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ak Lee

Azusa Pacific Uni. Calvin Thological Sem.


작곡가 푸치니( Giacomo Puccini 1858-1924)가 극작가 카를로 고치( Carlo, Count Gozzi 17201806)가 쓴 설화 투란도트( Turandot )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못하게 하라( Nesundorma )가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들려질지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그 당시 그가 이름도 몰랐을 동양의 한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우렁차게(?) 불려질줄은 더더구나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공주는 잠 못이루고 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중국 본토에서도 공주는 잠 못이루고혹은 공주는 잠 못들고 라는 번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3막 오페라는 그가 후두암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1924년에 사망하기 전까지 작곡되다 결국 미완성, 유작으로 남았던 곡이며 그의 밀라노 음악원 후배, 작곡가인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 토리노 음악원장 1875-1954)가 완성하여 1926425일 그의 절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Arturo Toscanini 18671957)의 지휘로 밀라노의 라 스칼라좌 가극장에서 초연된 곡이다.

 

 

 

 

이곡의 유명세는 1990년 이탈리아가 월드컵의 주최일 때 BBC1972년에 루치아노 파바로티( Luciano Pavarotti 19352007 )가 부른 버전을 중계에 사용한 이래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치솟아 오르게 되었고 아름답지만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없어 결코 대중적일 수 없는 오페라 아리아를 대중 문화와 스포츠 역사에 깊이 스며들게 하는 기 현상을 만들어 냈다.

아리아( Aria )의 가사는 이탈리어로 대부분 내용도 의미도 모르지만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오싹해지는 전율과 가슴 벅차오르는 뭉클한 감동,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억눌린 진실을 끌어내어 콧등을 자극하는 이 곡 자체가 가진 의미심장한 감수성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다 그 곡을 부를 때 마다 부릅뜬 파바로티의 선하고 열정적이며 촉촉한 눈, 그리고 그만이 끌어올릴 수 있는 맑고 청명한 고음의 클라이맥스, 뒤이어 밀려오는 강렬한 여운이 누구나의 가슴에 잔영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그리하여 당시 이곡은 영국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랐고 1994, 1998년 및 2002년 월드컵 결승전 등 거의 모든 주요 축구 토너먼트에서 사용되었다. 특히 결승 전야에 트리테너 (Three Tenor-Plácido Domingo and José Carreras, and Italian Luciano Pavarotti )에 의한 클래식 콘서트가 열릴 때면 수많은 세계 유명인사와 인파들로 장관을 이루었고 이 콘서트에서 녹음된 음반은 전 세계적으로 다른 모든 클래식 녹음보다 많이 팔려 미국에서 당당히 트리플 플래티넘 ( Triple Platinum )을 기록한바 있다.

파바로티는 2006년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이 노래를 불렀고 최근에는 안드리아 보첼리 ( Andrea Bocelli 1958- )2016년 킹파워스태디움 (King Power Stadium)에서, 또한 유로 (Euro ) 2020 개막식연에서 연주했으며 잉글랜드가 우크라이나를 완파하고 25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 4강에 진출하면서 몽타주(montage)를 위해 이 작품을 부활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 곡이 왜 이런 스포츠 행사에, 더욱이 대한민국의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불려지게 된 걸까? 그것은 바로 이 오페라의 주인공 칼라프 ( Calàf )가 노래한 아리아의 가사중 한 단어에 기인한다. vincero ! (나는 승리하리라 ! )

다시 말하면 스포츠에서나 정치에서나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을 이 아리아의 한단어로 대신하는 셈이다.

중국의 공주 투란도트는 타타르국이 중국을 침범하였을 때, 선조인 로링 공주가 무참히 살해 당한 아픔 때문에 아주 냉혹한 얼음공주가 되어 이국의 왕자들이 자신에게 청혼해 올 경우 일부러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세개를 내어 이것을 맞히는 사람에게는 허락하고 실패하면 목을 벤다고 하면서 불특정인에게 무차별 복수를 한다.

일종의 트라우마를 동반한 외상후 심각한 스트레스장애를 가진 이 공주에게 첫눈에 반한 사람이 있었으니 참혹한 전쟁을 겪은 뒤 추방되어 중국으로 망명, 신분을 숨기고 살던 타타르 국왕 티무르 ( Timur )를 찿아 나선 왕자 칼라프( Calàf )이다.

그는 투란도트의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해 처형당하는 페르시아 왕자를 보면서 그 자리에서 자기가 맞춰보겠노라고 도전장을 내민다. 눈먼 아버지 티무르도 반대하고 그를 보살피며 여기까지 온 시녀 류 ( Liù ) 도 만류하고 투란도트의 세 신하까지도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려 보지만 공주에게 콩꺼풀이 씌운 칼라프는 결국 죽음의 티켓인 공포의 수수께기 세 개를 받아 들게 된다.

첫번째, 모든 이들이 소망하나 매일 밤에 태어나고 매일 낮에 죽는 그것은 무엇인가? 라는 문제에 칼라프는 그것은 바로 희망(La Speranza)이라고 정답을 내놓아 첫 관문을 통과한다. 투란도트의 두번째 문제, 불꽃처럼 반짝이나 불꽃은 아니며 때로 격노하며 흥분하고 충동적으로 타오른 것은 무엇인가? 애매하기 짝이 없는 문제에 칼라프는 그것은 바로(Il Sangue)라고 대답하므로 숨막히는 혈전에 불을 붙인다. 두번째 문제까지 맞힌 인물이 없었는지 군중과 황제까지 칼라프를 응원하는 상황이 되고 투란도트는 칼라프를 응원하는 관중들을 한바탕 겁박한 후, 마지막 문제를 낸다.

