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연 따라 산행하기 (18) 홍천, 팔봉산(八峰山)

〆팔봉산 제3봉 전경 (사진 조성연)
〆팔봉산 제3봉 전경 (사진 조성연)

홍천, 팔봉산(八峰山)은 강원도 홍천군 서면 팔봉리에 위치한 높이 328m의 산이다. 홍천강이 산의 삼면을 둘러 흐르고 있어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아름답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8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산세가 아름다워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리운다. 8개의 봉우리에 이르는 주능선이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오르내리는 게 만만치 않은 산이다. 산행 후 홍천강 변을 걷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산행코스: 매표소-1-2-3-4(해산굴)-5-5-7-8-홍천강변-매표 소(3시간30)

필자는 산행 칼럼을 쓰기 위해 홍천, 팔봉산을 가기로 했다. 동창생이 운전하는 봉고차를 타고 중학교 동창생 5명과 함께 팔봉산 입구에 도착했다. 매표소 바로 옆에 위치한 등나무 꽃이 만발한 등나무 터널을 지나고 계곡에 걸친 조그만 다리를 건너 산속으로 진입했다.

비스듬히 이어지는 트레일 옆에 벌깨덩굴꽃이 수줍은 듯 피어있고, 잎사귀가 넓고 긴 관중이 하이커를 반기고 있다. 나무계단을 걸어 오르니 참나무, 단풍나무를 비롯한 낙엽수들이 눈에 띄고, 소나무도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오르니 제1봉에 이르는 갈림길이 나왔다. 아래쪽은 능선을 우회하는 길이고 위쪽은 암릉길이다. 바위에 걸린 밧줄, 쇠막대 가드레일, 바위에 박힌 디딤 사다리, 데크 계단의 도움을 받아 제1봉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양평 쪽에서 유장(悠長)하게 흘러오는 홍천강이 평화롭게 보인다. 강 주변으로 신록이 짙푸른 산들의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1봉을 내려와 다시 오르니 어느새 제2봉의 정상이다. 2봉 정상에는 삼부인당(三婦人當)이라는 당집이 세워져 있다. 마을주민들이 조선시대부터 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쫓는 당굿을 해온 곳이다.

〆제 4봉에서 바라본 홍천강(사진 유재성)
〆제 4봉에서 바라본 홍천강(사진 유재성)

2봉에서 제3봉을 내다보았다. 긴 쇠사다리가 걸려있는 바위 봉우리이다. 3봉에 도착해서 내려다보니 마을을 둥그렇게 휘감으며 청평 쪽으로 융융하게 흘러가는 홍천강의 모습이 또 보인다. 강 오른쪽으로 제법 넓은 모래사장도 보이고 벌써 물놀이 나온 차량과 사람들도 보인다.

3봉 쪽에서 제2봉 쪽을 바라다보았다. 다른 각도에서 산을 보면 또 다른 산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멀리서 보면 가까이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산의 모습도 볼 수 있기에. 이처럼 우리의 인생길도 앞을 보고 가다가 가끔 뒤를 돌아다보는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3봉을 내려와 제4봉을 향하고 있다. 또 갈림길이 나왔다아래쪽은 해산굴을 통과하여 정상을 가는 길이고, 위쪽은 제4봉으로 연결되는 구름사다리이다. 해산굴 쪽을 택했다. 조금 내려갔다가 가파른 바위 틈바구니를 기어올라 날씬한 사람만이 겨우 통과할 만큼 비좁은 굴을 통과하게 되었다. 양발로 바위를 버티며 몸을 밀어 올려 손으로 굴 밖 상단부를 움켜쥐고 용을 쓰며 굴 밖으로 몸을 끌어 올리면서. 이 굴을 통과하는 어려움이 산모가 아이를 낳는 고통과 비슷하다고 하여 해산굴이라 이름지었다고 하며, 여러 번 통과할수록 무병장수한다는 전설도 있어 일명 장수굴이라고도 한다니……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으나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 6봉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차례로 통과했다. 7봉으로 가는 길은 능선 바위에 박힌 쇠 가드레일이 유난히 길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도 비교적 가파르다. 이제 마지막 봉우리, 8봉으로 향했다. 8봉은 바위, 노송, 이리저리 이어지는 쇠사다리가 어울려 제법 높이 솟아있는 여덟 개 봉우리중 가장 오르기 힘든 봉우리이다.

〆팔봉산 자락에서 바라본 홍천강(사진 유재성)
〆팔봉산 자락에서 바라본 홍천강(사진 유재성)

봉우리 초입에 8봉중 가장 험하고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코스라는 경고판이 서있다.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에 도착했다. 아래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준다. 바람에 사운대는 나뭇잎 사이로 또 홍천강이 내려다보인다. 강물이 흐르다가 바닥에 부딪쳐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가고 있다. 그 오른쪽 넓은 강물은 바람에 흔들려 물결이 일고 있다. 때마침 비친 햇빛이 물결의 파동에 반사되어 윤슬이 반짝거린다. 현란한 빛들의 반짝거림이 아름다움을 넘어 황홀하기 까지하다.

이제 하산이다. 급한 내리막길이 홍천강까지 뚝 떨어지는 형국이다. 내려오는 내내 쇠 가드레일의 도움을 받고, 디딤 사다리를 밟으며 홍천강 기슭까지 내려왔다. 산길을 걷다가 강변길을 걸으니 또 다른 운치가 느껴진다. 강변에는 이름 모를 풀꽃과 풀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길을 걷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풀꽃을 들여다보니, 나름대로 예쁜 구석이 있었다. 문득 최근에 읽었던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생각났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조물주가 만든 하찮은 풀꽃이 이처럼 예쁠 수 있다면, 하물며 만물의 영장으로 창조된 인간은 또 얼마나 예쁠 수 있겠는가.

팔봉산-비록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암릉과 바위가 많고 오르기 쉽지 않은 골산(骨山)이다. 팔봉산의 삼면을 휘감아 흐르는 홍천강을 내려다보며 8개의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걷는 즐거움이란! 그것도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며, 몸이 불편한 친구도 낙오되지 않고 다 함께.

〆제7봉 능선에서 바라본 제8봉(사진 유재성)
〆제7봉 능선에서 바라본 제8봉(사진 유재성)

풀꽃 2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 이것은 비밀

 

 

풀꽃 3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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