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이란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집착과 유의어로는 고착, 애착 등의 단어가 있다.

그러면 집착과 사랑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동기의 순수성의 차이일 듯싶다. 집착은 '멈춤이 없는 자기 욕망의 극대화를 향한 이기심'이다. 집착은 상대방이 고통스럽든, 슬프든 간에 자기 자신이 행복하면 그걸로 끝이며 상대방을 소유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행복하다면 만족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랑은 현재에 대한 감사이며, 사랑은 내 것을 내어주는 헌신이며, 사랑은 노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의 삶을 추구한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한국사회는 집단 간의 이해충돌이 일어날 경우 건강한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자기 밥그릇을 절대로 손해보지 않겠다는 것이 그 근저에 깔려 있다. 고질적인 집착병이다.

정부는 2000명 의사 인력 충원을 발표했다. 정부안을 반대하여 전공의와 학생들과 의사를 키워낼 책임있는 교수들까지 합세하여 의대 증원에 반발하여 집단 사직을 하겠다고 국가를 향해,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협박을 하는 느낌을 받는다. 평범한 국민들의 정서이다.

우리 사회가 심히 우려하는 것은 대학교수까지 수업을 거부하고 집단 사직을 통해 의료인들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전공의들의 집단 반발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의사교수들까지 교단을 헌신짝처럼 여기고 함께 집단 사직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생님의 첫번째 역할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들과 싸우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그래서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성집단이다. 지성집단은 균형과 원칙을 고수하는 마지막 보루이다. 마지막 보루인 의사 교수들도 집단의 힘을 과시한다면 우리 사회가 아주 잘못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의사 교수들은 전공의와 학생들을 지키고, 국민들의 마음도 읽어내고, 정부와 절충안을 만들어내어 우리 사회의 소모전을 최소화시키는데 지혜를 모으는 것이 선생님이 해야 할 역할이다. 교수 의사들까지 사직이란 막다른 골목으로 문제를 끌어가는 것은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힘을 과시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김태훈은 자의 의미를 잘 설명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에 를 붙인다. 공적인 일을 하는 판·검사에겐 일 사()’를 쓴다. 변호사·변리사·조종사는 전문 지식을 존중하는 의미로 선비 사()’를 쓴다. 그런 전문가 중에 특히 사회에 희생하고 봉사하는 직종엔 남을 가르친다는 뜻의 스승 사()’를 붙인다. 아픈 이들을 돌보는 도덕적 사명을 수행하는 의사에게 를 쓰는 이유다.

한국 의사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인이다. 생명을 다루기에 어떤 직업보다 더 탁월한 학업능력과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는데 오랜 시간 걸린다. 국민들은 의사들을 존중한다.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분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지를 실천할 때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

이번기회에 구조적인 문제들을 테이블위에 펴놓고 심도 있는 대화와 타협으로 마무리하기를 원한다.

첫째, 의사가 부족한가? 통계를 보면 국민들의 85% 이상이 의사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안에 더 찬성하는 편이다. 의사 집단은 의사가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둘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상급종합병원 부도설로 이어지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떠받쳐왔던 수익 구조의 한계가 노출된 것이다. 전공 수련의들의 값싼 노동력과 경증환자들의 중형·전문병원 이탈로 인해 경영수지 악화이다.

셋째, 수도권중심의 상급종합병원 증설로 인한 환자 쏠림현상과 지방의료를 담당할 전문인 부족으로 인한 지방의료붕괴이다.

넷째, 전문의와 수련전공의 역할과 한계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민들의 의식 변화이다. 경증환자들은 무조건 3차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려가는 국민들의 의식도 고쳐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은 위급한 중증·응급 환자중심의 진료가 원활하도록 서로 배려해야 한다.

여섯 번째, 지금까지 국민들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의료혜택을 누렸다. 의료수가의 증가는 국민들의 몫으로 다가올 것이 자명하다.

일곱째, 수능시험 1등에서 3500등까지 의대진학을 한다. 그다음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한다고 한다. 의대광풍이 옳은가? 우수한 두뇌가 의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두뇌 자원의 배분이 절실하다. 의사과학자가 더 많은 일자리와 부를 창출한다. 의학과 임상경험, 연구능력을 갖춘 의사과학자들의 첨단 바이오 산업, 헬스케어 융합 분야등에 필요하다. 의료서비스는 세계최고의 나라이다. 그러나 의사과학자들은 아주 미미하다. 이번계기로 최고의 두뇌들이 의사과학자의 길을 개척하여 세계시장의 판도를 바뀌어 놓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여덟번째, 내가 왜 의사가 되었는지 자신의 정체성을 재 확인하라. 그 기준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이다. 또한 그리스도인 의사들은 칼뱅의 직업소명설을 다시 되새김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네바 선언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나의 스승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다.
나의 의술을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베풀겠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
나의 환자에 관한 모든 비밀을 절대로 지키겠다.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다.
나는 동료를 형제처럼 여기겠다.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나는 생명이 수태된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을 최대한 존중하겠다.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나의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명예를 걸고 위와 같이 서약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히포크라테스 선서 (인물로 보는 해부학의 역사, 2015. 10. 15., 송창호)


곪은 부위는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 미봉책으로 덮고 가면 언젠가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룬다. 의료인들의 집단 사직은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정부와 의료인들 간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며 서로 상생 안을 기대해본다.

국민들의 생명권을 놓고 줄다리기 하는 모양새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집단의 이익보다 국민들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것이 먼저이다. 의료인들의 숭고한 헌신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좋아졌다. 정부도 의료인들의 고충에 더 깊이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의료인들이나 정부에서 일하는 공직자나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수고하는 분들이다. 적대적인 감정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은 누군가의 아빠이고 엄마이고 자녀이고 형이고 누나이고 친척이고 친구이다. 서로 존중하며 구조적인 문제들을 풀어내는 지혜가 있기를 요청한다.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 본헤럴드대표, 서울신학대학교신학박사 등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 본헤럴드대표, 서울신학대학교신학박사 등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