당신에게 불을 놓는 얼음이며, 당신의 불로 더욱 차가워진다. 대답해보라, 이방인이여! 불을 내는 서리는 무엇인가! 칼라프는 잠시 당황하지만 그 불은 바로 당신 , 곧 투란도트(Turandot)라고 재치있게 대답하므로 세문제를 다 맞추는 기염을 토한다.

만약 여기서 오페라가 끝난다면 푸치니가 아니고 그 유명한 네순도르마도 나올 수 없었다.

세가지 문제를 다 푼 칼라프와 결혼해야 했던 투란도트는 부왕에게 자신을 노예처럼 저 남자에게 주지 말것을 애원하며 꼼수를 피운다. 그러나 관중들은 물론, 황제까지도 서약은 신성한 것이라며 투란도트에게 결혼을 종용한다. 이에 칼라프는 한수 위를 치며 맞불을 놓는데 만일 이튿날 동이 트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 내가 기꺼이 죽겠으나 그렇지 못하면 자신과 결혼하자는 것이었다. 중국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직 자신의 이름을 모르니 나름 자신있게 내놓은 마지막 협상카드였던 셈이다. 다급해진 공주는 베이징 사람들에게 밤을 새워서라도 그의 이름을 알아내라며 다그치며 만약 알아내지 못하면 다 죽을줄 알라고 불호령으로 일갈하며 2막이 끝난다.


3막이 시작되며 황궁의 정원에서 울려퍼지는 칼라프의 노래가 바로 그 네순도르마(Nessun dorma ) 이다.

Questa notte nessun dorma in Pekino! Nessun dorma! Nessun dorma!

오늘 밤 북경의 백성들은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 아무도 잠들지 말라!

Ma il mio mistero è chiuso in mei l nome mio nessun saprà!

허나 나의 비밀은 내 안에 깊이 가두어졌으니 아무도 내 이름을 모를 것이오! (중략)

All'alba vincerò! Vincerò! Vincerò!

새벽 밝아오면 나 이기리라! 이기리라! 이기리라!


그때나 지금이나 왕정 또는 정치가들이 여기서 물러날 위인들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밀실 공작정치를 시작하는데 그들은 기어코 칼라프의 측근 칼라프 부왕과 하녀 류를 찿아내어 모진 고문을 하지만 칼라프를 연모하는 류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다. 투란도트가 이 모진 고문을 이겨내고 칼라프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무엇이냐고 묻자 청순한 류는 그것은 사랑이라고 대답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에 분노한 칼라프는 투란도트에게 제발 위선을 벗어 던져버리라며 강한 입맞춤을 하므로 다시 한번 그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면서 칼라프는 차라리 자신의 이름을 밝혀버리는 악수를 둔다.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기에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라도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는 의도인데 이는 마치 드릴라를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비밀을 누설하고 적국 블레셋에 머리카락 잘리고 눈뽑힌 삼손을 연상케한다. 이렇게 바보짓을 한 칼라프를 뒤로 하고 투란도트는 이제 드디어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었다며 의기양양 황궁으로 돌아간다.

이제 숨죽여 마른 침을 삼키며 투란도트의 입만 바라보는 백성들과 목을 늘어뜨린 칼라프 앞에서 드디어 그녀가 왕자의 이름을 말하는데 여기서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대반전이 생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정작 타무르의 아들 칼라프가 아니었다.그의 이름은 사랑입니다.” 드디어 칼라프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고백한 것이다. 칼라프의 진심이 통했던 것이다. 모두의 가슴에서 환희의 탄성이 터지고 결국 그 둘의 격정적인 입맞춤으로 이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헌신적인 사랑이 남겨준 화합과 평화가 이 오페라를 관통하는 정신인 셈이다.

극적인 반전을 통해 새롭게 열려진 20대 대통령시대, 대한민국에게 필요한 정신은 Vincero ! 나는 승리할거야 라는 단순한 승리의 확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팽팽하게 양분된 여와 야, 점점 더 날카롭게 부딪치는 진보와 보수의 칼날 , 근시안적인 승부와 팬돔(fandom)에 갇혀 편가르기의 심화를 부채질하는 정치는 여기까지, 더 이상은 안된다는 위기의식에 숨이 가빠지던 차이다. 온몸을 던진 칼라프의 사랑이 만들어 낸 평화와 화합의 대반전이 절실한 때이다.

예수님은 황금률인 그의 산상보훈에서 화평케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마태복음 5:9) ” 라고 역설하셨다. 화평케 하는자를 원문표현대로 하면 화평을 만드는 자 ( the peacemakers )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화평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자에 의해 생겨지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더불어 화평을 만들고자 하는자가 품어야할 비장의 무기는 사랑임을 푸치니는 투란도트를 통해 우리에게 노래해 주고 있다.

순수한 사랑의 열정을 가진 Peacemaker, 칼라프가 그리운 오늘밤은 오래 잠들지 못할 것 같다.

Nesundor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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