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산기도원-본푸른교회 수양관
변화산기도원-본푸른교회 수양관

20003월 구리에 왔다. 23년이 되었다. 살집과 예배처소를 구하려고 부동산에 들러 경매물건이 있는가 물었다. 사장님은 보여주는데 20만원을 요구했다. 저는 건물만 보겠습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주소를 외우고 토평동 465-218번지를 찾아다녔다. 구리여고에서 이곳을 찾는데 1시간 이상 걸렸다.

23년 전 구리시 토평동 지역은 허허벌판이고, 강변북로가 연결되지 않는 참으로 불편한 곳이었다. 차량도 없고, 도로도 없고, 아파트도 없고, 사람도 없고, 주택도 없고, 식당도 없고, 모든 것이 없었다. 하수구도 없고, 포장도로도 없고, 오직 들판에는 비닐하우스와 파밭과 배나무만이 넓은 들판을 채웠다.

20003월 오후 늦은 시간에 건물을 보았다. 보자마자 아내에게 이곳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약속의 땅이다. 우리 무조건 이 건물 낙찰받자,건물 주인을 만나서 국수 한 그릇 대접하고 저에게 꼭 넘겨주십시오, 이곳에서 목회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루만에 경매보증금 7천만원을 준비해서 낙찰을 받고 1주일 만에 현재 장소로 입주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이 선하게 인도하셨다.

황무지와 같은 이곳에서 배운 것이 있다. 매 순간이 땅끝이었다. 땅끝은 순종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23년간 나름대로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버텨왔다. 버틴 시간들 속에 마음도 여물어갔다.

 

(1)오직 믿음으로 살겠다고 고백을 하며 땅끝에서 저항했다.

그때 내 나이 36. 신대원을 막 졸업한 전도사였다. IMF 국가 부도사태로 온 국민이 힘든 시기였다. 내 안에는 있는 자산은 오직 믿음밖에 없다. 의지의 대상이 없었다. 현실과 이상을 채워 가는 것은 믿음과 인내밖에 없었다. 현실은 혹독했다. 믿음으로 시작했지만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은 쉽지 않은 나날이었다. 날마다 은행 이자와 먹고사는 생존권에 시달렸다. 날마다 인생이 땅끝이었다. 땅끝에서 물러날 때가 없었다. 물러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고 넘어지는 것이다.

하나님이 역사하시면 황무지에서도 꽃이 핀다는 믿음을 주셨다. '황무지가 장미꽃같이 피는 것을 볼 때에 구속함의 노래 부르며 거룩한 길 다니리.' 이 찬양 참으로 많이 불렀다. 그러며 마음에 다짐했다. 이곳에서 오직 믿음으로 버티며 믿음으로 살자.

 

(2)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가겠다.

땅끝에서 뒤돌아보는 순간 소금기둥 된다. 인생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소돔과 고모라성이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불과 유황으로 멸망당할 때 롯의 가족은 구원을 받았다.

그런데 롯의 아내는 심판을 피해 가다가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다.

고난의 세월에 뒤돌아보는 순간 많은 염려와 근심의 노예가 된다. 살면서 주의 일이나 인생을 세워가는 일이나, 믿음으로 출발했다가 염려와 근심과 불신앙으로 뒤돌아보는 인생은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삶의 자리가 땅끝일 때가 참 많다. 앞이 전혀 안보이고, 감당해야할 무게는 점점 많고, 방법이 잘 안보일 때도 많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뒤돌아보는 순간 소금기둥이 되고, 인생은 무너지게 된다.

 

2000년 개척하면서 뒤돌아보지 말고, 삶의 자리를 사랑하자고 스스로 마음에 믿음으로 암시를 했다. 믿음의 텐션이 떨어질 때마다 뒤돌아보면 소금 기둥된다. 스스로 마음에 채찍을 가하며 삶의 자리를 소중하게 가꾸려고 노력했다.

