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연 따라 산행하기 (19) 오대산(五臺山)

오대산(五臺山)은 강릉시, 평창군, 홍천군 경계에 있는 1,563m의 산이다.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최고봉인 비로봉(1565.3m)을 비롯하여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의 5개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크게 5개 봉우리와 그 일대 사찰로 구성된 평창 오대산 지구와 노인봉 일대의 강릉 소금강 지구로 나뉜다. 오대산이란 이름은 5개 봉우리 아래에 위치한 5개의 대(臺)-북대(미륵암), 중대(사자암), 동대(관음암), 서대(수정암), 남대(지장암)에서 유래되었다.

 

산행코스:상원사-중대사자암-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두로령-두로봉-신선목이-차돌백이-동대산-동피골(8시간)

필자는 지난 3월에 이어 또 다시 오대산에 와야만 했다. 그때 국립 공원 산불 방지 기간으로 입산이 통제되어 산을 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번과 동일한 방식으로 동서울 터미널에서 첫차를 타고 진부에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상원사에 도착했다.

상원사 측경(사진 조성연)

아름드리 전나무 숲사이로 나있는 돌이 촘촘히 박힌 콘크리트 길을 걸어 올라 산속으로 진입했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돌계단을 걸어 올라 일주문을 지나서 상원사 경내에 이르렀다.
산자락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산사가 한없이 조용하고 평화스럽다. 마당 한가운데 석탑이 자리잡고 있고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동종(국보 제36호)도 눈에 띈다.
상원사 앞마당을 지나 오른쪽으로 나 있는 데크계단을 걸어 올라 비스듬히 이어지는 산길을 계속 걸었다.

상원사 일주문(사진 조성연)
중대사자암 측경(사진 조성연)

산허리를 깎아 만든 트레일에는 돌멩이가 많고, 트레일 주변의 나무들은 초여름의 푸른 신록들로 싱그럽기 그지없다. 곧 중대사자암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적멸보궁까지는 돌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길가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독경 소리를 들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을 계속 걸어 올랐다. 적멸보궁이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안치되어 있다는 이곳은 불자(佛子)들의 기도 도량(道場)으로 유명하다.
적멸보궁을 내려와 왼쪽으로 이어지는 트레일에 진입하여 본격적인 비로봉 등산이 시작되었다. 풀, 야생화, 참나무, 단풍나무,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사이로 가파른 오르막 데크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숨이 차고 힘이 든다.

병꽃나무, 벌깨덩굴을 비롯한 야생화들이 길가에 활짝 피어나 힘겨운 하이커를 응원하는 듯 하다.
드디어 정상이다. 돌무더기 위에 정상 표지석이 우뚝 서 있다. 사방으로 푸르른 산들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남쪽 방향으로 향하여 서니 왼쪽부터 상왕봉, 두로봉, 노인봉, 동대산, 발왕산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벌깨덩굴
눈개승마
메발톱
함박꽃 나무
물참대
병꽃나무(사진 조성연)

호령봉쪽으로 가려고 했으나 희귀 동·식물 자원 보호로 통제한다는 안내판을 보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약간 내리막 길을 걸어 상왕봉쪽으로 향했다. 헬기장을 지나고 내리막 데크계단을 걸으니 주목(朱木)군락 보호지역이 나왔다. 여기저기에 몸통이 붉은 주목들이 눈에 띈다. 아고산지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손님이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능선 주변의 풀과 나무들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몸을 흔들고 손짓을 하며 홀로 걷는 하이커를 격하게 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능선을 걷고 또 걸었다.
상왕봉에 도착했다.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는 밋밋한 봉우리이다. 이제 두로령을 거쳐 두로봉으로 향하고 있다.

비로봉,정상에 선 필자(사진 문연임)

오랜만에 뻐꾸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뻐꾸기 울음소리는 언제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온다. 들과 산에서 뛰놀며 시름없이 행복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백두대간 두로령이라는 커다란 표지석을 지나 두로봉에 도착했다. 두로봉은 표지석도 없는 조그만 지점에 불과했다.

동대산으로 향했다. 두로봉에서 5.7km에 이르는 거리라서 서둘러 걸었다. 숲이 우거진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신선목이라는 안부에 도착했다. 이어서 차돌백이를 통과하게 되었다. 두로봉과 동대산 능선에 발달한 석영 암맥으로 희고 투명한 차돌(석영)이 다른 돌들과 색깔이 확연하게 달라 눈길을 사로잡았다.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더 걸어 동대산에 도착했다.

이제 등피골쪽으로 하산을 서둘렀다. 서울까지 되돌아가려면 막차 시간 안에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참나무 낙엽이 수북한 산길을 계속 내려왔다. 쏴아~ 쏴아~.바람이 나뭇가지를 심하게 흔들어대며 내는 소리다.마치 계곡 아래에서 물이 흘러가며 내는 소리와 비슷하다.
흔히 등산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내려와야 하고, 산마루가 높으면 골이 깊고, 산행이 계획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고……

이번 산행도 오대산 5개 봉우리를 다 밟으려 계획했으나 입산통제로 4개 봉우리를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걸을 수 있는 데까지 걸어 나름대로 의미있는 산행이었다. 어차피 인생도 미완성이지 않은가!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이해인· 수녀, 시인, 1945-)

관련기사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