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ak Lee:
Azusa Pacific Univ. Calvin Theological Sem. yeesaak7@gmail.com
웃음은 인간만이 가진 보편적인 감정 표현의 하나로 동물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고릴라, 침팬지 및 오랑우탄들이 헐떡거리며 킥킥거리는 소리, 입술을 삐죽이며 끙끙 앓는 소리, 비명소리 등은 그들이 표현하는 웃음의 한 유형이라고 한다. 쥐들도 함께 놀 때, 간지럽힐 때 독특한 짹짹 소리( Rattus norvegicus )를 낸다고 하며 돌고래 역시 휘파람과 끽끽거리는 소리( Tursiops truncatus )를 내는데 이와 같은 소리는 그들끼리 놀이 중에만 발생한다는 사실이 전문가와 학계 연구진들에 의해 생물음향학 저널에 밝혀져 있다. ( Sasha L. Winkler , Bioacoustics, Play vocalisations and human laughter: a comparative review )
그러나 인간의 웃음은 이렇게 본능적으로 표현될 뿐 아니라 유머라는 형태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웃음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아마도 동물과 다른 점일 것이다. 자연적이든 의도적이든 웃음이나 유머는 상황이 적절하다면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게 됨은 물론 분위기나 상황을 반전시키고 역전시킬 수 있는 놀라운 에너지가 된다.
2차 대전 중, 영국의 처칠 수상( Sir Winston Leonard Spencer-Churchill, 1874 ~ 1965 )이 루즈벨트( Franklin Delano Roosevelt, 1882 ~ 1945)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숙소인 호텔에 머물며 샤워를 한뒤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루즈벨트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허리에 감고 있던 수건이 내려가는 난처한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때 처칠은 천연덕스럽게 으쓱 양팔을 벌리며 "보시다시피 영국은 미국국민이나 미국 대통령에게 아무 것도 감추는 것이 없습니다." 라며 어색한 분위기를 한바탕 웃음으로 전환 시킨 것은 물론, 당시 절실했던 미국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외교에도 일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후버 대통령( Herbert Clark Hoover 1874–1964)은 1936년 네브래스카 공화당 회의 연설에서 “젊은이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국채를 상속받을 것이요.” 하며 성서의 구절을 인용, 대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놓고 잘못된 경제정책의 수정을 역설했다.
1981년 3월 30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Ronald Wilson Reagan 1911– 2004) 이 워싱턴 힐튼 호텔 앞에서 존 힝클리 주니어의 총격으로 총알이 폐까지 침범한 상태로 병원의 수술대 위에 놓였을 때, 피를 흘리면서도 고개를 들어 의사들에게 " 당신들이 모두 공화당원이길 바랍니다."라는 유명한 유머를 날렸다.
적대관계의 민주당의 의사라면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정치적 유머로 그 와중에 그런 멋진 유머를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여유와 미소에 미국민은 멋진 아버지를 둔 자녀들 처럼 안도하며 그에게 응원을 보냈다. 그 유머는 그의 지지율을 단숨에 73%나 끌어 올렸다.
오바마 ( Barack Hussein Obama 1961-)는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Hillary Diane Clinton 1947-)에 대해 “제게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녀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연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오와의 밴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선거유세동안 타고다니는 벤을 집없는 사람이 사는 홈리스벤으로 비유해 배꼽을 잡게 만들면서 정치 안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데 순전히 나라를 위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저렇게 헌신하고 있다는 뉘앙스( nuance )를 풍기는 멋진 지지유세를 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대통령들은 대부분 퇴임 후 회고록 집필이나 초청강연 또는 사회봉사등으로 명예를 지키며 나름대로 보람된 여생을 보낸다. 종종 그들의 여유있고 행복한 미소와 함께 유머를 던지는 모습은 매체를 통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혹,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는 나라 전체가 최고의 예우를 다해 장례를 치르고 생존해 있는 모든 전직 대통령들이 한자리에 나와 조의를 표하는 한편 그를 위한 도서관이나 기념관이 남겨지는 것이 관례이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대통령은 어떤가?