위대한 종 사도바울도 자비량 선교사로 헌신했는데, 우리도 우리가 먹을 것은 우리 손으로 벌어가면서 개척교회하면 되지, 교회에 손을 내밀 필요 있나. 하나님께 기도했다. 교회 채무도 목회자 부부가 모두 감당하게 해주세요. 결국 목회자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교회 채무를 다 갚았다. 긍정적인 자세로 도전하며 살면 더욱 삶의 길이 넓어진다는 아주 작은 경험을 했다.

 

(3)주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황무지와 같은 삶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늘을 쳐다보며 날마다 말씀으로 자신을 가꾸고, 찬이슬을 맞으며 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수없는 나날을 주님과 교제하는 시간으로 채웠다.

무조건 연 240일 저녁기도 등 주님과 씨름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포기했을 것이다. 하나님은 날마다 땅끝에서 순종을 배우는 훈련의 시간을 주셨다. 그래서 심령이 강건한 축복을 선물로 받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습관이 몸에 배여 목양실에서 밤을 새우는 날이 많다.

 

(4)씨를 뿌리는 삶을 살겠다.

늘 이런 생각을 하며 말한다. 나는 개척목사이다. 개척자가 씨를 뿌리지 아니하면 미래에는 거둘 것이 없다. 씨뿌리는 것은 고된 인생이다. 누군가 씨를 뿌려야 거두는 사람이 있다. 열매보다 씨 뿌리는 것이 더 행복하다. 무임승차보다 댓가를 지불하고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 인생의 선물을 더 많이 경험한다. 또한 대가를 지불한 인생은 삶의 이야기가 풍부하다. 인생을 뒤돌아보며 믿음의 이야기를 추억할 수 있는 인생이 축복이다, 그것이 행복이다. 내일 종말이 찾아온다고 해도 나는 오늘 씨 뿌리는 것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늘 자신을 채찍질하며 스스로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을 조이는 일을 놓치지 않았다.

 

(5)절대적인 순종과 온전한 헌신을 배웠다.

23년 사역의 장은 늘 땅끝이었다. 그 땅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절대적인 순종과 온전한 헌신으로 순간순간을 채웠다. 이것 말고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능력이 없었다. 순종과 헌신은 내가 가장 잘 하는 분야인 것 같다.

늘 재정적인 어려움은 일상이었다. 생존권의 문제는 모든 개척교회가 짊어져야할 순명인 것 같다. 개척 10년째 예배당이 협소하여, 교회 바로 옆에 있는 창고를 개조하여 교회예배당으로 사용했다. 창고를 예배당으로 리모델링하여 완성한 날 시청에서 40여 명의 철거반들이 와서 교회당 내부를 부숴놓고 갔다. 그날 밤 부서진 교회 내부에 앉아 망연자실하여 밤을 지새웠던 시간들은 잊혀지지 않는다. 2억이란 돈을 빌려서 공사를 했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개발제한구역이 무엇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문제도 믿음으로 잘 견디고 이겨냈다.

다음세대 교육을 위해 국제대안오후학교를 개교했다. 미국에 한 명을 유학 보내는데 매달 5백 만원이 들어간다. 그 비용을 내가 들여, 외국 선생님을 교사로 채용하였고, 외국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교육만이 무너진 사다리를 복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교육철학이었다.

