솟아있는 바위로 된 산봉우리들이 예사롭지 않다. 정상쪽을 향해 조금 걸으니 애기봉이 나오고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마지막 가파른 데크계단을 걸어 서봉, 정상(935.5m)에 도착했다.

〆하산길의 암릉(사진 조성연)과 운악산 정상에서 찍은 필자의 모습
〆하산길의 암릉(사진 조성연)과 운악산 정상에서 찍은 필자의 모습

한국의 봄철이 늘 그렇듯이 황사가 하늘을 뒤덮고 있어 멀리 있는 산들이 선명하지 않고 뿌옇게 보인다. 서봉에서 700m 떨어진 동봉, 정상(937.5m)으로 향했다. 다시 서봉으로 되돌아와 하산을 시도했다.

하산은 보통 계곡이나 산비탈 쪽으로 시작하는 것이 예사이나 능선길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암릉길이 이어진다. 바위에 박힌 디딤 사다리, 바위에 걸려있는 밧줄의 도움 없이 어떻게 내려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파르고 위험하게 느껴진다.

두꺼비 바위, 사부자 바위를 지나 뒤를 돌아보니 그 유명한 운악산 만경대 모습이 웅장하고 장대하게 눈에 들어온다.

〆하산길의 운악사(사진 조성연)
〆하산길의 운악사(사진 조성연)

한참 내려오니 또 진달래 군락이 나오고, 두 큰 바위 봉우리 사이 아래쪽에 위치한 운악사가 보인다. 절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이름 모를 멧새가 계속 울어댄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서 울고,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멧새도 슬픔, 기쁨, 외로움, 고뇌, 사랑 등을 노래하고 있는 것일까?

드디어 운악산 자연 휴양림쪽으로 내려와 산행을 마무리했다무지치 폭포-애기봉-서봉-동봉 만경대-운악사 코스-능선을 따라 산을 오르고 능선을 따라 산을 내려오는 경기 5악다운 산행이었다. 봄의 정취를 느끼며 걸으면서 몰락한 궁예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 보고, 암릉에 매달려 바위산을 감상하는 멋을 아무나 즐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팔고, 싸움도 한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 할 수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미리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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