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국교회 내의 목회 환경이 변화되면서 이제는 교회 재정에 사례비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일을 하면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적 사명을 갖고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우리는 그 분들을 ‘일하는 목회자들(일목)’이라고 부른다. 현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는 약 8천 명의 멤버가 가입되었다. 오늘은 여덟 번째 시간으로 포항 푸른초장교회 담임목사이며, 포항에서는 이미 붕어빵 목사로 유명한 김치학 목사를 소개한다.
Q1. 붕어빵을 구우며 사역하시는 모습이 참 신선하다. 어떤 계기로 붕어빵을 굽게 됐나?
A. 나는 원래 붕어빵을 구우며 사역하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2015년도 무렵 아내가 전도하기 위해서 붕어빵을 굽자고 했을 때 마음에 전혀 내키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한 참 후에 교회가 어려워지면서 붕어빵을 전도 매개체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2. 교회가 어려워지면서 다시 붕어빵 사역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말을 들으며, 고난이 유익이라는 말이 생각나는데 어떤 어려움이었는지 들을 수 있나?
A.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붕어빵 전도법을 안 것은 2015년도였다. 그때 아내가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했지만 솔직히 ‘목사가 되가지고 붕어빵을 구워?’ 하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물론 붕어빵을 굽는 일을 하찮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뭔가 내게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났다. 그러다가 2016에 교회 건축을 할까? 하면서 땅을 알아보다가 주변에서 은퇴하는 목사님이 계셔서 그 교회와 우리 교회와 합병을 시도했다. 이렇게 3~4개월이 지나면서 마음도 힘들었지만 결국 합병도 무산되면서 교회도 위축됐다. 어떻게 할지 막막할 때 2년 전에 소개받았던 붕어빵을 가지고 전도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본격적으로 붕어빵 전도와 붕어빵 봉사 시작된 것이다.
Q3. 처음에는 하기 싫었던 붕어빵 굽는 일이 지금은 목사님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것을 보니 분명히 붕어빵 굽는 일이 목회의 전환점이 된듯한데 어떤 변화가 생겼나?
A. 개척교회를 15년 이상하면서 가만히 있어도 마음에 가라앉았다. 교회는 생각처럼 쉽게 부흥되지 않고, 삶은 늘 위축되었다. 그러다가 그냥 이렇게 하지 말고 붕어빵을 통해서 전도도 하며 사람이나 만나자는 생각에 붕어빵을 구웠고, 이후 포항에 큰 지진이 나고 이재민들이 생겼는데 그들을 돕다 보니 내 안에 소명이 다시 살아났다. “아! 하나님께서 이렇게 해서 나를 부르시는구나. 왜 이제 나왔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처음에는 아무도 나를 몰랐는데 점점 동네 아저씨가 되고, 이재민들의 친구가 됐다.
지금까지 포항 오광장에서 붕어빵을 구웠는데, 자연스럽게 오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 중에는 소위 ‘가나안교인’, 불신자, 스님 등 다양한 분들도 만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이 나를 여기 보내신 이유가 돈 벌라고 보내신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라고 보내셨구나”하는 깨달음이 들었고, 목회의 열정이 다시 살았다.
Q4. 붕어빵 사역을 하면서 목회의 열정까지 살아났는데, 사역 중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였나?
A. 그렇다. 붕어빵을 하기 전과 하고 난 다음이 완전히 달라졌다. 붕어빵 전도를 하고 하면서 무엇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붕어빵을 구우면 하루에 50~100명 정도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예전에는 내가 누구인지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 지역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 안다. 또한 목사인 내가 붕어빵 사역을 하면서 자립이 되다 보니 성도들을 자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또한 봉사를 통해서 알코올 중독자가 알코올을 끊고 신앙이 약했던 자들이 신앙의 열정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포항 이재민들 섬김 사역이 기독교 언론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포항노회와 CTS에서 붕어빵 차량 지원도 받게 됐고, 당시에는 재료비도 후원받았다. 선한 일을 시도하니 돕는 손길들을 붙여주신다. 근래에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포항의료원 환자 및 의료진에게 붕어빵 전달도 했다.
Q5. 그럼 반대로 붕어빵 사역을 하면서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A. 처음에 붕어빵을 구울 때는 뜨거운 gas 열기가 힘들었다. 날이 더워지면 붕어빵을 구울 때 생기는 열기가 상상 이상이다. 또한 겨울에는 추위에 힘들다. 영상 40도에서도 영하 13도에서도 붕어빵을 나눴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사람들의 보는 눈이었다. 이런 사역을 기본 적으로 이해 못하는 분들이 있다. “목사님이 기도하지 않고 일을 한다”면서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 붕어빵 나눠 주고 성도가 많이 늘었냐?”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목사가 무슨 붕어빵을 이렇게 비싸게 돈 받냐?” 하는 사람도 있다. 그때마다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어서 마음이 무겁고 힘들기도 한다.
Q6. 방금 말한 것처럼 붕어빵을 단순히 장사가 아닌 전도의 도구로 삼고 사역을 하는데, 일반 전도지나 전도 물품 나눠주는 것과 붕어빵 사역하는 것의 차이가 있나?