초대 이승만 대통령(李承晩, 1875~1965)은 3.15 부정선거로 촉발된 4.19혁명에 책임을 지고 하야하여 하와이 망명지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했고, 5공화국부터 9대에 걸친 박정희 대통령(朴正熙, 1917 ~1979 )은 16년 장기 집권 중 안가에서 측근의 총탄에 쓰러져야 했다. 뒤를 이어 군사정권의 생명을 연장했던 11대,12대 전두환 대통령(全斗煥, 1931~2021) , 13대 노태우 대통령( 盧泰愚, 1932~2021 ) 은 퇴임 7년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구속기소되어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 받고 복역한바 있다.
1994년에 14대로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金泳三, 1927~2015 )과 15대 김대중 대통령(金大中, 1924~2009) 은 본인은 아니지만 아들들이 특혜나 비리에 연루되어 징역형이나 유죄판결을 받는 어쩌면 자신의 아픔보다 더 큰 고통을 경혐했다.
16대 노무현 대통령(盧武鉉, 1946~2009 )은 퇴임후 1년 만에 뇌물 수수혐의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던 중 검찰과 언론, 그리고 여론의 중압감에 시달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운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어 17대 이명박 대통령 (李明博, 1941- ) 역시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의 확정 판결을 받고 현재도 화장실을 포함 3.65평의 구치소 감방에 복역중이다. 특별사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36년 에야 풀려날 수 있다.
제18대 박근혜 대통령(朴槿惠, 1952~ )은 재임중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되어 취임일로부터 4년 14일,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하고 파면되어 재판만 3년 9개월을 받았으며 결국 징역20년,벌금 180억의 선고를 받아 구속수감된 이래 약 4년 9개월을 옥중에서 보내고 2022년 들어서면서 겨우 사면을 받게 되었다.
나열하고 보면 만감이 교차되며 가슴이 시리고 저려온다.
일찌기 그리스의 역사가 폴리비오스( Polýbios, BC 200–118 )가 각 정체( 政體 forms of government, polity )는 탄생, 성장, 번영 그리고 쇠퇴와 몰락의 과정을 거치는 생물체와 같다는 정체순환론(anacyclosis)을 언급했지만 유독 대한민국에서 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 가혹하고 비관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악순환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복잡한 외교문제, 그리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 그 밖에 제왕적 대통령제나 5년 단임제로 인한 승자 독식 제도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궁색한 변명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헌법 1장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명시하고 있는 것 처럼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분명히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다.
민주라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민의 자유와 권리보장을 위해 추구한 민주제도에서 왔고 공화라는 개념은 공공의 이익( Public Good )을 추구하기 위해 시도된 로마의 공화정에서 온 것이다.
이 두가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 Direct democracy or pure democracy. 고대 아테네, 투표권이 있는 모든 시민이 모든 문제에 대해 투표 )가 불가한 오늘날, 민의를 담은 투표를 통해 소수의 대표에게 위임된 대의민주주의 ( Indirect Democracy, Psephocracy)정치체제가 곧 오늘 민주공화국인 셈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의 얼굴이고 우리의 얼굴이 아닌가? 이 피비린내 나며 잔인하고 애통한 역사는 결코 대통령 한 사람의 역사가 아니라 나의 조국 대한민국의 역사 ,내 나라 내 민족의 역사, 이 시대에 호흡을 함께 한 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이며 곧 나의 책임, 나의 문제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실로 그렇다. 한 나라의 정치는 곧 그 나라 국민의 민도와 국민성을 여실히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이중국적자로 일컽는다. 첫째는 하늘의 시민권자, 그리고 둘째는 자기 조국의 시민권자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본향은 물론 영원한 하늘나라이지만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한 조국은 나의 탯줄, 어머니이다.
그러므로 바울은 “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 ”고 권고했다.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멋진 대통령의 유머가 듣고 싶다. 환하게 웃는 대통령의 얼굴이 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