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의 거룩을 너머 일상의 거룩이 만들어 낸 마을목회

  • 입력 2021.06.10 08:42
  • 수정 2022.04.1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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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윤 전도사 “마을목회를 통해 교회의 공공성 회복이 가장 큰 기쁨”

편집자 주한국교회 내의 목회 환경이 변화되면서 이제는 교회 재정에 사례비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일을 하면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적 사명을 갖고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우리는 그분들을 일하는 목회자들(일목)’이라고 부른다. 현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는 약 8천 명의 멤버가 가입되었다.

오늘은 열네 번째 시간으로 경기도 남양주시의 해빌리지 살렘교회의 고상윤 전도사의 마을목회를 소개한다. 고상윤 전도사는 현재 카페 브릿지(Cafe Bridge)브릿지 라이팅(Bridge Lighting), 남양주시 주민자치위원회, 음악치료사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그의 마을목회에는 <해빌리지 살렘교회> 김동문 담임목사의 적극적인 지도와 후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Q1. 교회를 너머 세상을 교회로 삼아 소통하는 목회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전도사님이 목회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나는 처음부터 목회자가 되겠다고 하는 명확한 목표의식보다는 자연스럽게 목회 사역으로 이끌림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청년기를 보냈던 시절에는 해외 단기선교가 활발했던 시기였다. 당연히 선교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나는 그 마음이 더욱 특별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선교지 중 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이슬람권으로 가겠다고 다짐을 하고, 이를 위해 고립무원(孤立無援)에서의 훈련을 도모하고자 특전사(특전부사관#123)에 지원해서 군 생활을 할 정도였다. 전역 후 그렇게 나를 활발하게 움직이게 했던 십자가의 복음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후 신학교로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목회사역으로 연결되었다.

 

Q2. 일하는 목회자로 교회라는 건물로서의 공간을 넘어선 교회 밖 마을 목회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신학교를 다니며 목회에 대한 고민 중에 하나가 변화의 에너지가 삶의 자리까지 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대안으로 진행한 것이 멘토링 시스템이었다. 멘토링을 통해 교회 밖 아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신대원 시절 성경이 말하는 거룩을 깊이 연구하다가 나 자신을 비롯하여 한국교회의 거룩이 교회 안에만 갇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상에서의 거룩을 깨닫고 실천하기 위해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하며 성도들의 삶을 공감하게 되었고, 주일에는 마을목회를 하고 계시는 선배 목사님들의 교회들을 탐방하다가 지금의 교회를 만나게 되었고, 지금까지 마을목회를 배우며 마음껏 사역하고 있다.

 

Q3. 한국교회의 거룩을 고민하다가 마을목회를 시작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좀 더 설명할 수 있나?

A. 좀 전에 말한 것처럼 한국교회의 거룩은 교회 안에만 갇혀있다고 생각한다. 신학교에서의 신학이나 목회 훈련부터 그렇다. 우리나라의 목회 사역자들이 만들어지는 코스가 신학대학과 신대원을 나와서 목회를 하다 보니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나 관계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젊은 전도사나 부교역자 시절에서 익히는 사역도 단회적인 행사에 집중된다. 지역을 위한 사역도 일회성 행사에 머물러 있다. 그러다가 중장기적인 계획을 단기적인 계획을 요구한다. 아마도 눈에 당장 나타나는 행사의 결과를 요구하는 것 같다. 지역을 위한 행사도 교회는 일방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다. 교회는 너무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한다. 대부분 오늘날 마을목회라는 것도 교회가 이웃을 지정하고 그 이웃을 도와주려는 태도로 보인다. 결국 말은 마을목회지만 교회 안에만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마을 속에 녹아들어 가는 마을목회를 하고 싶었다.

한국교회의 거룩은

교회 안에만 갇혀있다고 생각한다.

Q4. 그러다가 어떻게 현재의 해빌리지 살렘교회로 오게 됐나?

A. 지역과 융화되지 않는 기존 교회의 사역들을 보면서 10년 동안 몸담았던 교회를 떠나 조명회사에 취직했다. ‘일상에서의 거룩을 살아내기 위함이었다. 평일에는 직장에서 성도들을 만나고 성도들의 삶을 공감하고, 주일에는 마을 목회를 실천 중인 선배 목회자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축제에서 노래자랑에 가족과 함께 나갔다가 대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축제 위원장이 현재 해빌리지 살렘교회 김동문 담임목사였다. 김동문 목사님은 당시 남양주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실무위원장으로 5년 넘게 지역을 섬기고 있었고, 남양주시 사회복지와 문화예술 부분에서 인정을 받아 남양주시 시민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지역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역아동센터 살렘푸른학당, 청소년센터 아지트, 북부노인주간보호센터 운영 등 다양한 마을목회를 하고 있었다. 그토록 찾아다닌 마을목회의 롤모델이 가까운 곳에 있던 것이다. 당시 담임목사님도 마을 목회를 팀워크 할 수 있는 부교역자를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김동문 목사님과 같이 목회를 하게 됐다.

 

Q5. 해빌리지 살렘교회로 올 때는 부교역자라는 위치로 왔을 텐데, 어떻게 일터 목회가 가능했나?

담임목사님은 남양주시 사회복지와 문화예술 부분에서 인정을 받아 남양주시 시민대상까지 수상하신 분이다. 그 영향력으로 부교역자인 나는 마을의 다양한 활동을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러한 팀워크는 교단 신문(기독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많은 성과가 있었고, 지금도 많은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고 있다.