A. 사실 나도 웬만한 전도법을 다 해봤다. 하지만 좋은 전도 물품에 전도지를 나눠주면 사람들이 다 피하고 싫어한다. 전도한 사람들은 경험을 해봤겠지만, 면전에서 전도 물품을 훼손하는 사람도 봤다. 하지만 붕어빵은 지금까지 수십만 개를 구워 나눠줘도 사람들이 기뻐하고 반가워한다. 전도 물품을 준비하고 전도지를 들고나가면 내 돈이 든다. 내 돈을 들여도 사람들이 싫어했다. 하지만 붕어빵은 오히려 사람들이 돈을 들고 나를 찾아온다. 그래서 붕어빵은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Q7. 불신자들이 돈 들고 찾아오는 전도라는 말이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하루 종일 붕어빵을 굽지는 않는 것 같은데, 언제 붕어빵 사역을 하나?
A. 예배가 있거나 준비하는 날은 뺀 월, 화, 목, 금요일에 나가며, 본격적인 판매는 오후 3시~6시 정도로 길지는 않다. 하지만 준비하고 판매하는 곳까지 오고 가는 시간들, 그리고 정리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넉넉하게는 6시간까지 걸리기도 한다. 나는 붕어빵을 만들기 위해서 재료를 준비하는 시간도 목회의 일부라고 생각을 한다. 감사하게도 아내가 목회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면서 성도들을 돌본다. 전에는 설교 준비가 어려웠다. 하지만 일상에 일들이 많아지고 그것들을 깊이 묵상하며, 설교를 하다 보니 설교가 더욱 풍성해지고 실제적이 됐다.
Q8. 이제는 목사님의 사역에 공감을 하고 붕어빵 사역에 관심을 가지고 목회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붕어빵 사역을 하다 보니 이제는 매일 붕어빵 사역에 관심을 두신 목사님들의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계기가 되어서 실제 붕어빵 사역이 펼쳐진 곳이 7군데 정도 되고, 이래저래 따져보면 9~10개 교회가 동참하는 것 같다. 물론 시작했다가 중간에 그만둔 경우도 있고, 목사님들도 많지만 지금은 평신도 자활팀도 꾸려져서 불신자 청년도 있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나도 붕어빵을 팔려는 생각은 고사하고 굽기조차 싫었다. 그러나 나도 지난 4년 정착을 하면서 고객도 생겼고, 판매처도 생겼다. 일의 열매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얼마를 벌겠다는 생각이나 사람들을 만나서 전도하겠다는 조급함을 내려놔야 한다. 무엇보다 붕어빵을 굽는데 기술과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 이왕 붕어빵을 굽는데 목사는 남들보다 더 맛있게 구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나 분명히 말해두고 싶은 것은 붕어빵처럼 적은 비용으로 자활할 수 있는 좋은 것이 없다. 붕어빵은 다른 빵과는 좀 다르다. 국민간식이다. 유행도 크게 타지 않으면서도 할아버지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 좋아한다. 그러므로 자기의 판매 영역도 굳혀가면서 기술도 갖추면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풀린다.
Q9. 목사님이 생각하는 목회를 함축할 수 있는 성경 구절을 소개한다면?
A. 나는 원래 일터 사역에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이 내게 ‘봉사에서 자활로’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렇게 어느덧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터사역을 하고 있다. 전에 세상과는 떨어져 교회에만 갇혀있던 내가 세상으로 나가게 된 마음은 하나님께서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마음을 주셨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말씀이 있다면 베드로가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에게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행 3:6)을 묵상하면서, ‘이재민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지? 내가 가진 건 또 뭐지?’ 생각하다가 “맞다. 내게 붕어빵을 만드는 기계가 있지?” 하면서 사역하게 된 동기가 된 말씀이다.
Q10. 목사님은 미래세대 교회의 목회 모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미래세대의 교회나 목회 모델은 무엇일까? 지금 한국교회가 처해있는 상황을 헤쳐 나가는 측면에서 이해한다면, 한국교회의 절반의 목회자가 최저 시급도 안 되는 수준의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사례는 고사하고 월세도 못 내는 목회자들이 많다. 그러므로 자비량의 목회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지역 사회 속에서 일을 해야 한다. 교회 안의 교회가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 붕어빵 하나의 순종을 했는데 광장으로 나가게 됐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교회가 외면하고 있는 세상을 봤다. 미래교회는 교회 안에서만 갇혀서는 소망이 없다. 교회는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Q11. 같은 맥락일 수 있지만, 동료나 후배 목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을 듣고 싶다.
A. 목사님들이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 주변에 목사님들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규모가 있으면 있는 대로 약하면 약한 대로 힘들어한다.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교회 안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있지만, 교회 밖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있다. 재밌고 행복하게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니까 재정도 늘고 이제는 사람들이 돈을 들고 와서 나를 만난다. 교회 안의 목회뿐 만 아니라 세상 속으로 삶의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영혼들이 있는 최전선에 나가면 거기서 들려오는 현장감 있는 요구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12. 지금 기도제목이 있다면?
A. 처음에 이 사역을 시작할 때는 나를 이끌어 줄 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붕어빵을 준비하고 판매하고 하는 과정을 전부 혼자 겪었다. 이제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나는 이렇게 해서 적응도 했고 전도도 하고 자활도 하는데 이것을 다른 분들과 나눴으면 좋겠다. 요즘도 하루에 한 건 이상은 붕어빵 판매나 전도에 문의가 들어온다. 바라는 것은 내 사역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활의 동기를 줬으면 좋겠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 일터를 마련해주고, 미자립교회 목회자들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은 꿈도 있어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