개척 후 15년간 본국제신학교를 운영하였다. C국에 신학교를 세우고 교회 리더를 훈련시키는 선교사역을 감당했다. 한 달에 두 번, 월요일 아침에 첫 비행기를 타고 금요일 철야예배 전에 교회에 도착한다. 한 주는 매일 강의할 교제를 쓰고, 한 주는 신학교 학생들을 가르쳤다. 쉬지 않고 그 사역을 반복했다. 주님이 에너지를 주셔서 40대를 신바람 나게 선교에 올인 할 수 있었다.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10년 전 한국의 선교와 전도의 바람이 식어가는 것을 보고 본헤럴드 신문사를 창간했다. 종이 신문은 곧 종말을 고한다. 앞으로는 인터넷모바일 신문시대가 올 것을 예측하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언론에 뛰어들었다. 정말로 교회개척처럼 맨땅에 해당했다. 비판적인 언론들은 한국교회와 목회자와 성도들을 문제집단으로 매도했다. 그런데 그 내부에 들어가면 정말로 좋은 교회, 사명 따라 헌신하는 수많은 좋은 목회자와 성도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많다. 그 아름다운 것을 알리려고 언론을 시작했다. 문제가 있지만 교회가 답이다. 성경이 지식의 근본이다. 그 원리는 바뀌지 않는다. 가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원리는 동일하다. 원리는 원칙이고 기준이다. 바로 성경이 세상의 기준이며 원리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언론을 시작했다. 이것도 자비량으로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한국교회 최초로 공유교회를 시작했다. 지금은 주일에 4교회가 시간을 달리해서 예배를 드린다. 교단도 다르다. 목회자의 나이도 다르다. 성도들의 구성원도 다르다. 건물 공간 나눔 선교는 건강한 공교회신학만 있다면 모든 교회가 할 수 있다.

 

(6)온전한 성장의 기쁨을 맛보게 하겠다.

개척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본푸른교회에서 끝까지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반드시 성장이란 기쁨을 주어야겠다는 꿈을 가졌다.

개척교회를 하면 사회적 시선이 있다. 작은 교회는 실력도 없고, 능력도 없고, 모든 것이 다 부족한 교회이고 부족한 목사라고 하는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러면서 비교한다. 큰 교회는 모든 인격도, 실력도 다 훌륭하고, 모든 것이 다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성도들 중에도 우리교회가 작아서 내 자녀 교육시킬 수 없다고 하면서 좀더 규모가 있는 교회로 이전한다. 사회적 관계망이 약해서 규모있는 교회에서 다양한 사람과 교제하는 삶을 누리겠다고 떠나가는 분이 많다. 이런 비교와 성도들의 떠남은 작은 교회들이 경험하는 일상이다.

제 마음에 끝까지 남아있는 성도들에게 진짜 성장의 기쁨을 주어야겠다는 마음을 늘 먹고, 그런 이야기를 자주 말한다.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꽁짜를 바라보고 사람을 쳐다보며 갈증나게 사는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땅끝을 경험할 때마다 그 땅끝에서 하나님에 대한 순종을 재확인하는 자리로 반응했다.

이런 작은 외침이 작은 교회를 이끌어오면서 버틸 수 있었던 나만의 자산이 되었다. 오늘날 작은 교회는 더 험난한 세파의 바람 앞에 놓여 있다. 한순간에 무너짐과 쪼개짐을 경험할 수 있다. 깨어있지 아니하면 교회는 공중에서 산산조각 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제 목회자는 자신의 인생 전부와 교회를 맞바꾸는 결단 없이는 교회를 세우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하나님은 구원의 계획 속에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아내 사라와 아들 이삭을 부른 것처럼, 목회자는 목회자로 부름을 받을 때 온 가족이 사명자로 함께 부름을 받았다. 그 사실을 놓치면 사역에 엄청난 저항 앞에 속절없이 부서진다.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목회자 가족과 중직자 가족들이 똘똘 믿음과 사명으로 뭉치지 않고서는 절름발이 교회로 전락할 뿐이다. 교회는 우리의 전부를 다 들여서 세워야할 소중한 가치가 있다. 가치가 있는 곳에 전부를 걸라. 그러면 인생은 보석처럼 빛나는 영광을 선물로 받을 것이다. 현재의 배부름과 편안함보다 미래에 펼쳐질 하나님의 영광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진리는 항상 옳다. 거짓의 결과는 비참함이다.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 본헤럴드대표, 서울신학대학교신학박사 등
최원영목사, 본푸른교회, 본헤럴드대표, 서울신학대학교신학박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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