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역 원장의 '한글 담은 은혜의 창(窓) (1)

초등학교 3학년 때 자두 밭에서 설익은 자두 몇 개 훔치다 주인에게 걸려 싹싹 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거짓말로 둘러대고 45원 타내서 다 써 버린 뒤 친구의 고자질로 어머니에게 들켜 싹싹 빌었던 사건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사람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싹싹 빌어 본 적은 열 손가락만으로 충분히 꼽을 수 있건만 하나님 앞에서 싹싹 빈 것은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라 열 발가락까지 동원해도 턱없이 모자랍니다. 기도할 때마다 무슨 잘못이 그렇게나 많은지 용서를 빌고 빌어도 끝이 안 보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용서를 빌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용서하셨고, 모든 잘못이 용서되었습니다.

용서는 잘못을 덮는 것입니다. 따라서 용서하다덮어주는 것이고 용서되다덮이는 것입니다. 용서를 구했을 때 상대가 용서하면 용서됩니다. 잘못을 덮어 달라고 구했을 때 덮어 주면 잘못이 덮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잘못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영원히 남아 있습니다. 이게 착각하기 쉬운 용서의 원리입니다.

마태복음 18장에는 어느 채권자(주인)1만 달란트 빚진 채무자()에게 그 빚을 탕감하고 내보냅니다. 그러나 그 채무자()는 겨우 100데나리온 빚진 자신의 채무자를 만나자 갚으라고 다그치고 옥에 가둡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채권자(주인)는 그에게 다시 원래의 빚을 다 갚도록 다그치고 그를 옥에 가둡니다. 자기는 용서되었으면서 다른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필자가 중학교 2학년 때 소록도 성자 손양원 목사님의 일생을 담은 책 사랑의 원자탄을 읽었습니다. ‘어떻게 자기 자식을 잔인하게 죽인 원수를 자기 아들처럼 키우며 같이 살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에 손양원 목사님은 결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손양원 목사도 사람이란 걸 알았습니다. ‘솔직히 내 아들을 죽인 사람과 같이 앉아 밥을 먹으면 모래알 씹는 것 같다고 했다는 증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손양원 목사님은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했고 그 원수는 용서되었지만 한평생 괴로워하며 살았다는 또 다른 증언은 잘못이란 것은 용서를 받는다 해도 그저 덮일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물론 호세아서의 루하마로루하마사건이나 요나서의 큰 성 니느웨사건에서 하나님의 용서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독생자 예수님을 지구에 파송한 사건은 하나님의 용서를 뿌리째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아들 예수님께서 제시한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는 무한 수치는 실제 만인을 용서하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에 달리신 사건으로 입증하셨습니다.

성경을 보면 용서라는 단어가 들어간 구절은 50여 개가 됩니다. 하나님은 용서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느헤미야 9:17). 이 표현은 어느 종교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표현입니다. 그런 하나님께서도 용서하지 아니하리니하는 놀라운 말씀도 하셨습니다.

첫 번째는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는 자’(마태복음 6:14-15).

두 번째는 다른 신을 섬기는 자’(신명기 13:9).

세 번째는 경건하지 않은 자’(베드로후서 2:5, 예레미야 5:7).

네 번째는 하나님의 측량 기준에 벗어나는 자’(아모스 7:8).

다섯 번째는 성령을 모독하는 자’(마태복음 12:31).

참 무섭습니다. 이 다섯 가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우리의 어떤 잘못도 하나님께서 용서하시고 우리가 용서된다는 진리가 성경에 담겨 있습니다.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마태복음 6:14)

예수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입니다.

 

박재역 원장중학교 교사를 접고 동아일보 교열기자로 입사했다. 동아일보에서 정년퇴직 후 중국해양대학교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한국어문교열연구원을 운영하면서 문서 교열과 등록민간자격 '어문교열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경고유명사사전(2008, 생명의말씀사), 교열기자의 오답노트(2017, 글로벌 콘텐츠), 다 쓴 글도 다시 보자》(2021, 글로벌콘텐츠), 맛있는 우리말 200(2023, 글로벌콘텐츠) 등이 있으며 현재 다산은혜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에 장로로 시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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