담임목사님은 내가 마을 목회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교회에 가둬두지 않고 나의 달란트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을에 파송을 했다. 주중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부교역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교회의 한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를 해줬다. 해빌리지 살렘교회로부터 무상으로 임대를 받았지만 개인사업자로 등록을 해서 세금을 내며 수익을 거두면 감사헌금으로 교회에 기부를 하는 방식으로 사역을 하고 있다.

그렇게 <카페 브릿지>를 시작했다. 교회에서 내 준 공간은 교회 건물과는 떨어져 있는 근린생활시설로 되어있어서 동네 사람들도 교회 건물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분리되어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교회의 공간들이 주중에는 사용되지 않는 죽은 공간인데, 해빌리지 교회는 카페 브릿지 이외에도 옆에 빈 공간을 청년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내줬다.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 공간이 <해빌리지 마켓>이다. 뿐만 아니라 남양주시에 <민들레학교 남양주지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무상으로 내줘서 청소년들이 들어올 계획인데, 그 친구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이라든지 다른 여러 가지 활동으로 돌볼 생각을 갖고 있다.

Q6. 현재 고상윤 전도사님이 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역들은 무엇인가?

A. 현재 나의 사역은 우선은 해빌리지 살렘교회 전도사로, 남양주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카페 브릿지 바리스타로, 브릿지 조명 대표로, 그리고 음악치료사로 사역을 하고 있다.

기존 교회에서 사역을 할 때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었는데, 카페가 위치한 곳이 초등학교, 중학교, 어린이집, 유치원이 있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제한 없이 만나게 되었고 다양한 관계성을 맺게 되었다. 그 결과 고민을 털어놓는 엄마들과 청소년들을 만나게 되어 엄마들의 소모임과 청소년 멘토링 사역 등을 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 카페가 협회 지정 검정장이라 바리스타 자격과정을 진행하면서, 바리스타 자격과정에 음악치료학을 융합하여 교육생들로 하여금 커피를 통한 힐링의 시간을 경험케 하고 있다. 향후 카페를 운영하는 일목분들에게 좋은 콘텐츠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Q7. 비전으로 조명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시켜 일자리 창출 및 공유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킬 계획을 세웠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중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나는 이것도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교회 밖에 있는 사람과 만나기 위해서 연매출액 200억 되는 조명회사에 취직했다. 영업을 하다 보니 유통구조를 파악했다. -오프 판매할 수 있는 루트를 발견했다. 앞으로 계획으로는 오프라인을 통해서 지역에 조명 시공을 해주고, 온라인을 통해서 설치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남자들은 시공을 맡고, 여자들은 포장을 해서 택배로 보낸다. -오프라인으로 일자리 창출해주고, 그 일자리를 통해서 기독교인이 어떻게 살아갈지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그러다가 그들이 교회 공동체로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Q8. 카페 브릿지나 브릿지 라이팅(Bridge Lighting)이라는 조명사업 그리고 음악치료사 등의 일을 하면서 통해 목회적인 깨달음이나 은혜는 무엇인가?

A. 카페는 이웃사랑의 실천의 허브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조명사업은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출발이다. 카페를 통해서 제한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부담 없이 만나서 그들의 고민을 상담하다 보니 학교에서 토론회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조명을 통해서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교회 안에서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접촉점이 됐다.

카페는 이웃사랑의 실천의

허브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조명사업은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출발이다.

현재 사역하고 있는 교회가 노인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하루는 독거노인 한 분을 모셔다 드린 일이 있었는데 그 독거노인분의 집에 조명이 고장이 나서 어르신이 어두운 곳에서 이동하시다가 넘어지는 일이 있었다. 그 소식을 듣고 무료로 조명 시공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조명을 통해 사회적 기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조명을 통한 수입의 10%를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음악치료사 사역도 그렇게 시작됐다. 교회 밖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격증을 고민했을 때 처음에는 상담학을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상담사의 활동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고민하던 중 담임목사님께서 음악치료학 박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반상담사보다 음악치료사의 활동영역이 더 다양하고 많다고 하셔서 바로 자격과정을 통해 2급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고, 노인복지센터 및 노숙인 사역을 하고 있다.

Q9.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위원 활동과 마을활동가 사역도 하고 있는데 소개하자면?

A. 자연스럽게 활발해진 마을활동을 통해 주민자치위원회로부터 위촉 제의를 받게 되었고, 지금까지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지원하는 주민자치 지원사업 및 마을공동체사업, 마을축제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 결과 작년에는 남양주시장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사역을 통해 가장 기쁜 건 교회의 공공성에 대한 회복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역을 통해

가장 기쁜 건

교회의 공공성에 대한

회복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Q10. 미래세대의 살아남는 교회 모델이나 목회 모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전에 있던 교회에서 아이들의 진로 파악해봤다. 그리고 아이들 원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을 교회 안에서 찾았다. 그래서 학생들을 위해 신앙의 선배 된 분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어떻게 신앙으로 풀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하나님 나라의 일원으로 어떻게 자기의 직업을 이끌어 갈 것인지를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거절하는 것을 봤다. 그분들은 자기의 직업에 대한 신학적인 정립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 미래교육은 신앙의 선배들의 삶의 현장에서 그리고 자신의 직업 안에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세워갈지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며 하나님 나라의 일군으로 설 수 있도록 백성으로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세대의 교회의 교육모델이고 목회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카페브릿지 사역(카페 사장, 아내 손영미 사모)
카페브릿지 사역(카페 사장, 아내 손영미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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